2030 세계박람회(엑스포·EXPO) 개최지 부산 유치가 불발됐다.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제173차 총회 투표에서 부산은 총 165표 중 29표를 받는데 그쳤다. 반면 경쟁 상대인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는 119표를 얻어 최종 개최지로 확정됐다. 지난해 6월 유치신청서 제출 이후 부산시민은 물론 전 국민이 나서 뜨거운 유치전을 펼쳤지만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유치전을 통해 우리의 저력과 가능성은 다시 한번 확인됐다. 이를 토대로 2035년 세계박람회에 다시 도전하고 성공적인 결실을 맺어야 할 것이다.
당초 쉽지 않은 승부였다. 출사표를 던졌을 때 리야드는 이미 1년이나 앞서 유치 활동을 벌이고 있었다. 이후 부산의 거센 추격에 박빙의 승부가 예상됐으나 막판 오일머니의 위력을 넘어서지 못했다. 게다가 2025 일본 오사카·간사이 엑스포 개최도 우리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했다. 규정은 없지만 투표국 입장에서는 대륙별 지역별 안배를 어느 정도 고려하게 마련이다. 연이어 동아시아 인접 국가에 투표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최선을 다했지만 여러 면에서 불리한 싸움이 될 수밖에 없었다.
결과는 아쉽지만 유치전을 통해 얻은 성과는 결코 적지 않다. 무엇보다 모든 국민의 마음을 한데 모았다는 의미가 있다. 엑스포 유치 염원은 지역과 세대를 가리지 않았고, 정치권도 정파를 초월해 지지를 보냈다. 정부와 경제계의 혼신을 다한 지원도 많은 감동을 안겼다. 언제 우리가 이처럼 똘똘 뭉쳐본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 그것만 해도 평가할만한 성과다.
우리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도 됐다. 각 경제단체가 29일 일제히 내놓은 논평에서도 이 점을 높이 평가했다. 대한상의는 “한국 산업의 글로벌 지평을 확대하는 계기가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고, 한국경제인협회는 “유치 노력 과정에서 이뤄진 다양한 국가들과의 교류는 향후 한국 경제의 신시장 개척의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 대한상의는 “각 나라들은 소비재부터 첨단기술, 미래 에너지 솔루션까지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춘 한국과 파트너십을 희망했다”고 전했다. ‘글로벌 도시 부산’ 브랜드도 급상승했다고 한다. 비록 유치는 불발됐지만 유치전 과정은 실패하지 않은 셈이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이날 “인류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부산의 도전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당연한 의지 표명이다. 재도전 끝에 올림픽 등 주요 국제 행사를 성사시킨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이번 유치전을 통해 확인된 우리의 역량은 ‘부산의 꿈’을 다시 이루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