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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쁜 상황 우리가 차단”… 외국인 지원 팔걷은 일본 그 중심엔 ‘헬로워크’[저출산 0.7의 경고-일본 이민을 보다]
출입국재류관리국, ‘외국인 체류지원센터' 신설…관리 아니라 지원
헬로워크, 취업뿐 아니라 생활 전반에 대해서도 지원
핫라인 운영해 주말·공휴일에도 전화 상담 가능
한국은 반대…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내년에 폐쇄 위기
지난 13일 오후4시께 찾은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의 출입국재류관리국. 외국인 노동자들이 상담을 기다리고 있다. [나고야=안세연 기자]

[헤럴드경제(나고야, 하마마쓰)=안세연·박지영 기자] 지난 13일 오후 4시께 찾은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의 출입국재류관리국. 외국인 근로자 부모와 함께 센터를 찾은 한 어린이가 유아용 놀이터에서 장난감 공을 만지며 놀았다. 출입국재류관리국은 법을 어긴 외국인에게 저승사자와 같은 곳이지만 최근 이곳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2020년 7월부터 ‘외국인 체류지원센터(FRESC)’를 신설해 외국인 근로자를 ‘지원’하면서부터다.

“가정폭력을 당했는데 도와주세요", “본국에 있는 가족을 부르고 싶은데 어떻게 하죠?”, “영주심사에서 탈락했는데 어떻게 하나요.” 센터 상담창구에 자주 들을 수 있는 상담 내용이다. 이날도 수십 명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상담을 받고 있었다. 총무과 직원 무라세 에이지(41)씨는 “사람이 많을 땐 모든 좌석이 꽉 찬다”고 했다.

상담 업무를 맡고있는 미나토 나오(44)씨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애로 상황을 듣고 개별적으로 안내하고 있다”며 “창구에서 ‘상담하길 잘했다’는 감사 인사를 많이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기존엔 관리 위주의 업무만 했지만 외국인 근로자가 늘어나면서 지원 업무가 신설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출입국재류관리국, ‘외국인 체류지원센터’ 신설=이처럼 일본은 2019년 특정기능제도의 도입으로 외국인 근로자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자, 지원책을 넓혔다.

한국의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격인 출입국재류관리국 FRESC에선 입국, 재류 등에 대한 문의 뿐 아니라 생활 상담이 가능하다. 전화·이메일 문의 뿐 아니라 방문 상담도 지원한다. 센터 개소 이후 지난 7월까지 3년간 누적 28만6959건의 상담이 이뤄졌고, 매월 1만건이 넘는 상담이 이뤄지고 있다.

예를들어 가정폭력에 대한 상담이 들어올 경우 센터는 가정피해 지원 시설을 안내해준다. 피해자가 원한다면 보호시설 입소도 지원하고, 관련 기관에 연계하는 것까지 담당한다.

지난 13일 오후4시께 찾은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의 출입국재류관리국.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상담을 지원하고 있다. [나고야=안세연 기자]

반면 한국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는 이러한 대면 상담 업무를 지원하지 않는다. 법무부 관계자는 “외국인종합안내센터를 통해 전화 상담을 지원하고 있다”며 “출입국 관련 민원과 생활편의 안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544개 헬로워크 중 135개에 통역원 배치, 취업 상담·생활 전반 지원=헬로워크도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지원을 넓히고 있다. 헬로워크는 한국의 고용복지센터와 비슷한 국가기관이다. 지난 한 해 동안 458만명이 넘는 신규 구직자가 전국 544개 헬로워크를 찾았고, 이중 122만6000건에 대해 취업이 이뤄졌다. 직업 소개, 고용보험, 노인·장애인·육아 중 부모 등에 대한 취업 지원이 주요 업무다. 헬로워크 소속 직원 숫자만 해도 지난 4월 기준 1만219명이고, 상담원 수는 2만123명에 달한다.

외국인 취업 지원도 헬로워크의 주요 업무 중 하나다. 전국 135개 헬로워크에 통역원이 배치돼 있다. 지역 특성에 따라 통역사를 배치하고, 맞춤형 취업 상담을 하는 식이다. 취업촉진 지도관 스즈키 리에코 씨는 “하마마쓰 지역은 자동차 기업 스즈키 등이 있어 제조업에서 일하는 브라질인이 많다”며 “이들을 대상으로 일본어 교육, 직업 소개, 이직 상담, 교육훈련 등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10일 오후 2시께 찾은 일본 시즈오카현 하마마쓰의 헬로워크는 일본인뿐 아니라 브라질인 등 외국인 민원인들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상담사와 민원인이 주고받는 대화도 일본어와 영어, 포르투갈어 등 다양했다. 센터에 비치된 안내문도 다양한 외국어로 제공되고 있었다.

지난 10일 오후 2시께 찾은 일본 시즈오카현 하마마쓰의 헬로워크 전경. [하마마쓰=안세연 기자]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헬로워크는 평일 야간, 토요일에도 문을 여는 경우가 많다. 하마마쓰 헬로워크도 격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직업 상담·직업 소개 업무를 지원한다. 평일에 시간을 내기 어려운 외국인 근로자들을 배려하려는 조치다.

헬로워크는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해 취업뿐 아니라 생활 전반에 대해서도 지원한다. 외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 ‘외국인 출장 상담 코너’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하마마쓰의 경우 토요일을 포함 매주 5회, 시청에서 포르투갈어로 생활 전반에 대해 상담을 지원한다. 또한 후생노동성은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한 핫라인도 운영하고 있다. 주말·공휴일에도 오후 9시~10시까지 14개 언어로 전화 상담이 가능하다.

하마마쓰 헬로워크에서 외국인근로자 전문관 오노 기요시 씨는 “외국인 근로자에게 (임금 체불 등) 나쁜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우리가 보호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폐쇄 위기=오히려 한국은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지원센터가 폐쇄될 위기다. E-9 비자(고용허가제)로 들어오는 외국인 근로자는 기존 11만명에서 12만명으로 확대되는데, 정작 이들을 지원할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의 예산은 기존 70억원에서 내년 전액 삭감됐다. 일본과 달리 지원책이 늘기는커녕 반대인 상황이다.

하마마쓰 헬로워크의 외국인근로자 전문관 오노 씨에게 이 소식을 전하자, 그는 “정말이냐”며 눈을 크게 뜨고 놀라 되물었다. 오노 씨는 “외국인 근로자에게 일자리를 소개하고 지원하는 것은 중요한 업무”라며 “한국에서 센터가 없어지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일본 하마마쓰 헬로워크에서 만난 외국인근로자 전문관 오노 기요시 씨가 헤럴드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하마마쓰시=안세연 기자]

류지호 의정부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상담팀장은 “기존에 해오던 한국어 교육, 고충 상담, 건강검진 지원 등 모든 업무가 중단될 위기”라며 “전국 44개 센터가 문을 닫게 됐다”고 밝혔다. 비판 여론이 확산하자, 고용노동부는 “지원 업무를 관공서로 이관하는 것일 뿐”이라며 “지방고용노동관서의 다국어 상담원을 늘리고, 주말 전화 상담 서비스를 확대하겠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류 팀장은 “사실상 지원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지금도 고용복지센터 업무가 과중돼 전화 연결 자체가 어려운 상황인데 상담원을 몇 명 늘리는 게 해결책이 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고용부에서 외국인 근로자의 지원책에 대한 청사진을 세우고, 관공서와 공감대를 형성해 정책을 변경한 게 아니라 단순 세수 확보 차원에서 예산을 일방적으로 삭감한 것이 유감”이라고 밝혔다.

외국인 유학생 등 고도인재에 대한 지원도 상황은 비슷하다. 일본은 국가가 주도해 센터를 운영하는 등 다양한 지원책을 펼치고 있지만 한국은 아직 전략을 세우고, 규제를 없애는 정도의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정부가 별도의 지원 기구를 설치할 계획은 없다”며 “대학과 지역 기업, 지방자치단체가 연계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도 지난 8월 “유학생에 대한 취업 규제를 개선하겠다”며 “기존엔 유학생이 대학 졸업 후 사무·전문직에만 취업할 수 있어 취업률이 낮았지만 이를 3년간 전면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notstrong@heraldcorp.com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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