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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킹더랜드’ 가치를 묻는 드라마[서병기 연예톡톡]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6일 종영한 JTBC 토일드라마 ‘킹더랜드’는 결코 가벼운 드라마가 아니었다. 포장지는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지만, 알맹이는 가치를 묻는 묵직함이 있는 드라마였다. 그래서 캔디-백마탄 왕자라는 신데렐라 드라마의 형태를 띠면서도 전형적인 로코가 되지는 않았다.

호텔을 경영하는 방식에서 구원(이준호)과 구화란(김선영), 이 배 다른 남매의 가치가 충돌했다. 화란의 가치관은 럭셔리 호텔과 세계 1위 호텔을 지향하며, 가능한 큰 수익을 창출하는 호텔을 만드는 것이다.

구원이 지향하는 호텔은 이와는 크게 달랐다. 구원은 기자회견에서 해외 진출을 묻는 질문에 “글로벌 대형호텔들과 협약을 맺는 게 아니고, 객실 20개 이하의 작은 호텔들과 협약을 맺는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구원은 고급화와 대형화만을 추구하는 호텔내에서의 직원들의 웃음을 거짓웃음으로 봤다. 킹호텔 대표 구원은 “제가 본부장 취임시 킹호텔을 거짓웃음 없는 호텔로 만들겠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킹호텔 목표는 세계 1위가 아닙니다. 모두 진심으로 웃을 수 있는 그런 호텔이 되는 것. 그게 우리 킹호텔의 목표입니다”라고 밝혀 양적 성장만이 아닌 구성원이 진정 행복할 수 있는 조직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게 했다.

그래서 이미 100주년 기념 행사도 화란의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콘셉트를 잡았다. 호텔을 확장시키는데 유리한 고위공직자들을 초청하라는 화란과 달리, 킹호텔을 현장에서 지금까지 있게 만드는 데 묵묵히 기여해온 시니어들 위주로 초청해 무대에 올려 그들의 가치를 인정해줬다.

오랫동안 억눌려서 빛을 보지 못한 사람들 또는 가치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담대하게 공론 장에 제시한 구원이 추구하는 가치는 의미심장하다.

구원과 천사랑(임윤아)의 가치는 정확히 일치한다. 15회 엔딩에서 천사랑은 프러포즈를 하려는 구원에게 “나 그만하고 싶어. 나 떠날래. 떠나고 싶어”라고 말했다. 순간적으로 ‘낚시’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천사랑은 호텔리어로서 자신이 평소 구상한 가치를 실현시킬 수 있는 호텔을 창업하기 위해 “떠날래”라고 말한 것이다. 구원과 헤어지려는 게 아니라 천사장이 되려는 것이었다.

그 호텔은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에서 나왔던 아담한 어촌처럼 이를 닦을 때도 바다가 보이는 한적한 어촌 마을이었고, 호텔명은 자신의 이름처럼 사랑이 시작되는 곳인 아모르 호텔이었다.

천사랑은 구원이 미국 출장을 가있는 동안 구원의 아버지 구일훈 회장(손병호)에 의해 지방 계열사의 작은 호텔로 좌천(?)됐다. 다른 기업에 매각될 운명에 있는 이 호텔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사기가 꺾여 있을 수밖에 없었다. 천사랑은 그런 상황을 바라보며 자신이 마음속에 그리고 있는 호텔을 구상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킹더랜드’가 입봉작이라는 최롬 작가는 글로벌, 대형화라는 가치에서 스몰화, 로컬화의 가치를 묻고 있었다. 역대 정권의 지방 정책은 대부분 실패했다. 성공했다면 수도권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살 리가 없고, 대장동 사태도 터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킹더랜드’는 물량주의, 대형화을 추구하면서 그 속에 있는 소소하지만 소중한 가치들을 잃어버리지는 않았는지를 묻고 있다.

천사랑의 친구들인 오평화(고원희)와 강다을(김가은)의 이름도 잃고 있거나, 실현시키지 못하고 있는 가치를 재인식하게 만들겠다는 의도하에 만들어졌다. 이혼녀라는 소문 등등으로 사무장으로 승진하지 못하는 오평화가 결국 평화를 얻게돈다. 회사와 남편, 시부모 등 모두에게 을이었던 다을이는 자신이 챙겨야 할 가장 중요한 사람은 ‘나’라는 걸 깨닫고 진정한 갑으로 거듭난다. 이 과정에서 이로운 사람인 이로운(김재원)과 초롱초롱 빛나는 딸 초롱(이예주)의 도움을 받는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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