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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생물이 플라스틱 먹고 ‘고순도’만 남긴다”
서동은 리플라 대표, 기술 개발중
복합 소재 특정물질 남겨 재활용

사람이 밥을 먹듯, 미생물이 플라스틱을 먹어 없애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스타트업 리플라는 미생물들이 편식하는 특성을 플라스틱 재활용에 활용, 특정 플라스틱만 없애는 방도를 찾아냈다.

서동은(사진) 리플라 대표는 13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세척·파쇄·건조한 플라스틱들을 미생물 탱크에 통과시키면 한 가지 재질만 남는다”며 “순도는 현재 95~98% 수준에서 99.65%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1~4% 작은 차이지만, 순도를 높일수록 단가는 최대 1.6배까지 높아진다”고 했다.

이 미생물들은 플라스틱을 물과 이산화탄소 등으로 분해한다. 이를 활용하면 복합 소재의 플라스틱도 순도를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칫솔, 샴푸 펌프, 약병 뚜껑 등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여러 재질 플라스틱이 섞여 있다는 점이다. 특정 플라스틱만 제거하는 미생물을 사용하면 복합 재질의 플라스틱이 특정 물질만 남는 순도 높은 단일 재질이 된다. 단일 재질의 플라스틱은 재활용할 수 있다.

플라스틱 재활용에서 가장 큰 관건은 바로 순도다. 여러 재질이 섞이는 순간 재활용 가치는 크게 떨어진다. 투명 페트(PET)병만 분리 배출하고 수거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여러 재질이 섞인 플라스틱은 결국 소각하거나 매립한다. 이 때 소요되는 비용도 1만t 당 40억원 가량이다.

리플라는 우선 폴리프로필렌(PP)을 골라낼 예정이다. 흔히 배달이나 포장 용기로 많이 사용되는 그 재질이다. PP는 PET와 달리 재활용이 까다로운 데다 최근 사용량 급증해 미생물 재활용에 적합하다는 게 리플라의 설명이다.

농업에 흔히 사용되는 비닐에도 미생물을 활용할 수 있다. 흙이 많이 묻어 재활용이 거의 불가능했던 비닐들을 미생물 탱크에 집어 넣으면 모조리 분해된다. 플라스틱을 분해하면 물과 이산화탄소로 바뀌는데, 농업에서는 이산화탄소까지도 작물 재배에 활용해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리플라는 지난해부터 플라스틱 재질 분석기도 개발, 판매하고 있다. 재활용 플라스틱의 순도에 따라 쓰임과 가격이 천차만별인데, 재활용 공장이나 구매처에서 쉽고 빠르게 확인할 방법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서 대표가 벌레의 미생물을 활용한 플라스틱 재활용을 처음 떠올린 건 고등학생 때 참여한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국제우주도시설계대회’에서다. 전자공학을 공부하고 싶었지만, 재활용 문제 해결과 창업을 염두에 두고 생명공학과 경영학을 전공했다.

서 대표는 “자원을 버릴 수 없고 모조리 재활용해야 하는 우주와 지구의 운명도 크게 다르지 않다”며 “플라스틱 재활용이 지구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했다. 주소현 기자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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