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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8살부터 잃어버린 8년…구매자서 판매자로” 마약재활 결심한 이들의 ‘후회’
이미지는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123rf]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저는 중독이 안 될 거라 생각했어요. 어느새 한 달에 3000만원씩 길에 버리며 몇 년을 살고 있었습니다.”

박모(36)씨는 지난 2015년 태국 여행 중 만난 현지인의 권유로 필로폰에 처음 손을 댔다. 박씨는 이후 8년에 걸쳐 필로폰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박씨는 “처음 1년 동안엔 1년에 한두 번, 그 다음해엔 5번, 그 이후엔 10번까지 오로지 마약을 하기 위해서 외국에 나갔다”고 했다.

중독이 가장 심했던 2019년 무렵, 박씨는 거울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해외에 나가 마약을 하는 동안엔 일주일 내내 잠을 자지 않는 탓에 머리가 빠지고 입안이 텄다. 유전적으로 심장이 약해 ‘이러다 죽겠다’ 생각한 적도 많았다. 심리적인 부작용도 컸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싶다는 우울감에 더해 때로는 타인을 해하려는 충동이 들기도 했다. 박씨는 “집에 함께 있던 부모님이 틀어놓은 TV 소리에 참을 수 없이 화가 나 난동을 부린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필로폰 투약에 판매까지...쾌감은 잠깐, 우울감에 살인 충동도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전체 마약 사범 중 박씨와 같은 20대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단속된 마약 사범 1만8395명 중 20대가 31.6%(5804명)였으며 그 다음으로 30대가 25.6%(4703명)으로 많았다.

박씨의 중독이 가장 심해졌던 시기는 2020년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해외 여행이 제한되자, 박씨는 국내에서 투약을 하기 시작했다. 부산에서 운영하던 사업체는 직원에 맡겼다. 박씨는 “한 걸음도 걷기 싫어서 택시를 타고 다니고, 식욕이 비정상적으로 늘어 밥을 5~6개씩 시키고, 매일 호텔을 잡아 지인들과 투약을 했으니 한 달에 2000만~3000만원은 썼다”고 했다.

지인들을 통해 필로폰을 구매해왔던 박씨가 직접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판매에 나선 것도 이때다. 박씨는 결국 판매 정황이 적발돼 지난해 7월 경찰에 붙잡혀 현재 재판을 앞두고 있다. 그때에야 치료를 결심한 박씨는 현재 국립병원과 마약퇴치운동본부에서 약물과 상담 치료를 받고 있다.

박씨는 “가족들에게 버림받고 싶지 않아 재활을 결심했는데 지금 가족들도 심리치료를 받고 있어 죄책감이 크다”며 “지난 8년을 어떻게 보냈는지 솔직히 잘 기억나지 않아 청년기를 잃어버린 것이 가장 후회된다”고 털어놨다.

6개월 필로폰 맞은 정씨도 체포...”전과자, 불투명해진 미래 후회돼”

지난해 3월부터 6개월 간 필로폰을 투약했다는 정모(30)씨 역시 지난해 경찰에 체포된 것을 계기로 치료를 시작했다. 정씨는 지난해 극단적 선택을 하려는 충동에 시달리던 중 지인들과의 모임에서 필로폰을 접했다. 초반엔 3만원 정도에 하루 투약량을 팔던 지인들은 점차 정씨를 상대로 판매량을 늘리기 시작했다. 이후 정씨는 지난해 9월 체포 직전까지 9만원에 0.06~0.09g 가량을 일주일에 2~3회씩 투약하기 시작했다.

우울감에서 벗어나고자 택한 마약은 오히려 정씨를 고립시키기 시작했다. 정씨는 “마약을 하지 않는 친구들과 만날 때면 팔에 남은 주삿바늘이 창피해 스스로 위축됐고, 지금까지도 대부분의 친구들은 투약 사실을 모른다”고 했다.

현재 약물과 상담 치료를 받고 있는 정씨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미래’가 닫혔다는 사실이다. 정씨는 “요즘에도 하루에 몇 번씩 ‘하고 싶다’는 충동이 들곤 한다”며 “직장에서 이직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교육이나 의료 기관, 공기업 쪽은 시도조차 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 가장 후회된다”고 털어놨다.

매년 마약 사범이 늘고 있지만 이들의 재활과 단약을 지원할 인프라는 부족한 실정이다. 지난해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2021년 마약류 사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1년 이상 단약에 성공하는 사람의 비율은 30%에 불과했다. 또 2020년 마약 사용자 중 3년 이내 다시 검거된 사람이 8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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