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힘 없으니. 정부에 의존” 자성도
민주, 입법 폭주 프레임 우려감도
대통령실 ‘거부권 정국’ 부담, 신중기류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간호법안에 대한 수정안이 가결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이세진·신현주 기자] ‘대결 정치’를 극단으로 밀어붙이는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정국’이 내년 총선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간호법 제정안이 야당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양곡관리법에 이어 두번째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이 행사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대통령 거부권을 둘러싼 여야의 ‘정치적 셈법’이 복잡하게 얽히고 있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서도 대통령실에 거부권을 요청할 계획이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한 의원은 헤럴드경제에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는 것은 여당으로서 우리가 꼭 해야 하는 일”이라며 “간호법으로 인한 의료계 혼란이 불 보듯 뻔한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당의 요청으로 대통령의 거부권이 행사되는 모양새에 이견도 존재한다. 당의 무력감이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거부권 요구가 국회에서 집권 여당의 현실적 한계를 스스로 들춰낸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강한 ‘그립’과 거대 야당 사이에 끼어 존재감이 상실되고 있는 처지도 부각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집권여당의 ‘정책 파워’를 보여줄 수 있는 당정협의회가 최근 보여주기식에 그친다는 우려와도 무관치 않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여당이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정부에게 기대기만 하는 것”이라며 “당정협의회에서 당이 내는 법안이 없고 정부가 하는 정책에 끌려다니는 모양새로, 여당으로서 이슈 파이팅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겉으론 거부권 행사를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거부권 정국’이 이어질수록 정치적 이득이란 기대감이 엿보인다. 거부권 행사를 비판하면서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반복될수록 내년 총선에 유리한 구도를 형성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패를 미리 보여주고 정부여당의 대응에 따라 역공할 수 있는 ‘꽃놀이패’라는 말까지 나온다.
특히 야당으로서는 ‘대장동 50억 클럽’,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특검을 주목하고 있다. 전날 신속지정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면서 최장 240일, 8개월의 숙의 기간을 ‘확보’한 민주당은 내년 4월 총선 직전으로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 여부 결정권을 넘겼다.
민주당 지도부 한 관계자는 “민주당은 다수 의석의 힘으로 계속 민생 입법을 통과시키는데, 대통령과 여당은 ‘거부의 정치’만을 이어간다면 국민들은 올스톱 된 정치권에 피로감이 누적된다”면서 “그래도 민주당은 입법부 역할을 다 한 것이고, 이를 모두 막는 것은 정부여당이라는 프레임을 형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협치를 망가뜨리는 주범으로 지목될 수 있다. 입법폭주 프레임을 대비해 강약 조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재명 당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대응한 단일대오가 ‘방탄 정당’이라는 프레임으로 공격을 받는 상황과 같은 문맥이다.
대통령실은 전날 본회의를 통과한 간호법 거부권 행사를 놓고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앞으로도 방송법과 ‘노란봉투법’, 쌍특검법(50억 클럽·김건희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 등 거부권 고려 대상이 쌓여있는 상황에서 거부권 정국을 지속시키면 국정운영에 부담이 된다는 판단이다.
앞서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우리 정부에서는 거부권 행사가 더 많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는 전언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때마다 거부권 카드를 꺼내 들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지만, 최근에는 사안 별로 검토가 필요하다는 신중기류로 돌아선 모습이다.
jinlee@heraldcorp.comnewk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