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주택 면적 요건 없애고, 보증금 기준 높여
보증금 ‘상당액’아닌 ‘일부’만 못받아도 지원
경공매 조건 외 집주인 파산·회생절차 진행돼도 지원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정부가 논란이 된 전세사기 피해 지원 특별법 적용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지원 대상 선정 6대 요건이 너무 엄격해 정책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일부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1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에서 전세사기 피해 지원 특별법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의 수정안을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세사기 피해자를 폭넓게 지원한다는 특별법의 제정 취지에 따른 것이라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국토부가 제시한 수정안은 우선 대상주택의 면적 요건을 삭제하고 보증금 수준도 3억원을 기준으로 하되, 국토부 내 전세사기 피해 지원위원회에서 최대 150% 범위 내에서 보증금 규모를 조정할 수 있게 했다.
정부는 피해주택이 서민 임차주택이어야 한다는 요건을 제시하면서 예외가 없다면 ‘전용 85㎡ 미만, 보증금 3억원 이하’라는 기준을 제시했다. 하지만 대가족 등 여러 이유로 상대적으로 넓은 집을 임차해 살 수 있는데, 그 이유 만으로 지원 대상을 한정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는 이를 받아들여 면적 기준을 없애고, 임대 보증금 기준도 3억원에서 최대 150% 범위인 4억5000만원까지 지원 가능 하도록 했다.
1일 청계광장 인근에서 전세사기, 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 주최로 전세사기 관련 특별법 비판 집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 |
‘보증금의 상당액을 못받을 우려가 있어야 한다’는 요건은 ‘보증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변제받지 못한 모든 경우를 포함’하도록 확대했다. 기존 요건에서 제시한 ‘상당액’이라는 기준이 모호해 ‘도대체 얼마나 못받아야 손실로 인정하고 지원해 줄 수 있느냐’는 비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에 이를 조금이라도(일부) 변제받지 못한 경우까지 지원하겠다고 정정한 것이다.
‘경매나 공매가 진행되야 한다’는 조건은 없애도록 했다. 경매 또는 공매가 개시되지 않았더라도 집주인이 파산이나 회생 절차를 개시한 경우 피해자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전세사기를 한 집주인이 파산이나 회생 절차를 진행한 경우도 피해자로 보고 지원하기로 했다.
논란이 된 ‘수사 개시 등 전세사기 의도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라는 요건도 수정하기로 했다. 집주인의 전세사기 고의성이 의심되는 사례로 ‘수사 개시’ 이외에 ‘임대인 등의 기망’, ‘동시진행’(건축주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동시에 바지사장 등에게 매도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 등의 사유를 포함했다.
특별법 상 전세사기가 형법에서 명시한 사기와 달리 폭넓게 인정될 수 있도록 해 형법상 전세사기로 판단하긴 이르지만 여러 임차인을 속여 무리한 전세계약을 한 경우도 전세사기로 보겠다는 것이다.
‘전입신고를 통해 대항력을 갖추고 확정일자를 받아야 한다’는 요건도 폭넓게 인정하기로 했다. 임대차 계약이 종료돼 퇴거한 임차인이라도 임차권 등기를 마친 경우라면 대상에 포함시킨다는 내용이다.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 지원 특별법’을 내놓은 지 나흘 만에 다시 수정안을 내놓아 시장의 요구를 즉각 수용했다고 할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단기간 급히 준비해 허점이 많은 ‘졸속’ 법안이란 비판을 인정하는 꼴이 됐다.
수정안조차도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해야 한다’는 요건에서 ‘다수’가 어느 정도인지, 전세사기인데 소수 피해자만 발생하면 왜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지 등 피해자 선정에 대한 공정성, 역차별 논란 등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앞선 지난 27일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 방안’을 내놓으면서 전세사기 피해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적용 요건을 6가지로 제시했다. ▷대항력을 갖추고 확정일자를 받은 임차인 ▷임차주택에 대한 경공매 진행(집행권원 포함) ▷면적 보증금 등을 고려한 서민 임차주택(세부요건 하위법령 위임) ▷수사 개시 등 전세사기 의도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할 우려 ▷보증금의 상당액이 미반환될 우려 등 6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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