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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생물로 땅의 미래 알 수 있죠”
신재호 마이크로발란스 대표
“마이크로바이옴 활용 토양 분석
지력 복원땐 농업 효율성 높아져”
마이크로발란스의 실험실 공장이 위치한 경북대 친환경농업교육연구센터 [마이크로발란스 제공]

“이 땅에서 인삼 농사를 얼마나 더 지을 수 있을까요?”

한국 인삼이 세계 최고의 품질을 자랑 할 수 있는 조건으로는 기후나 재배 기술도 있겠지만, 토양이 결정적이다. 인삼을 심기 전부터 재배지를 엄선하고, 2년 간 토양을 관리한다. 대신 인삼을 수확하고 난 토양은 10년 이상 농사를 지을 수 없는 땅이 된다. 양분을 모조리 빼앗기기 때문이다.

기존과 달리 농사를 이어지을 수 있는 땅인지 구분하고 토양을 금방 회복할 수 있는 기술이 나왔다. 이 기술을 개발 중인 스타트업 마이크로발란스는 미생물을 통해 토양 생태계를 복원하고 친환경 농업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마이크로발란스는 지난해 6월 설립된 맞춤형 농업용 제품 공급 스타트업이다. 30년 이상 미생물 연구를 해온 신재호(사진) 경북대 분자미생물학연구실 교수가 대표로 있다. 신 대표는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대규모 농업이 활발한 중앙아시아 등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과 기업 간 거래(B2B)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기업의 핵심 기술은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에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이란 미생물과 생태계의 합성어로 인간을 비롯해 동식물, 토양, 바다, 대기 등에 존재하는 미생물과 유전 정보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토양의 미생물을 인공지능 머신러닝을 통해 분석하면 연작 피해가 있을 지 90.9% 이상의 확률로 예측할 수 있다는 게 마이크로발란스의 설명이다. 이를 위해 인삼뿌리썩음병이 발생한 130여 점의 토양 샘플을 분석해 10만점 이상의 미생물 정보를 축적했다.

미생물 연구는 신약 개발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지만 동식물이나 토양 등에 적용한 사례는 국내에 아직 많지 않다. 신 대표는 “사람과 토양 환경도 미생물의 관점에서 보면 마찬가지”라며 “농작물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인지 판별할 수 있으면 토양의 생산력을 높이는 방법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생물을 활용하면 토양 분석뿐 아니라 화학 농약 및 비료도 대체할 수 있다. 전세계적으로도 화학 농약 사용 등을 줄이며 농업 분야의 환경오염을 감소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유럽연합(EU)의 경우 탄소배출량을 줄이려는 계획에 농업도 주요하게 포함된 상태다. 2030년까지 화학 농약은 50%, 비료는 20%를 줄이는 게 목표다.

이에 비해 국내에서 농업 분야에서 탄소를 줄이려는 노력은 미미한 편이다. 특히 한국의 국내 화학비료 사용량은 ㏊당 313.2 ㎏(2017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많다.

미생물을 활용해 적합한 토양을 판별하고 토양의 회복력을 높이는 게 친환경 농업이라는 게 신재호 대표의 설명이다. 이 때 농업 효율성과 농가소득도 높일 수 있다. 농업선진국인 미국에서는 미생물을 농업에 적용하려는 벤처기업들이 수년 전부터 늘어나고 있다.

신 대표는 “국내에서는 노동집약적으로 토양의 생산력 이상을 수확하고 있다. 이러면 매번 새로운 농지가 필요한 셈”이라며 “토양의 회복력을 높이면 자본과 노동력을 덜 투입하고도 비슷한 수준의 수확을 하는 게 바람직한 친환경 농법”이라고 강조했다.

주소현 기자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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