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돈 봉투 받은 약 20명 의원이 여기에 있다”
“한동훈 발언 직후 모두가 분노…불을 질렀다”
“한동훈 내세워 방탄국회 합리화” 지적도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윤관석, 이성만 의원 체포동의 요청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
[헤럴드경제=이승환·김진 기자]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돈 봉투 의혹’ 수사를 받는 윤관석·이성만 의원에 대한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이 또 다시 부결됐다. 국민의힘과 정의당이 ‘가결’을 당론으로 정한 가운데 과반 이상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 의원들 대다수가 반대하면서 부결됐다.
민주당의 압도적인 부결표의 원인으로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입’이 꼽힌다. 노웅래 의원과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에도 화제가 됐던 한 장관의 도발적인 화법이 의원들의 반발심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한편에서는 “민주당이 한 장관을 내세워 핑계를 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장관은 지난 12일 오후 국회 본회의 체포동의안 표결에 앞서 이뤄진 체포동의요청 이유 설명 말미에서 “오늘 표결하실 범죄 사실의 핵심은 민주당 당대표 선거에서 송영길 후보 지지의 대가로 민주당 국회의원 약 20명에게 돈 봉투를 돌렸다는 것”이라며 “그 돈 봉투를 받은 것으로 지목되는 약 20명의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여기 계시고, 표결에도 참여하게 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한 장관은 “최근 체포동의안들의 표결 결과를 보면 그 20명의 표는 표결의 결과를 좌우하는 캐스팅보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돈 봉투를 돌린 혐의를 받는 사람들의 체포 여부를 돈 봉투를 받은 혐의를 받는 사람들의 결정하는 것은 공정하지도, 공정해 보이지도 않는다”고 했다.
한 장관의 발언이 끝나자 민주당 의석에서는 야유와 고성이 터져 나왔다. 직후 표결을 진행한 윤관석 의원의 체포동의안은 재석 293명 중 찬성 139명, 반대 145명, 기권 9명으로 부결됐다. 이 의원의 체포동의안은 재석 293명 중 찬성 132명, 반대 155명, 기권 6명으로 부결됐다. 무기명 표결 사안인 체포동의안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의 과반 찬성 시 의결되며, 부결 시 구속영장은 자동 기각된다.
구속 중인 정찬민 의원을 제외한 국민의힘(112석)과 정의당(6명)이 당론으로 찬성했다는 점에서, 표결 결과는 사실상 10~20명을 제외한 민주당 의원 대다수가 반대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를 놓고 민주당 지도부의 핵심 관계자는 “한 장관의 발언이 나온 직후 모두가 분노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한 중진 의원도 헤럴드경제에 “(당론이 아닌) 자율 투표였는데 이 정도로 부결표가 몰린 것은 한동훈 장관에 대한 반감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13일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이건 불을 지른 것”이라며 “‘검찰이 우리 민주당 의원들을 사냥감으로 보고 있는 게 맞구나’라는 그런 생각을 (의원들이) 하셨던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한 장관을 앞세워 ‘방탄 국회’를 합리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의 한 초선 의원은 “민주당은 어차피 가결시킬 생각이 없었다”며 “한 장관의 발언이 좋은 핑곗거리가 됐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의 중진 의원도 “(체포동의안이) 언젠가는 자신의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다들 부결표를 던진 것이라고 본다. 반성이 없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한 장관이 민주당에 ‘방탄 프레임’을 덧씌우기 위해 의도적으로 민주당을 자극했다는 시각도 있다. 다만 한 장관은 취재진의 관련 질문에 “민주당은 저 없으면 어떻게 사셨을지 모르겠다”며 “모든 게 다 제가 하는 거고, 민주당은 제가 원하는대로 움직일 수 있는 정당이라는 말씀이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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