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에서도 ‘비관’ 목소리…“서로 ‘이상한 사람’으로 보지 않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5일 오전 국회에서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취임 100일을 맞이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 “양국 정상회담도 아니고 당대표끼리 만나는데 무슨 조건이 그렇게 까다로운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가 여야 대표 회동을 제안한 지 3주가 지났지만 논의가 지지부진 한 이유를 이 대표 측에 돌린 것이다. 정치권에선 회동 논의가 ‘뜬구름 잡기’ 식으로 진행되면서 사실상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여야 당대표 간 회동은) 언제든지 찾아가고 찾아오고 차 한잔하면서 의견이 다르면 다른 대로 토론도 하고 같으면 힘을 합치는 것인데 무슨 조건이 그렇게 까다롭고 사전 조율이 복잡한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이 대표가 만남을 요청했는데 시기를 언제로 보냐’는 질문에 “이 대표가 만남을 요청했다고 하는데 틀렸다”고 정정했다. 김 대표는 “제가 먼저 만남을 요청했는데 이 대표가 거절하고 TV 공개 토론을 하자고 한 것”이라며 “이에 토론과 별개로 회담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는데, 답변이 계속 오지 않더니 어제 추가경정예산(추경) 관련 제안을 했는데 추경만을 위한 회담이라는 것이 있냐”고 했다. ‘추경을 논의할 것이라면 비공개 회담도 하겠다’는 이 대표 측 제안을 사실상 거절한 것으로 풀이된다.
양당은 오는 19~20일 예정된 교섭단체 연설 직후 양당 대표 회동을 구체화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실제 회동이 성사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회동 성사 여부가 중요한데 개인적으로 성사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당 지도부는 “김 대표든 이 대표든 서로 만나고 싶어하는 눈치”라면서도 “하지만 갈등의 골이 깊다 보니 한쪽이 (회동 조건을) 양보하지 않는 한 회동하긴 쉽지 않을 것이다. 지금도 서로가 서로를 ‘이상한 사람’이라고 바라보고 있지 않냐”고 비관했다. ‘언제, 어떻게’ 회동할 지 보다 ‘책임’ 공방으로 논의가 흐르면서, 양당 대표 회동의 본질인 ‘협치’가 실종됐다는 평가다.
‘문재인 정권 심판론’을 내세운 김 대표는 이날 이 대표를 향해 날을 세웠다. 김 대표는 “자칫 습관성 약품처럼 그때그때 시원하기는 하지만 시간이 지나 김이 빠지면 맹물만도 못한 ‘사이다 정치’를 추구하지 않고 은근하고 끈기 있게, 차근차근 숙성시키면서 좋은 맛과 향을 내는 ‘와인 정치’를 추구하겠다”고 했다.
정치권에서 ‘사이다 정치’는 이 대표의 추진력 있는 정치 스타일을 표현하는 단어다. 민주당이 이 대표 ‘사법리스크’를 비롯해 각종 ‘도덕성 논란’에 휩싸인 만큼, 당장은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더라도 안정적으로 당을 운영해 총선 승리를 거두겠다는 김 대표의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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