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규 의원 “이념갈등 부추겨 보수층 결집” 비판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이 지난 1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뉴저지 프린스턴대를 방문해 도서관에서 학생들과 이승만 대통령 관련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박민식 초대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현 국가보훈처장)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은 박 후보자의 ‘이념편향’을 지적하고 나섰다. 특히 박 후보자가 줄곧 ‘이승만 기념관’ 건립을 강력 추진해 온 만큼, 이 전 대통령 등에 대한 역사관이 청문회 주요 키워드 중 하나로 떠오를 전망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한규 민주당 의원은 19일 박 후보자의 이념편향이 심각하다면서 이념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실에 따르면 박 후보자는 보훈처장으로 취임한 작년 5월13일 이후 1년여 간 이승만 전 대통령 관련 페이스북 글을 18개 게시했다.
박 후보자는 다수의 페이스북 글에서 “이승만을 다시 생각하자”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7월15일 ‘이승만의 생애와 건국 비전’(유영익 저)이라는 책 표지를 찍어 올리면서 “역사적 공과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겠지만, 의지력과 열정, 카리스마, 정치적 파란만장함, 국제적 정세에 대한 식견 등 개인 역량만을 놓고 보면 비슷한 시기에 활동한 처칠, 드골, 모택동, 장제스, 스탈린 등과 대척해도 전혀 꿇리지 않는 걸출한 인물이었다”고 평가했다.
이틀 뒤인 17일 제헌절에는 ‘김구와 이승만’이라는 제목으로 “정치인으로서 빛과 그림자가 있을 것이고 또 많은 부분에서 달랐지만, 왕정 대신 공화정, 철저한 항일 독립운동과 반공주의라는 세가지 점에서는 두 분의 생각이 비슷했다”고 썼다.
박민식 국가보훈처장 페이스북 갈무리 [김한규 의원실 제공] |
이외에도 올해 3월26일에는 “오늘은 이승만 전 대통령 탄신 148주년”이라며 ‘AI(인공지능) 보이스 클로닝(음성복제)’ 기술로 만든 이 전 대통령의 목소리가 담긴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박 후보자의 이 같은 이승만 재평가 움직임에 대해 김한규 의원은 “이미 역사적으로 평가가 끝난 대통령을 끄집어내 이념 갈등을 부추기는 것은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위한 것이 아니겠나”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또 “보훈을 정쟁의 도구로 쓰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 사람이, 보훈을 정쟁화에 활용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다”면서 “심지어 전직 대통령과 관련한 업무는 행정안전부 소관”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탄신’은 임금이나 성인을 대상으로 쓰는 표현이다. 박 후보자가 민주공화국 시민으로서의 자각이 부족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보훈처가 지난 18일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을 맞아 소셜미디어에 올린 홍보물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박민식 후보자를 향했다.
국가보훈처는 이날 0시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을 “오늘날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밑거름이 된 오월 정신을 잊지 않겠습니다”라면서 논란의 이미지 홍보물을 첨부해 올렸다. 계엄군의 시선에서 민주화운동에 나선 광주 시민들을 멀리서 바라보는 사진을 사용해 5·18민주화운동의 의미를 왜곡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네티즌들은 “계엄군이 민주화운동을 한 것처럼 사진을 썼다” “가해자의 시점이다” “이 시점에서 민주화정신이면 군인정신이란 것인가” “5·18을 욕보이는 사진이다”는 등의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이에 대해 역시 정무위 소속인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계엄군이 주인공인 이런 사진을 굳이 2023년 오늘의 대한민국에서 국가보훈처의 5.18 기념이미지로 우리가 봐야 하냐”라며 “이런 사진을 5.18 기념 이미지로 승인하는 장관 후보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냐”라고 지적했다.
한편 보훈처는 오는 6월5일부터 국가보훈부로 승격된다. 앞서 국가보훈처를 부로 승격하는 내용이 담긴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지난 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초대 국가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박민식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오는 22일 예정돼 있다.
jin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