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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與 ‘양성평등’·野 ‘비혼출산 지원’…국회도 팔 걷었다 [저출산, 0.7의 경고]
전주혜 국민의힘 ‘양성평등’이 인구위기 해법 강조
고민정 ‘비혼출산’ 지원 강화해야…프랑스·스웨덴 인용
김진표 ‘토론회’ 열고 출산 육아 대응책 마련 주문
김진표 국회의장이 지난 4월 2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가현안대토론회 '저출산 대응정책,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홍석희·신현주 기자] 합계출산율 ‘0.78명’ 인구위기에 국회도 머리를 맞대고 본격적으로 대응책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양성평등’으로의 큰 정책 틀거리 변화가 중요하다고 했고, 더불어민주당은 ‘비혼출산’ 또는 ‘혼외출산’에 대한 지원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인구위기’에 대한 컨트롤타워가 설치돼야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주문했다.

▶與 ‘양성평등’이 시작점=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4월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저출산 문제 해결방안 대토론회’에서 양성평등을 저출산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으로 꼽았다. 전 의원은 “스웨덴의 유명한 인구학자 한스 로슬링 교수의 말이 해법이 될 수 있다”며 “스웨덴과 노르웨이, 핀란드가 저출산에서 벗어난 건 복지 차원이 아니라 양성평등으로 갔을 때”라고 설명했다.

전 의원은 “비단 여성의 문제만이 아니라 여성 지위, 사회적 역할 등이 높아질 때 저출산도 해결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남녀가 함께 출산과 육아에 대한 부담을 져야 근본적인 인구위기에 대응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날 토론회는 한국여성단체협의회와 공동으로 추진됐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이삼식 인구보건복지협회장은 ‘출산율 제로’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 회장은 ‘상대적 소득가설’을 언급하면서 “부부가 기대한 이상으로 충분한 자원을 가지고 있는 경우 자유롭게 자녀들을 둘 수 있으나 그렇지 못한 경우 자녀 갖기를 주저할 수 있다”며 “출산율은 기대되는 소득과 자원에 따라 감소된다. 출산율이 ‘제로’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인구위기 대응책으로 신혼부부 주택 특별 공급 확대, 보육돌봄 사각지대 개선, 임신 위한 의학적 치료비 전액 국가 부담 등을 제기했다. 또 이 회장은 양육의 어려움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과도하게 부각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교육계와 언론계, 정치계가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명선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은 저출산대책의 문제를 ‘전 세대의 문제’로 바라보는 패러다임 변화를 촉구했다. 장 원장은 “저출산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 전환과 생애주기별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 원장은 또 “실효성 있는 저출산대책을 위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주체는 정부의 모든 부처, 중앙정부, 지방정부, 국민, 기업 등이다. 정책을 총괄할 부총리급 조직을 신설해 예산권, 의결권을 부여하고 특임장관을 임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지난 5월 4일 열린 ‘생존과 공존’ 토론회. 임세준 기자

▶野 ‘비혼출산’ 지원=더불어민주당은 ‘비혼출산‘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 주최로 지난 5월 4일 열린 ‘인구위기 대응 연속기획. 생존과 공존’에서 고 의원은 “꼭 결혼을 해야 아기를 낳는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혼인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충분히 아이를 기를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고 의원의 생각이다. 비혼인구가 늘어나고 있는데 여전히 한국의 인구위기 대응책은 전통적인 ‘혼인 체제’ 토대 위에 있기에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비혼출산’은 이미 프랑스와 스웨덴의 유사 성공 사례가 있다. 두 나라는 이미 수십년 전부터 가족 구성의 다양성과 자율성을 인정하고 있는데 혼인하지 않은 동거 커플이나 동선 파트너의 법적 권리를 혼인 수준으로 보장하는 제도가 실시 중이다. 두 나라 역시 과거 한국과 비슷한 인구감소 문제를 겪었다. 결혼은 줄어들고 이혼은 늘었으며 대신에 동거하는 커플이 늘었다. 가족 구성이 바뀌자 두 나라는 ‘동거 커플’을 사실상 혼인 수준으로 보장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스웨덴은 1969년 가족법을 제정해 혼인하지 않고도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었다. 스웨덴의 합계출산율은 1.66명으로, 한국(0.78)의 두 배를 넘는 수치다. 프랑스 역시 지난 1999년 결혼이 아닌 생활동반자관계를 법적으로 보장하는 ‘팍스(PACS·Pacte civil de solidarite)’를 도입했다. 프랑스의 비혼출산율은 1998년 41.7%에서 지난 2021년에는 60.0%를 넘어설 만큼 늘어났다.

한국의 경우 비혼출산율은 2%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비혼출산에 대한 지원방안이 주요 화두가 되는 이유는 ‘결혼을 안 하거나 늦게 하는’ 한국적 현상이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나영정 가족구성권연구소 연구위원은 “프랑스의 팍스도 이미 동거 커플이 많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도입됐다. 사회적인 현상을 규정하는 게 아니라 사회현상에 맞춰 정책을 수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 의원은 환영사에서 “결혼은 선택인데 (국가가 개인에게) 결혼을 선택하게끔 해야 하는가, 왜 꼭 결혼을 선택해야만 인구위기가 극복되는가 고민해야 한다”며 “최근 생활동반자법도 발의됐지만 동거하면서 태어난 아이들도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게 해야 하는데 우리 사회는 여전히 그들을 비정상으로 가둬놓고 있다”고 밝혔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1987년 체제에 고착화된 한국 사회의 상상력 빈곤이 결국 다름을 받아들일 수 없는 한국 사회를 계속 만들고 있다”며 “그중 하나가 이러한 틀 속에서 비혼동거가구, 1인가구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이젠 말잔치에서 벗어나서 할 수 있는 단계적 변화를 어떻게 해나갈 것인지 고민하고 문화 등 규범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영선 인구위기특별위원회 위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구위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

▶김진표 ‘대안 마련 돼야’=김진표 국회의장도 토론회를 열고 인구위기 대응책 마련을 주문했다. 김 의장은 지난 4월 25일 의원회관에서 ‘저출산 대응정책,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주제로 제3회 국가 현안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김 의장은 개회사에서 “인구위기는 우리 사회의 존립 근거를 뿌리부터 허문다는 점에서 근원적인 위기다. 한 마디로 국가의 존망이 걸린 사안”이라며 “천문학적인 재정 투입에도 합계출산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국회의장은 축사에서 “국가가 18년 동안 추진해온 저출산 대응정책을 가감 없이 평가해 정책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번 토론회가 대안을 마련하는 데에 이정표가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강대훈 국회입법조사처 사회문화조사실장은 “2001년 도입한 육이휴직은 급여의 재원을 고용보험기금에 의존하면서 대규모 사각지대가 지속되고 있다”며 “부모휴가 도입의 공론화도 지연됐다”고 말했다. 아동수당에 대해서도 “2005년 1차 기본계획을 수립했지만 13년 뒤인 2018년 0~5세 선별 지원으로 시작하는 데에 그쳤다”고 꼬집었다.

발제를 맡은 최병권 국회예산정책처 예산분석실장은 “저출산예산 중 상당 비중이 주거 지원사업, 청년 지원사업과 같은 직접 관련성이 낮은 정책에 쓰였다”면서 “GDP(국내총생산) 대비 가족예산 비중을 해외 주요 국가들 수준으로 높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최 실장은 또 “육아휴직 급여의 소득대체 효과 증가를 위해 상한액을 올리고, 보육의 사회적 책임 확대를 위해 아동수당 단가와 대상 연령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도 참석해 “젊은 세대의 결혼과 출산을 지원하는,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정책 변화가 시급하다.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달라는 청년들의 바람을 정책에 반영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상=윤병찬PD]
hong@heraldcorp.com
newk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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