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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 월드옥타를 아시나요

글로벌 시대에 있어 경제는 영토 없는 전쟁이다. 총성은 들리지 않지만 국가 간에 사활을 건 경쟁이 치열하다. 최근 전쟁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 초기에 막강한 화력을 가진 공군력으로 적진을 초토화시킨다. 그다음 육군이 들어가 적들을 소탕하면서 점령한다. 경제 전쟁 역시 마찬가지다. 대기업이 공군이라면, 해외에서 무역을 하는 기업인들은 육군이다.

해외 거주 기업인은 막강한 화력은 없지만 최일선에서 경제 영토를 확장하는 첨병이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대한민국 경제발전을 위해 묵묵히 헌신하는 애국자들이다. 그들이 머나먼 해외에서 기업을 경영하게 된 사연은 다양하다. 인종차별과 온갖 불이익을 극복하고 현지에서 정착하기까지의 눈물겨운 스토리는 각자 한 권씩 대하소설을 쓸 만하다.

재외동포는 약 750만 명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2023년 현재 남한 인구가 약 5100만 명이고, 북한 인구가 약 2600만 명이라고 하니, 남북한 인구의 약 10퍼센트 정도에 달하는 우리 민족이 전 세계에 흩어져 살고 있다. 숫자로만 따지면 경기도와 서울 다음 순위일 정도로 비중 있지만, 한동안은 참정권을 비롯한 국민으로서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였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Out of sight, out of mind)는 말이 있다. 전쟁의 폐허를 극복하면서 눈에 보이는 국내 거주 국민을 먹여 살리기도 벅찬데, 해외에 흩어져 사는 동포들까지 챙기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비록 선언적인 의미일지 몰라도 1980년 제5공화국 헌법에서 최초로 재외국민 보호 조항이 신설되었다. 이 조항은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재외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진다”라는 현행 헌법 제2조 제2항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헌법 규정만 있을 뿐 재외동포를 보호하는 구체적 법률은 제정되지 못하고 있었다. 국가가 재외동포에게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 외환위기를 겪으면서부터이다. 집 떠나면 효자 되고, 나라를 떠나면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있다. 김대중 정부에서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재력 있는 재미동포의 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1999년 재외동포법이 만들어졌다. 이후 재외동포 관련 정책이 여러 법률에서 산발적으로 규정되어 오다가, 2023년 6월 20일 재외동포청이 출범하고, 11월 10일에 재외동포 정책의 법적 근거가 되는 ‘재외동포기본법’이 시행되었다.

이와 같은 재외동포에 대한 국가정책의 일대 변환기에 때맞춰 750만 재외동포 최대 규모 경제단체인 사단법인 세계한인무역협회(World Federation of Overseas Korean Traders Associations)도 지난 11월 1일 박종범 회장을 중심으로 제22대 집행부가 출범하였다.

월드옥타(World-OKTA)라고 불리는 세계한인무역협회는 1981년 ‘한국 상품 구매와 수출 활성화로 국가 경제성장에 이바지 한다’라는 목표 아래 설립되었는데, 현재 해외 67개국에 146개의 지회를 두고 있다. 약 7000명에 이르는 재외동포 CEO들인 정회원과 약 2만1000명을 웃도는 차세대 경제 리더들이 가입되어 있는 한민족 최대의 해외 경제네트워크이다.

월드옥타 회원들은 설립 이후 국내 기업들의 해외진출과 네트워크 형성, 취업 등을 지원하는 한편,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당시 ‘해외 금모으기 운동’을 적극 전개하였고, 2020년 코로나19 확산 때는 대구·경북 의료진에 마스크 20만 개를 기부했다, 2021년 요소수 부족 사태 때는 회원들이 활동하는 주요국에서 2년 치 요소수를 확보해 지원하는 등 모국을 지원하는 일에 앞장섰다.

박종범 신임회장은 월드옥타의 새로운 변화를 위하여 협회운영과 정부수행사업의 투명성과 공정한 운영, 회원 간 소통과 교류의 확대, 내부 역량강화와 효율적 조직 기능, 미래 100년 대계를 위한 사업 추진 등을 4대 목표로 설정하였다. 그 가운데 하나인 협회운영과 정부수행사업의 투명성과 공정한 운영을 위하여 윤리강령 선포와 준법감시 체제를 즉시 도입할 것을 약속하면서, 구체적 실천방안으로 ‘윤리경영위원회’를 설치하였다.

투명한 준법경영의 추구라는 점에서 대한민국 각계를 대표하는 기업 및 업종별 단체들이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는 한국경제인협회의 윤리위원회와 같은 성격의 특별위원회이다. 협회의 준법경영 정착과 이를 롤모델로 삼아 전 세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월드옥타 회원들이 운영하는 기업에서 준법윤리경영이 정착된다면 대한민국에 대한 이미지가 더욱 좋아질 것이다.

우리 헌법 제3조에 의하면 정치적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에 한정되지만, 경제적 영토는 전 세계이다. 우리의 경제 영토를 확장하고자 지금도 머나먼 이국땅에서 불철주야 최선을 다하는 월드옥타 회원을 비롯한 많은 재외동포 기업인들이 있다. 이들을 위해 국가와 국내 기업들이 적극적이고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야 한다. 이것이 세계 몇 위 경제 대국이 되었다고 열심히 홍보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으로 글로벌 경제 전쟁에서 대한민국이 승리하는 방법일 것이다.

이찬희 변호사·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객원교수

dingd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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