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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질랜드보다 한국인이 더 맛있는 키위를 먹는다고? [식탐]
키위[123RF]

[헤럴드경제(뉴질랜드 타우랑가)=육성연 기자] “한국인이 먹는 키위는 뉴질랜드인이 먹는 것보다 더 달고, 큽니다. 수확한 키위 중 1등급만을 엄선해 수출하기 때문이죠.”

뉴질랜드에서 먹는 키위는 맛이 더 뛰어날 것이라 여겼던 생각이 어긋난 순간이었다. 제스프리 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이같이 말하며 우리나라에서 먹는 제스프리 키위는 최상급이라고 했다. 그의 말대로 현지에서는 엄격한 품질 테스트와 함께 포장과 운송 과정에서도 세밀한 검증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글로벌 4위 수출국 한국 “인구 대비 소비량 굉장히 많아”
뉴질랜드 타우랑가에 위치한 제스프리 인터내셔널 본사 [제스프리 제공]

최근 방문한 제스프리 인터내셔널 본사는 뉴질랜드 타우랑가의 최대 명소인 마운트 마웅가누이(Mount Maunganui)에 있었다. 1997년 뉴질랜드 농가들이 설립한 제스프리는 마웅가누이 내 작은 건물에서 시작했으나, 현재는 그 옆자리에 화려한 건물을 다시 세웠다. 그동안의 눈부신 성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실제로 2021년 기준으로 제스프리는 세계 키위 시장 점유율 약 30%로 1위를 차지하며, 글로벌 연매출은 40억 뉴질랜드달러(약 3조2938억원)에 달한다. 뉴질랜드 키위 수출에 대한 독점 사용권도 가진다. 호주를 제외하고, 현지 생산된 모든 키위는 수출시 ‘제스프리’ 로고를 달아야 한다는 규정이 법으로 정해져 있다.

이 곳에서 농가 관계 관리를 총괄하는 글랜 애로우스미스(Glen Arrowsmith)는 “한국은 중요한 마켓으로, 인구에 비해 키위 소비량이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2022년 기준으로, 한국은 전 세계 50여 개 수출국 중 중국, 일본, 스페인에 이어 4위를 차지한다. 2019년 이후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 중이며, 2022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약 20% 성장해 2200억원에 달했다.

한국에서 제스프리를 1년 내내 먹을 수 있는 궁금증도 풀렸다. 글랜은 “4월부터 11월까지 뉴질랜드 키위 판매가 끝나고 나면, 겨울부터는 제주에서 재배된 제스프리 키위가 유통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남반구인 뉴질랜드에서는 1년에 한 번 열매를 맺는 키위 재배 구조상, 겨울에는 유통이 어렵다. 그래서 북반구 지역 중 재배 조건이 유사한 한국, 일본, 이탈리아, 프랑스에서도 제스프리 키위를 재배하고 있다.

“화산재 토양과 기후, 키위 재배의 최적 환경”
뉴질랜드의 키위 재배 농가 [육성연 기자]

제주도 재배가 가능했던 주요인은 뉴질랜드와 비슷한 화산재 토양이다. 따사로운 햇빛을 받으며 찾아간 농가에서는 뉴질랜드 화산재 토양에서 자라난 키위들이 주렁주렁 매달려있었다. 이곳의 농장주 팀 토르(Tim Torr)는 “화산재 기반인 비옥한 토양은 수분을 잘 머금고 있어 재배에 유리하며, 풍부한 일조량과 적당한 강우량도 최적의 환경 조건”이라고 말했다.

농가에서 본 썬골드키위는 나무에 매달린 열매 수가 그린키위보다 많았다. 수확량이 높기 때문에 최근 농가들은 썬골드키위로 바꾸는 경우가 많다는 게 농장주의 설명이다.

재배시 어려운 점을 묻자 예상 밖의 답변이 돌아왔다. 팀 토르는 “키위 샘플을 테스트 보낸 후, 그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이 가장 힘들다”고 했다.

“통과 안되면 수출 및 판매 안돼”…엄격한 검증과 포장 시스템
힐스 래보래토리(Hills Laboratory)연구소에서는 수확한 키위 샘플을 6시간 건조시킨후 수분을 검사한다. [육성연 기자]

그의 대답에 대한 정확한 의미는 힐스 래보래토리(Hills Laboratory)에서 찾을 수 있었다. 이 곳은 키위 숙성도를 판별하는 연구소다. 무게부터 단단함, 수분, 색상, 당도 등의 테스트를 통해 농가에서 채취한 키위 샘플이 세부 기준에 부합하는지를 확인한다. 이는 키위 수확 전 농가가 거치는 중요한 사전 단계로, 마치 열심히 키운 키위의 ‘시험 성적표’와 같았다.

연구소의 존 리브(John Reeve) 베이오브플렌티(Bay of Plenty)지역 매니저는 “끝까지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키위는 수출 및 판매가 어렵다”며 “주스 등 가공식품 생산에 쓰거나 품질이 더 낮은 경우 동물 사료로 소비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등급으로 판정받은 키위는 ‘수출용’, 2등급은 ‘국내 소비’로, 그 품질은 크게 차이난다”고 했다. 우리가 먹는 키위가 뉴질랜드 마켓에서 구입한 키위보다 더 맛있는 이유다.

키위를 선별하고 포장하는 팩하우스 [제스프리 제공]

등급의 분류는 팩하우스(Hume Pack n Cool)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키위를 선별하고 포장하는 곳으로, 최종 판별을 통해 등급을 나눈다. 안으로 들어서자 먼지 제거와, 훼손된 키위를 골라내는 등의 작업이 분주히 진행되고 있었다. 이러한 검수 과정에는 적외선 카메라가 장착된 최첨단 기계뿐 아니라, 사람의 육안 검사까지 더해지며 정밀하게 이뤄졌다.

매운 맛 종자부터 신품종 ‘루비레드’ 까지…“품종 개발만 20년 걸릴 수도”
제스프리의 키위육종센터 연구원은 “새로운 품종 개발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며, 약 20년을 투자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제스프리 제공]

이렇게 최종 수출되는 키위 중에는 최근 썬골드키위의 수요가 높아지는 추세다. 썬골드키위는 제스프리가 자연교배를 통해 개발한 품종으로, 여기에는 농가의 가슴아픈 사연도 담겨 있었다.

썬골드키위의 탄생은 키위육종센터(Kiwifruit Breeding Centre)에서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이곳은 제스프리와 키위품종연구기관인 플랜트앤푸드 연구소(Plant & Food Research)가 합작 투자한 세계 최대 규모의 키위 연구소다. 키위육종센터에 따르면, 2010년 뉴질랜드 키위 농가들은 키위 궤양병(PSA)의 피해로 큰 위기를 겪어야 했으나, 이 시기에 출시된 썬골드키위는 궤양병에 강한 내성이 있어 이후 농가의 손실없이 재배될 수 있었다.

연구소의 앨런 실(Dr. Alan Seal) 연구원은 다양한 키위 종자를 보여줬다. 오렌지, 레드, 혼합색 등의 색감과 함께 신기하게도 매운맛이 나는 종자도 있었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개발 시간이었다. 무려 10여 년에 걸쳐 개발됐다는 썬골드키위는 ‘약과’였다. 앨런 연구원은 “새로운 품종 개발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며, 20년을 투자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개발한 개수 보다 중요한 것이 우수한 품종이며, 기존 품종보다 우수한 품질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개발 시간이 무척 길기 때문에 연구소에는 젊을 때 들어와야 한다”는 농담도 건넸다.

최근 제스프리가 신품종으로 선보인 ‘루비레드’도 볼 수 있었다. 아직 한국에는 출시되지 않았으나, 싱가포르나 일본 등의 일부 마켓에서 판매 중이다. 과육의 중심에 빨간색이 있으며, 단 맛이 강했다.

신품종을 포함해 모든 키위의 매력은 영양소를 보충하면서 천연의 달콤함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제스프리 관계자는 “제스프리 키위를 먹으면 건강해지고, 즐겁고, 활기찬 일상을 보낼 수 있다는 브랜드 메시지처럼 건강하고 맛있는 키위를 지속적으로 공급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gorgeo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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