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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 정보의 홍수는 혐오의 독이 된다

최근 한 배달앱에 음식 속 표고버섯채를 보고 큰 벌레가 들어 있어 한 입 먹고 버렸다며 별점 1점을 준 리뷰가 화제가 됐다. 많은 사람이 ‘어떻게 이것도 모를 수 있냐’는 반응을 보였는데 한편으로 ‘정말 벌레처럼 보이기도 한다’는 반응도 은근히 많았다. 문제는 해당 리뷰를 남긴 이는 버섯채를 보는 순간, ‘이것은 벌레가 분명하다’고 확신했고 그래서 리뷰까지 남겼을 것이라는 점에 있다.

미디어를 통한 정보가 홍수처럼 쏟아지면서 정보를 바르게 수용하는 태도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안타깝게도 ‘많이 아는 것’과 ‘잘 아는 것’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보인다. 마치 태어나서 처음 본 존재를 어미로 착각하고 졸졸 따라다니는 새끼오리처럼 인간에게도 정보의 각인 효과가 있어서 특정 소재나 주제에 대해 처음 수용한 정보 혹은 인상적으로 접한 지식은 훨씬 강하게 인식되며 이후의 관련정보를 받아들이는 데에 기준이 되기도 쉽다. 따라서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 아니 잘 아는 분야라 하더라도 어떤 새로운 정보를 접했을 때는 여유를 가지고 신중하게 분석하고 그 정보의 가치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쏟아지는 정보의 속도와 양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 정보가 너무 많고 빠르게 제공되다 보니 오히려 사람들은 자기 마음에 드는 정보만 골라서 받아들이거나 더는 정보를 취합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서 그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한다. 이러다 보면 표고버섯을 벌레라고 믿는 일까지 생기는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 단순 정보가 아니라 가치판단을 담고 있을 때 더 심각해진다. 더구나 인간은 확증 편향이라는 오류를 범하는 존재다. 특히 혐오와 같은 감정은 이런 확증 편향을 통해 더 쉽게 편견으로 강화되는데 감정을 기반으로 하다 보니 이후 바른 정보를 접하더라도 잘 수정되지 않는다. 디즈니가 제작 중인 새로운 인어공주와 팅커벨에 아프리카계 여배우를 캐스팅한 것에 대해 반발하는 사람들이 좋은 예시인데 이들이 ‘정치적 올바름’의 의미를 모르거나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나의 인어공주·팅커벨의 이미지를 망치지 마라”는 것이다.

각종 혐오성 가짜 뉴스가 해로운 지점이 여기에 있다. 가짜 뉴스를 믿는, 아니 믿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사실 자신의 혐오감정을 배설할 구실을 찾는 것이기에 설령 그것이 가짜 뉴스임을 알게 되더라도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비슷한 의견을 재확인할 수 있는 커뮤니티 등에서 온갖 궤변을 갖다붙여서라도 ‘어쨌든 내 생각이 맞다는 건 진실’이라는 결론을 내리기 일쑤다. 이게 심해지면 오로지 그 커뮤니티의 주류 의견을 신봉하며 다른 의견이나 정정 정보가 나와도 받아들이지 않는, 마치 사이비 종교에 빠진 것 같은 모습들을 보이게 된다.

자신이 정의롭다고 믿거나 똑똑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한다고 믿는 사람들일수록 이런 맹목적인 태도를 더 쉽게 보인다. 또 약자·소수자 입장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의 혐오행위는 자기가 그런 입장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어리석음이 원인이듯, 그런 경험이 있는 사람이 저지르는 혐오는 다시는 그런 입장이 되고 싶지 않다는 두려움 때문이라 때로 더 지독하기도 하다.

김기태 ASAP 여성호신술 대표

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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