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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민청 설립 선두주자 대만…“대만은 제2의 고향” [저출산 0.7의 경고-일본 이민을 보다]
대만 이민서, ‘이주민과 자녀들의 꿈 프로젝트’ 주최
2015년부터 9회 진행, 누적 238팀, 500명 이상 수상
대만 이민서·노동부 서면 인터뷰
가위봉사단을 만든 베트남 출신 시바오리(石寶莉) 씨와 천진추이(陳金翠) 씨가 이발봉사를 하고 있다. [대만 이민서 제공]

[헤럴드경제=안세연·박지영 기자] 외국인 근로자 유입을 두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국가는 한국과 일본뿐만이 아니다.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겪는 선진국들은 일손이 부족해지자 예외 없이 적극적인 이민정책을 펼치게 됐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최근 “이제 이민정책은 ‘미래’를 위한 게 아니라 ‘현재’의 대한민국 국민의 삶이 계속되기 위한, 불가피한 정책이 됐다”고 밝혔다.

헤럴드경제는 일본과 함께 대만을 취재했다. 대만은 한국처럼 1980년대 말부터 외국인 근로자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한국엔 아직 존재하지 않는 이민청(이민서)도 18년 전인 2005년에 도입했다. 2019년에 이를 도입한 일본보다도 훨씬 빠르다. 대만 이민서·노동부와 서면인터뷰를 진행했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가위봉사단’ 이끈다=# 1. 대만의 한 농촌지역. 이곳에 매월 1번씩 ‘가위봉사단’이 찾아온다. 단원은 요양기관을 방문해 무료로 노인들의 머리카락을 손질한다. 봉사단을 이끌고 있는 건 외국인 근로자들이다. 베트남 출신 시바오리(石寶莉) 씨와 천진추이(陳金翠) 씨는 “대만은 우리의 2번째 고향”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만 이민서는 봉사단에 보조금을 지급했다.

# 2. 지난 2월, 대만의 한 고등학생 5명이 프로젝트 하나를 위해 뭉쳤다. 베트남계 2세로 이뤄진 이 고등학생들은 6개월간 ‘100팀의 이주민 가족사진 촬영’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학생들은 촬영한 사진을 엽서로 만들어 외국인 근로자들의 본국에 있는 가족에게 보냈다. 마을회관에서 전시회도 열었다. 프로젝트를 이끈 황니니(黃倪倪) 양은 “주변에 가족사진이 없는 이주민이 많았다”며 “본국의 친척, 친구들에게 사진을 보낸 덕분에 안심시킬 수 있었다”고 밝혔다.

황니니(黃倪倪) 양 등 대만의 베트남계 2세 고등학생 5명이 ‘100팀의 이주민 가족사진 촬영’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대만 이민서 제공]
황니니 양 등 대만의 베트남계 2세 고등학생 5명이 100팀의 이주민 가족사진 촬영 프로젝트를 진행해 나온 엽서와 촬영물들. [대만 이민서 제공]

지난 6월 대만 이민서가 주최한 ‘제9회 이주민과 자녀들의 꿈 프로젝트’에서 수상한 이들의 사례다. 이 프로젝트는 2015년부터 지금까지 총 9회 진행됐으며 누적 238팀, 500명 이상이 상을 받았다. 이번엔 총 30팀이 수상했다. 수상자들은 상금으로 최대 8만대만달러(약 333만원)를 받았다.

이민서는 “대만은 이주근로자들에게 제2의 고향"이라며 “수상자들은 도움을 받는 사람에서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됐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본국과 대만의 북춤문화를 결합해 자선공연을 한 팀, 본국과 대만의 음식문화를 결합해 브랜드화에 성공한 팀, 그림을 그려 판매수익을 자선단체에 기부한 중학생팀 등이 수상했다.

▶처음부터 외국인 ‘근로자’로 받아들인 대만=대만은 한국·일본과 달리 처음부터 외국인을 근로자로 받아들였다. 한국과 일본이 당시 외국인을 연수생 신분으로 받아들여 본국으로 돌아가게 했던 것과 다른 점이다. “일찍부터 외국인 근로자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대만 노동부는 “당시 대만은 노동력 부족 문제에 직면하고 있었다”며 “1989년부터 외국인 근로자를 대만에 유치해 노동력 부족과 간병인력 요구를 해결했다”고 밝혔다.

대만 노동부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대만의 경제발전과 국내 간병 서비스에 크게 기여했다”며 “노동력 제공뿐만 아니라 외국인 근로자들이 본국의 문화를 소개하면서 대만 사회의 문화적 다양성이 향상됐다”고 말했다. 외국인 근로자 덕분에 다문화 공생사회로 나아갈 수 있었다는 취지다. 해마다 열리는 이주민과 자녀들의 꿈 프로젝트도 같은 취지에서 도입된 행사라고 대만 노동부는 설명했다.

외국인 근로자들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당연히 부작용도 없지 않았다. 고용주가 외국인 근로자를 부당하게 대우하거나 언어·문화적 차이로 대만 직원과 소통에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대만 노동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 노동력 정책 협의 상담그룹’을 운영하고 있다. 이 그룹은 근로자, 기업, 학계, 정부 등 다양한 분야의 대표로 구성돼 있다. 그룹은 정기적으로 회의를 열어 현재의 외국인 근로자 정책의 적절성을 검토하고 합의점을 찾아나간다.

대만은 외국인 근로자가 자녀를 기르고 정착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뒀다. 단순기능 외국인의 최장 체류기간 한도를 지난해 폐지한 게 대표적이다. 기존엔 간병·가사근로자의 경우 최대 14년, 제조업이나 건설업, 농·어업은 12년이었지만 이를 없애면서 단순기능인력도 제한 없이 체류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이민서가 사령탑 역할, 불법체류자 수 적은 비결=이민서는 이민정책의 사령탑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2005년 설립 이후 현재 2405명의 공무원이 본청에 소속돼 있다. 이민서 소속 공무원은 외국어 구사능력이 자격요건 중 하나다. 지원시점 기준 3년 이내의 영어시험 점수가 있어야 하고, 채용 과정에서 11개의 외국어 과목 중 하나를 선택해 응시해야 한다.

이민서는 불법체류자 단속업무도 담당하고 있다. 덕분에 대만은 한국과 비교했을 때 불법체류자 수가 4분의 1 수준으로 적다. 지난 7월 기준, 한국 인구 절반인 대만의 외국인 불법체류자는 약 11만9000명이지만 한국은 42만9000명에 이른다. 이는 38만여명인 세종시 인구보다 많은 수치다.

대만 노동부는 “대만에선 외국인 근로자가 행방불명될 경우 즉시 추방될 뿐 아니라 다시는 대만에서 일을 할 수 없도록 제한된다”며 “입국했을 때부터 공항에서 수시로 교육, 홍보, 방송, 지침서 제공, 메신저 안내 등을 통해 (불법체류 등) 위법한 행위를 억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만 이민서도 “2012년부터 노동부와 협력해 특별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며 “조사·단속뿐 아니라 ‘자진 신고 프로젝트’를 통해 불법체류 외국인의 자진 신고를 유도했다”고 강조했다. 실제 올해 해당 프로젝트로 총 2만1932명의 불법체류 외국인을 검거해 지난해에 비해 단속 효과가 향상됐다.

대만이 그리고 있는 이민정책의 청사진은 ‘공생’이다.

대만 노동부는 “단기 목표는 대만의 노동력을 보충하고 생산 및 소비를 늘리는 것이지만 장기 목표는 대만의 인구구조 자체를 개선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 이민서도 “외국인 근로자가 대만에서 잠재력을 발휘하고 꿈을 이루길 바란다”고 밝혔다.

notstrong@heraldcorp.com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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