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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면적 45배’ 홍·횡·영·평 1명 vs 수원 5명…인구쏠림이 낳은 ‘기형적 정치지도’ [저출산, 0.7의 경고]
수원, 의원 5명·홍천 지역구 1명…면적 넓고 과소대표 ‘지역소멸’ 가속
공직선거법상 선거구 획정 유일 기준은 ‘인구’…지역 대표성 저하 우려
전원위원회서 ‘예외 규정 마련’ 여야 한목소리 “수도권·지역 간 공정성”
제21회 총선이 실시된 지난 2020년 4월 15일 오후 제주시 한라체육관 개표소에서 비례대표선거 투표용지 개표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한국 시 단위 기초단체 가운데 가장 많은 국회의원 의석수를 가진 곳은 수원시다. 수원시는 갑·을·병·정·무 등 모두 5곳 지역구에서 5명의 의원을 배출했다. 오는 2024년 총선(22대)에선 사상 처음으로 6명의 의원을 배출할 가능성도 있다. 수원무 지역구가 ‘인구초과 지역구’로 분류돼 분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강원도 사정은 사뭇 다르다. 특히 강원도 ‘홍천·횡성·영월·평창군’은 전국에서 가장 넓은 다일 지역구로 꼽힌다. 이곳의 총면적은 5409.7㎢로, 수원(121.1㎢) 면적의 44.6배에 달한다. 그러나 국회의석수는 1석뿐이다.

한국의 지역구 상황이 이렇게나 ‘극과 극’인 이유는 선거구 획정 기준이 ‘지역 면적’이 아닌 ‘인구’이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 제25조 제1장 1호는 “국회의원지역구 획정의 기준이 되는 인구는 선거일 전 15개월이 속하는 달의 말일 현재 ‘주민등록법’ 제7조 제1항에 따른 주민등록표에 따라 조사한 인구로 한다”고 정하고 있다.

오는 2024년 총선 선거구 획정 시 ‘인구초과 지역구‘ 역시 모두 수도권에 몰려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지역선거구별 상한 인구수(27만1042명)를 초과한 선거구는 18곳, 하한 인구수(13만5521명)에 미달한 선거구는 11곳이다. 상한 인구수 초과 18곳 중 14곳은 서울·경기·인천 지역구였고, 부산 1곳, 충남 1곳, 전북 1곳, 경남 1곳이었다. 하한 인구수 미달 11곳 중 8곳은 지방이었다. 과밀화되는 수도권에 비해 강원·전북·경북·전남 등은 만성화된 인구부족에 시달리는 것이 선거구 획정지도에서도 드러나는 셈이다.

문제는 출생률 감소, 지방 소멸위기 속 ‘인구수’만 기준으로 선거구를 획정하면 지역 대표성이 줄어들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인구가 적은 지역의 이익은 과소대표되고, 수도권 등 도심의 이익은 과대대표돼 국가정책에 반영이 될 개연성이 커지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오래 지속되면 이는 지역 인구유출의 원인이 된다.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는 국회의원들의 수가 지역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치는 현실을 고려하면 의석수 감소가 지역위기를 가속하는 촉매가 되는 셈이다.

강원도의 한 지역구 의원은 헤럴드경제에 “강원도는 관광이 주요 업종이다. 인구유입 사례 역시 다수가 은퇴 후 ‘세컨드하우스’다. 본적은 수도권에 둔다. 인구유입폭도 적다. 기존 거주인들은 고령비율이 높다. 결국 인구감소는 시간문제”라고 했다. 그는 “강원도는 인구는 적지만 생활환경은 ‘군’마다 다르다”며 “국회의원의 ‘지역 대표성’은 생각보다 중요한데 지역구에 가면 관심이 크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선 선거구 획정 시 지방 중 농촌, 산촌, 어촌에 대해서 인구 기준(2대 1) 적용의 특례를 두거나 선거구 면적 등을 제한하는 등의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영국도 평균 선거권자 수(전체 선거권자 수를 선거구 수로 나눈 값)를 기준으로 선거구를 획정하고 있지만 선거구의 크기가 1200㎢를 초과할 경우 인구 기준 적용의 예외 선거구로 규정한다. 또 선거구는 최대 1300㎢를 넘지 않도록 한다.

캐나다의 경우도 선거계수(의원 1인당 인구수)를 기준으로 주(州)당 의석수를 배정하지만 의석 재조정 과정에서 각 주 의석이 1976년보다 적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인구’를 기준으로 하되 인구소멸 위기에 놓인 지역구의 최소한의 ‘대표성’을 보장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는 현행 소선거구제의 문제를 보완하는 중재안으로 꼽힌다.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는 중대선거구제를 ‘대도시’에 국한해 적용하는 안이다. 대도시는 3~10인의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고 농어촌에는 지금처럼 소선거구제를 유지하자는 제안이다.

다만 심각한 지역소멸 상황에서는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도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소속 이양수 의원실 관계자는 “지역소멸 위기 속에서 ‘거대 지역구’로 여러 시군이 묶일 경우 그 안에서도 상대적으로 인구가 많은 지역의 인사가 당선되고 그 지역의 목소리만 반영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지역 대표성을 키우기 위해선 ‘예외 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난달 ‘선거구제’ 논의를 위해 열린 국회 전원위원회에선 여야 의원들의 ‘예외 규정’ 마련 촉구 성토도 있었다.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은 “수원과 같은 대도시에서 ‘갑·을·병·정·무’로 쪼개진 곳 민원은 의원 5명이 해결사로 나서는 반면 홍천·횡성·영월·평창은 1명이 감당한다”며 “네다섯 명 의원이 한 지역 입법과 예산을 챙기는 것과 한 명이 여러 지역을 챙기는 상황이 과연 공정하냐”고 지적했다.

김수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인구가 감소하면 정부 지원도 줄고, 지역은 더욱 퇴보해 국가경쟁력도 떨어진다”며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정해진 인구 기준 적용에 대해 재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정훈 민주당 의원은 “법에 ‘5개 이상 시군을 한 지역구로 묶을 수 없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newk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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