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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쿄 한복판에 외국인 유학생 취업 허브, 우크라 난민도 취업[저출산 0.7의 경고-일본 이민을 보다]
지난 한 해 동안 5000명 신규 구직자 방문, 500명 취직까지 결정
1년에 3번 합동 취업 면접회 열려…94개 기업 참여, 153건 채용확정
우크라이나 난민 전용 취업 지원 창구까지
외국인 유학생 취업률, 일본 높지만 한국 낮아
지난 6월, 일본 도쿄 외국인고용서비스센터 주최로 합동 취업 면접회가 열렸다. 기업 94개사와 구직자 908명이 참여해 면접이 총 2426건 이뤄졌고, 내정(채용 확정)은 153건 이뤄졌다. [도쿄 외국인고용서비스센터 제공]

[헤럴드경제(도쿄)=안세연·박지영 기자] 지난 13일 찾은 일본 도쿄의 외국인고용서비스센터. 도쿄 한복판 요츠야타워 13층에 있는 이곳을 중국인 유학생 손 이메이(24)씨가 방문했다. 그는 일본 요코하마에 있는 한 대학에서 경영학을 졸업했다. 손 이메이씨는 “일본 기업에 취업하고 싶다”며 “일자리 소개, 모의 면접 등을 받고 싶어서 방문했다”고 말했다.

도쿄 외국인고용서비스센터는 외국인 유학생, 고도인재를 대상으로 ▷일자리 소개 ▷취업 상담 ▷면접회 ▷인턴십 지원 등 6가지 업무를 담당하는 국가 기관이다. 한국은 비슷한 업무를 각 대학·지방자치단체가 자율적으로 맡고 있지만 일본은 국가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게 차이점이다.

“국가가 센터를 운영하는 이유가 궁금하다”고 묻자, 오오가키 타카오 센터실장은 “일본은 젊은 근로자의 수가 계속 감소하고 있다”며 “외국인 유학생 등이 일본 기업에 취업하기 위해선 국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전공 따라 취업 상담…1년간 5000명 방문=센터에선 유학생의 전공에 따라 맞춤형 일자리를 소개한다. 오오가키 센터실장은 “문과라면 영업·외교, 이과라면 IT·프로그램·연구직 등에 취업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력서 작성, 면접 지도, 인턴십 지원, 입사 후 비자 변경까지 전방위적인 지원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센터에 소속된 직원은 총 32명이다. 전문 상담원이 배치돼 있고, 일본어뿐 아니라 영어·중국어가 가능한 통역사도 있다. 전세 계약 등 일상 법률상담도 변호사 지원을 통해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임금 체불 등 민형사상 사건이 발생할 경우 상담부터 전문 변호사 소개까지 센터가 지원해 준다.

지난 13일 찾은 일본 도쿄의 외국인고용서비스센터. 한 외국인 유학생이 상담을 위해 기다리고 있다.[도쿄=안세연 기자]

센터엔 하루 평균 60명 정도의 외국인 유학생 등이 방문한다. 작년 한 해 동안 총 4982명의 신규 구직자가 방문했고, 이중 취직까지 결정된 건 476명이다. 신규 구직자를 국가별로 분류하면 중국이 28.2%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베트남(21.9%), 네팔(8.1%), 미얀마(6%)가 이었다. 한국은 3.6%로 5위였다.

가장 큰 행사는 1년에 3번 열리는 ‘합동 취업 면접회’다. 이는 기업과 구직자가 한자리에 모여 합동 면접을 보는 행사다. 지난 6월에 열린 면접회엔 기업 94개사와 구직자 908명이 참여했다. 면접은 총 2426건 이뤄졌으며 내정(채용 확정)은 현재까지 153건 이뤄졌다. 참여한 기업은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다양하다. 최근엔 유명 안경 체인점, 식료품 체인점 등이 면접회에 참여해 외국인 유학생을 채용했다.

지난 6월에 열린 합동취업면접회. [도쿄 외국인고용서비스센터 제공]

▶우크라이나 난민 취업 지원 전용창구까지=센터엔 우크라이나 난민의 취업을 지원하는 전용 창구도 있다. 일자리 소개 등이 이뤄지는 창구로 우크라이나어 통역사도 주 2회 출근한다. 지난 4일 기준, 일본으로 입국한 난민 2518명 중 1923명이 1년간 유효한 특정활동 비자를 얻어 거주 중이다. 이 중 586명은 도쿄에 거주하고 있는데, 176명이 센터 등을 통해 구직을 희망했다. 현재 54명에 대해 취직이 결정됐다.

우크라이나 난민의 취업을 지원하는 전용 창구. 주2회 우크라이나어 통역사도 출근한다. [도쿄=안세연 기자]

오오가키 센터실장은 “우크라이나 난민 중엔 디자인 회사에 취직한 분도 있다”며 “일본어가 어려운 경우 단순 반복 업무를 맡게 되지만 일본어만 된다면 데스크 업무를 맡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센터 업무에 대해 한국인 유학생 요코하마 국립대 3학년 김범진(26)씨는 “일본이 문호를 열고 외국인 유학생을 적극 수용하려고 하는 게 느껴진다”며 “센터에서 제공하는 일자리의 질이 더욱 높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학 졸업을 앞둔 김범진씨는 현재 일본 기업에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센터 직원 타나카 토시에씨는 “구직자와 상담을 통해 적성에 맞는 취업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며 “이력서를 일본어로 번역하거나, 면접 전날엔 전화로 면접 연습을 도와주고 있다”고 했다. 이어 “실제 취업까지 이뤄진 외국인에게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전화가 왔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고 했다

이처럼 국가의 전방위적인 지원 결과, 일본은 외국인 유학생의 취업률이 높은 편이다. 정부 산하기관인 일본학생지원기구(JASSO)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유학생의 국내 취업률은 단기대학 졸업생이 56.2%에 달했고, 전문학교·대학학부 졸업생도 각각 34.6%, 32.4% 정도로 나타났다.

반면 한국은 외국인 유학생의 취업률이 낮다. 한국에서 학위과정을 밟은 외국인 유학생 수는 2010년 7만명에서 2022년 14만명으로 약 2배 증가했지만 지난해 기준 외국인 유학생의 취업률은 16%에 그쳤다. 대부분 대학을 졸업한 뒤 제3국이나 본국으로 돌아가고 있는 셈이다.

notstrong@heraldcorp.com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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