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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보다 배꼽이 큰’ 전세퇴거자금 대출
중도상환수수료·DSR 규제로 대출문턱 높아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역전세’난으로 전세금을 반환하지 못하는 임대인이 늘고 있는 가운데, 올 들어 은행권의 전세퇴거자금 대출(보증금 반환대출) 규모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여전히 수백만원에 달하는 중도상환수수료 부담 및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으로 대출 실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증금 돌려주려 받은 대출금만 5조원...“‘역전세난’ 더 심해진다”=30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에서 올해 1~4월 새로 실행된 전세퇴거자금 대출액은 2조968억원으로 직전 4개월(1조2798억원)과 비교해 64%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다 지난 2월 신청이 시작된 정책모기지 특례보금자리론에는 임차보증금 반환 용도의 신청액만 약 2조6210억원(4월 말 기준)이 몰렸다. 올해만 보증금 반환을 위한 대출 수요가 5조원 규모에 다다른 셈이다. 전세퇴거자금 대출은 임차보증금 반환 목적으로 실행한 주택담보대출을 말한다.

전세퇴거자금 대출 수요가 증가한 원인은 부동산 경기 침체 및 전세가격 하락으로 발생한 ‘역전세난’에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4월까지 집계된 올해 HUG의 전세보증사고금액은 1조830억원으로 약 4달만에 지난해 보증사고금액(1조1726억원)에 육박한 상황이다.

▶DSR 규제에 중도상환수수료까지...임대인들, “대출 문턱 더 낮춰달라”=문제는 보증금 미반환 사고를 줄일 수 있는 선택지 중 하나인 전세퇴거자금 대출의 문턱이 높다는 것이다. 그중 하나가 중도상환수수료다. 은행은 일반적으로 주담대에 대해 3년까지 약 1.5% 내외의 중도상환수수료를 부과한다. 따라서 다음 세입자를 구하거나, 보증금 차액을 마련할 때까지 단기자금을 빌려도 수백만원에 달하는 수수료 부담을 감내해야 한다.

예컨대 2억원의 전세퇴거자금 대출을 실행한 후 3개월 차에 상환한다고 가정할 때, 중도상환수수료는 약 275만원으로 책정된다. 지난달 5대 은행의 주담대 평균금리(4.42%)를 적용하면 3개월간 부과되는 이자는 약 221만원으로, 수수료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다.

높은 문턱은 이뿐만이 아니다. 금융당국은 지난 2월 임차보증금 반환 목적 주담대와 관련한 각종 제한을 일괄 폐지했다. 여기에는 규제지역 9억원 초과주택에 대한 전입의무, 다주택자의 규제지역 내 주담대 금지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가장 큰 걸림돌로 여겨졌던 DSR 기준 완화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특례보금자리론 대상에서 벗어난 다주택자들의 문제제기가 계속되자, 금융당국도 전세퇴거자금 대출에 한해 DSR을 일시 완화하는 방안 등에 대한 검토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대출 규제 완화 시, 다음 세입자에 피해가 전가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광우 기자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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