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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년만에 ‘빵 국장’까지 재소환…MB식 물가 통제, 과연 효과 있을까 [푸드360]
식품업계 ‘불만’…“우리만 압박, 먼저 가격 올린 업체가 부러워”
대표 상품은 동결하고 나머지 올리는 ‘눈가리기식’ 대응 가능성

지난달 우유 물가는 1년 전에 비해 14.3% 올랐다. 14년 2개월 만에 최대폭이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우유 상품을 들여다보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윤석열 정부가 단순한 가격 동향 점검을 넘어 현장 감시와 같은 실질적인 압박 카드를 꺼내들었다. 정부 부처 국·실장급 고위 간부가 특정 품목의 물가를 전담해 집중 관리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다만 실효성에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된다. 단기적인 가격 인상 통제 효과는 낼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억눌렸던 가격 인상 요인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풍선 효과’가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과자·라면·설탕·아이스크림·우유·커피·빵, 7개 품목 물가를 관리하는 태스크포스(TF)를 만들면서, 식품업계에서는 지나치게 식품회사만 압박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부 업체에서는 “정부가 으름장을 놓기 전에 먼저 가격을 올린 업체가 부러울 뿐”이라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오고 있다.

10월 소비자물가지수 중 먹거리 지표인 외식 부문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가장 높은 품목은 피자(12.3%)다. 서울의 한 피자 가게 메뉴판. [연합]

식품업계는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기업의 원가 상승 부담이 커졌다고 설명한다.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물류비 부담도 가중됐다. 가격 인상 요인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를 외면하고 가격을 통제하는 정책은 ‘미봉책’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렇다 보니 식품기업도 정부에 협조하는 차원에서 비인기 상품 한두 개만 가격을 동결하고, 나머지 제품에 대해 가격을 벌충해 올리는 ‘눈가리기식’ 대응 가능성도 거론된다.

실제로 우유·아이스크림·빵 가격이 연쇄적으로 상승한 데는 낙농진흥회가 낙농가의 생산비 상승을 근거로 지난달 1일부터 우유에 사용되는 원유 기본가격을 ℓ당 88원(8.8%) 올린 영향이 크다. 이는 연간 인상 폭으로는 역대 최대 수치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달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기재부 제공]

그 결과, 지난달 우유 물가는 1년 전에 비해 14.3% 올랐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8월 이후 14년 2개월 만에 최대폭이다. 우유를 재료로 쓰는 아이스크림값은 지난달 15.2% 오르면서 전달(14.0%)에 비해 상승 폭을 키웠다. 2009년 4월(26.3%) 이후 14년 6개월 만에 최대 폭이다. 빵값은 지난해 11.8% 오른 데 이어 올해(1~10월)도 전년에 비해 10.1%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같은 기간 치즈 가격도 전년 대비 이미 23.1%나 올랐다.

ℓ당 원유 가격이 49원 오른 지난해에도 일부 아이스크림과 과자류는 가격이 10%가량 비싸졌다. 익명을 요청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물가 관리 명목으로 가격을 들여다보면 시장 논리가 무시될 수 있다”며 “지금까지도 정부 눈치를 봤기 때문에 아직 원재료가 인상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없었다. 3분기 영업이익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비교적 시장에서 인기가 없는 제품 가격을 동결하는 대신, 주력으로 팔리는 제품 가격을 내년 초에 더 올리는 방법도 거론될 수밖에 없다”며 “더는 버틸 수 없는 구조에 다다랐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연합]

정부의 담당자 지정 물가 관리는 11년 전 사실상 실패한 ‘MB 물가지수’와 판박이라는 평도 나온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물가관리 책임실명제’를 시행하며 1급 공무원이 서민 생활과 밀접한 주요 품목 물가 관리를 책임지도록 했다. 그럼에도 MB 물가의 5년간 상승률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6배에 달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개별 품목의 가격을 직접 통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며 “오히려 물가 자원배분이 왜곡돼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업계에 일방적으로 가격을 올리지 말라고 한다기 보다는 기업에 절실한 것이 무엇인지 의견을 듣고 할당관세나 다른 지원으로 어려움을 해소해 주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달 2일 비상경제장관회의·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모든 부처가 물가 안정을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는 범부처 특별물가안정체계를 즉시 가동할 것”이라면서 “각 부처 차관이 물가 안정책임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농식품부 관계자는 “유관기관 협의와 내부 논의를 거쳐 TF를 짜려고 한다”라며 “두 명가량 인력 증원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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