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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공한 자치구 대책이 전국으로” 성동·강동에서 보는 희망[저출산, 0.7의 경고]
성동구 국공립어린이집 확충, 워킹스쿨버스 등 인프라↑
“지자체에서 시작한 정책도 국가적 차원의 정책 가능해”
강동구 유아복합 커뮤니티 확충, 난임부부 시술 지원 등
“10년 넘게 천천히 일관성 있게 저출산 정책 확대할 것”
성동구·강동구 합계출산율 [성동구·강동구 자료 제공]
서울 꾸러기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서울시 제공]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전국의 합계출산율 0.78보다도 훨씬 낮은 0.5라는 수치로 초저출산 상황에 직면한 서울. 그 안에서도 꾸준히 대응책을 마련해 효과를 보고 있는 자치구가 있다. 보육 인프라 확충과 국공립어린이집 이용률을 높인 성동구는 10년간 저출산 대책에 힘쓴 결과 서울에서 가장 높은 합계출산율을 기록했으며, 강동구는 저출산 대책으로 합계출산율을 하락세에서 상승세로 돌리기도 했다.

8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서울시 합계출산율은 0.59명으로 전국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5년 새 합계출산율 흐름은 2018년 0.76명, 2019년 0.71명, 2020년 0.64명, 2021년 0.62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해 서울은 1·4분기에 0.67명, 4·4분기에 0.54명으로 0.13명 감소했기 때문에 추세를 이어갈 경우 올해 4·4분기엔 합계출산율 0.4명이라는 기록적인 수치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기록적인 저출산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성동구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10년째 기울이고 있다. 서울 성동구는 ‘보육·양육 인프라’에 집중해 25개 자치구 가운데 합계출산율 1~2위를 기록하고 있다. 성동구는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모든 생애의 삶의 질이 향상되어야 한다’는 지점에 초점을 맞추고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성동구는 10년 동안 국공립어린이집 확충·워킹스쿨버스·임산부 돌봄서비스 등 저출산 인프라에 집중했다. 성동구는 어린이집 수가 2014년부터 8년 연속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보육의 양보다는 질에 집중해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과 더불어 이용률을 높였다. 성동구는 현재 국공립어린이집 총 81개소를 운영하며, 이용률 66.8%로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이용률 1위를 올리고 있다.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낙엽놀이 축제를 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어린이집과 유치원 이후에도 등교부터 걱정인 학부모가 많다는 점에서 정책을 착안해 성동구는 2014년부터 초등학교 등하굣길 워킹스쿨버스 노선을 운영하고 있다.

‘걸어다니는 스쿨버스’인 워킹스쿨버스를 위해 구에서 채용한 84명의 교통안전지도사가 학교와 집을 오가는 지정노선에서 방향이 비슷한 초등학생과 동행하는 사업이다. 올해 워킹스쿨버스는 관내 17개 초등학교에서 38개 노선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방학 중에도 돌봄교실 아동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확대했다.

성동구에서 워킹스쿨버스를 이용하고 있다는 학부모 황희진(41) 씨는 “학교와 집을 오가는 등하굣길에서 등교 1시간, 하교 2시간씩 방향이 비슷한 친구들끼리 묶어서 안전하게 등교를 도와주니 마음이 놓인다”고 했다.

이 외에도 성동구는 자치구 최초로 2020년 6월 임산부 가사돌봄 서비스를 실시하기도 했다. 임산부를 대상으로 소득 기준 없이 1일 4시간 청소·세탁 등의 가사돌봄과 위급시 병원 동반 서비스를 제공하며 지난해까지 6회 지원에서 올해는 7회로 늘렸다. 현재 가사돌봄서비스는 서울시를 비롯해 나주시, 광주시 등으로도 확대됐다.

성동구에 거주하는 임산부 박모(31) 씨는 “허리도 제대로 못 가누는 상황에서 구청에 신청한 가사돌봄서비스는 가뭄의 단비같은 존재였다”라며 “혹시나 둘째를 낳는다면 가사돌봄서비스를 더 많이 이용하고 싶다”고 했다.

성동구에서 시작한 워킹스쿨버스는 현재 대구시, 화성시, 부천시 등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운영하고 있다. 특히 대구시는 대구시교육청과 함께 예산을 지원해 초·중학교로 확대하고 있다.

성동구 관계자는 “올해 1월에는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소멸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조직개편을 통해 영유아과를 신설해 출생 및 보육 정책을 전담하고 있다”라며 “국가적 차원의 저출산 대책은 결국 작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시작해 커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강동구 천호동 구립 꿈사랑 어린이집. [강동구 제공]

강동구는 신혼부부 사이에서 떠오르는 ‘아이 키우기 좋은 자치구’로 꼽히고 있다. 2019년 0.75명으로 10위였던 강동구 합계출산율은 2021년 0.79명(1위), 2022년 0.72명(1위)을 기록하고 있다. 강동구는 최근 10년간 대규모 재건축을 진행해 신혼부부가 많은 구 특성을 고려해 돌봄 인프라 확대에 집중했다.

강동구는 최근 국공립어린이집 2개소를 추가로 개소했으며, 우리동네 키움센터, 영유아단시간돌봄센터, 열린어린이집, 천호청소년문화의집 개관 등으로 돌봄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또 유아 복합커뮤니티 놀이시설인 아이맘·강동은 약 7만명이 이용하는 등 방과 후 아동의 자치활동과 돌봄 기능을 강화했다.

강동구에 사는 신혼부부 정모(29) 씨는 “청약 당첨으로 강동구에 와서 살게 됐는데, 재건축이 최근에 많이 이뤄진 만큼 돌봄 인프라도 잘 되어 있는 것 같다”라며 “아이를 낳게 된다면 최대한 많은 인프라가 있는 곳에서 낳고 싶다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강동구만의 저출산 대책으로는 ‘다자녀 가정과 기업의 WIN-WIN 프로젝트’도 있다. 다자녀 양육 가정과 기업 간 1대1 결연하고, 기업이 가정에 매월 10만원의 양육비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이 외에도 강동구는 난임부부 시술 1486건을 지원하고, 강동 아이맘 택시 사업을 통해 임산부당 6만원의 마일리지를 제공해 약 3000명의 구민에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난임부부 시술 지원은 서울시 차원에서도 진행하고 있으며, 정부에서 전국적으로 규모를 키우고 있다.

강동구 관계자는 ‘10년 넘게 저출산 정책 파고 파니…2.95명 기록적 출산율 나오더라’(본지 4월 5일 자)는 기사 속 일본 공무원 모리야스 에이지 씨의 “10년 넘게 다가가야 사람들의 마음을 여는 것이 저출산정책이다. 매우 오래 걸린다”라는 말을 언급하며 “비혼 청년들에게 출산을 장려하는 정책보다는 양육자와 아이가 만족하고 살기 좋은 지역을 만드는 데 우선 중점을 두는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고 생각했다”라며 “포기하지 않고, 한꺼번에 무언가를 바꾸려고 하지 않고 천천히 일관성 있는 정책을 꾸준하게 진행해 저출산 상황을 극복한 자치구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brunc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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