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수 감축’ 두고 당내 의견 분분…“지방 의원들 반대하는데”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가 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청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국회 전원위원회 논의를 앞두고 의원들에게 ‘의원 수 감축’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 호응도가 높은 이슈를 선점해 당 지도부의 ‘실점’을 만회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국민의힘은 ‘의원 수 감축’이 정쟁으로 흘러가선 안된다고 강조했지만, 이미 정쟁 소재로 활용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 대표는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제16대 총선을 앞두고 국회는 26석 의석 수를 줄인 적 있었다”며 “외환위기의 여파로 국민의 고통이 컸던 상황에서 국회 역시 몸집을 줄여야 한다는 국민적 바람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지금의 경제적 여건 역시 녹록치 않다”며 “재정건전성도 더불어민주당의 방만한 운영으로 인해 위기를 맞고 있고, 민주당도 경상수지 역시 11년 만에 2개월 연속 적자를 보이는 등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권 시절 재정건전성이 어려워졌기 때문에, 국회의원 정수를 줄이고 관련 예산을 절감해야 한다는 취지다. 공개석상에서 김 대표의 ‘의원 수 감축’ 발언은 오늘이 두 번째다. 김 대표는 지난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국민들은 국회의원 정수를 줄여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며 국회의원 정수를 30석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민심을 이유로 의원 정수 감축을 주장했지만, 사실상 국민의힘 ‘의석 수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해석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10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김 대표는 지난 7일 전원위에 발언을 신청한 의원들을 모아 “국민의힘이 원내 1당이 되어도 민주당과 정의당이 합치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과반 의석 수 달성’을 강조했다. 국민의힘이 원내 1당이 되더라도 민주당과 정의당 간 ‘진보진영 통합’이 이뤄질 경우,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수적 열세이기 때문에 이를 원천 차단해야 한다는 의미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지난해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당시 ‘전략적 공조’를 통해 국민의힘을 압박했다.
참석자들은 “김 대표가 같은 맥락에서 ‘최소 30석 감축’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고 전했다. 한 참석자는 “김 대표가 지역구 7명, 비례대표 23명을 줄이자고 했는데, 이들 지역구는 ‘인구 급감으로 지역소멸 위기에 놓여진 곳’이라고 직접 강조까지 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역구 소멸 예정 지역 중 영남 지역구도 포함되어 있지만 호남, 인천 등 민주당 텃밭 지역구가 더 많지 않냐”며 “이 또한 무시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253개 지역구 인구수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경기 동두천·연천(13만3205명), 전북 남원·임실·순창(13만912명), 전북 김제·부안(13만1681명), 경북 군위·의성·청송·영덕(13만2297명)은 모두 인구 수가 13만 5000명에 이르지 못해 22대 총선에서는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전북 익산(27만3266명)과 전남 여수(27만4495명)도 선거구 획정 인구 상한선 결과에 따라 현재의 2개 의석이 1개 의석으로 줄어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다만 당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해 ‘의석 수 감축’이 실제로 전원위에서 통과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다른 참석자는 “한 의원은 그 자리가 끝나고 대놓고 ‘의석 수를 줄여선 안된다’고 내게 와 말했다”며 “지방의원들은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도부에서 ‘한 목소리를 내자’는 취지로 마련한 자리였지만, 하나로 모아질 지는 미지수”라며 “전원위가 시작하기도 전에 전원위의 본질이 사라진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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