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여파 놓고 “예견” vs “당 대응 우려”
李 민생행보 특검추진에도 돌파구 미지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서영교 최고위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이상섭 기자 |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이 터져나온 뒤 지지율 급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까지 총선 1년여를 앞두고 집권여당인 국민의힘과 지지율 격차를 벌리면서 고무적인 분위기를 유지했지만 대형 악재에 맞딱드린 상태다. 당은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민생행보를 이어가는 상황에서도 당장 여론을 반전시킬 카드가 마땅찮은 모습이라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26일 민주당 안팎에서는 최근 당 지지율 하락세를 놓고 ‘돈봉투’ 사건 여파의 크기나 해석에서 당내 분위기가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우려했던 것보다는 오히려 낙폭이 적은 수준이라며 안도하는 분위기가 감지되는가 하면, 내년 총선까지 장기적인 시각에서 낮은 지지율이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날 뉴시스가 여론조사기관 국민리서치그룹·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2주 전 조사에서보다 4.1%포인트 하락한 35.9%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도 직전 조사보다 1.7%포인트 하락한 35.4%를 기록했지만 민주당의 낙폭이 컸던 만큼 두 정당 간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내로 좁혀졌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앞서 리얼미터 정기조사에서도 민주당은 전주 대비 3.1%포인트 하락한 45.7%, 국민의힘은 0.6%포인트 상승한 34.5%를 기록했다.
지지율 하락은 이미 예견된 일이란 지적이다. 한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돈봉투) 이슈가 지속됐는데 (뉴시스 조사에서) 4.1%포인트가 빠졌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 낙폭이 아닌 것 같다”면서 “실제로 지역주민과 소통해보면 당내 우려에 비해 충격파가 크지 않았을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민주당 내부 조사에서도 2%대 하락에 그쳤다”고 언급했다.
다만 우려도 지속되고 있다. 한 수도권 초선의원은 통화에서 “하락폭에 대한 해석은 다르겠지만, 이제부터 당이 어떻게 돈봉투 의혹에 대처하느냐가 향후 지지율에 더욱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윤관석·이성만 의원이 자진탈당하지 않으면 출당조치를 해야 하고, 신정훈 의원처럼 스스로 의혹을 밝히는 의원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지도부는 귀국한 송영길 전 대표에 의혹 규명을 떠민 채 여론 반전을 노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이재명 대표의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돈봉투’ 의혹에 대해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연이틀 “김현아·박순자 전 국민의힘 의원의 수사는 어떻게 되어가는지” 되물은 것을 두고 적절치 않았다는 비판이다. 한 민주당 의원은 “국민이 보기에 좋은 모습이 아니다. 이런 식으로 대응한다면 지지율은 더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우선 ‘민생’을 고리로 목소리를 부각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이재명 대표는 최근 전세사기 피해자와의 간담회, ‘출퇴근 지옥철’ 논란이 된 김포골드라인 현장 방문에 이어 이날은 채무자 보호 3법과 관련한 간담회를 갖는다.
다만 간호법 제정안 및 ‘대장동 50억 클럽’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의혹’ 양 특검법안을 두고 여야 대치가 극심해져 국회에서의 민생입법 효능감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민주당은 정의당과 ‘쌍특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공조하기로 했다. 하지만 실제 특검이 가동되기까지 최장 240일(8개월)이 걸리는 만큼 당장 돌파구로 작용할 가능성은 낮다.
jin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