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수사국이 13일(현지시간) 메사추세츠 주 노스 다이튼의 모친 집에서 정부 기밀을 유출한 잭 테세이라를 체포하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미국 정부 기밀 문건을 유출한 혐의로 미 공군 주 방위군 소속 일변 잭 테세이라(21)가 연방수사국(FBI)에 의해 체포됐다. 테세이라가 총기 애호가로 알려졌던 만큼 체포 작전은 장갑차가 동원되는 등 군사 작전을 방불케 했다.

13일(현지시간) 메릭 갈런드 미국 법무부 장관은 긴급 브리핑을 통해 “국방 기밀 정보를 허가 없이 반출, 소지, 전파한 혐의로 잭 테세이라를 체포했다”며 “테세이라는 메사추세츠 주 방위군 공군 소속”이라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즈(NYT) 등 현지 외신은 잭 테세이라가 게임 관련 온라인 채팅 서비스인 디스코드에서 25명의 회원이 속한 비공개 채팅방을 운영하며 300건 이상의 기밀 문서를 유포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메사추세츠 주 노스 다이튼에 위치한 모친 집에서 진행된 테세이라의 체포 과정은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다. 당초 테세이라가 출근하면 통제된 상황에서 체포하려던 FBI는 그가 출근을 하지 않자 모친 집에서 체포 작전을 진행했다.

FBI는 그가 군인 신분인데다 총기 애호가로 알려진 만큼 충돌에 대비해 장갑차를 동원했다. 체포에 나선 요원들은 헬멧과 벙탄 조끼를 착용했고 소총으로 중무장했다. 그러나 빨간색 반바지와 올리브색 반소매 티셔츠 차림으로 밖으로 나온 테세이라는 양손을 머리 뒤로 깍지를 끼는 등 저항없이 장갑차 방향으로 이동해 체포됐다.

법무부는 테세이라를 스파이방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할 예정이다. 이 법은 허가받지 않고 미국 정부에 해가 되거나 적국에 유리한 군사 정보를 반출·소지·전파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그가 온라인 비공개 대화방에 각종 기밀 문건을 올린 것이 스파이 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 법은 유출된 문건 1개 당 최대 10년형을 선고할 수 있다. 테세이라가 대화방에 올린 문건이 최소 수십건에서 300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산술적으로 수백년 형도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로이터]

현지 언론은 단독 범행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FBI는 기밀 문서 유출을 지시한 배후가 있는지와 공범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다. 유출 규모와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고 유출 목적과 경위를 밝히는 데에도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케이프 코드 공군기지에서 기술 지원 업무를 맡은 테세이라는 하급 사병 신분임에도 공군 정보부 소속이란 직무상 1급 비밀(TOP SECRET)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자 미군 내 비밀 취급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상원 군사위원회 위원장인 민주당 잭 리드 상원의원은 “정보 처리 방법에 대한 절차, 보안 허가 프로세스에는 정보 유출을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을 포함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며 “의회가 상황에 대해 브리핑을 받고 시정 조치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4년 공화당 대선 후보로 유력한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은 “책임이 있는 사람을 법적 심판대에 세운 뒤 누가 기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보안과 관련해 엄격한 규칙이 있더라도 정보를 누설하기로 마음먹으면 무시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전투부대의 젊은 소대장 등을 언급하면서 “우린 젊은 나이에 많은 책임을 맡긴다”며 “젊은 군인을 신뢰하는 게 군의 본질”이라며 비판 목소리에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