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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5억에 냉큼, 대형호박 손에 넣은 슈퍼컬렉터
개막과 동시 대형작품 팔려나가
한국갤러리 12곳 참가 역대최대
관람객 수·서양 컬렉터 다소줄어
오타 파인 아츠에서 선보인 쿠사마 야요이 ‘호박’. 개막과 동시에 350만달러(45억원)에 판매 완료됐다. [헤럴드DB]
빅토리아 미로에서 선보인 쿠사마 야요이의 초록 호박은 600만달러(78억원)에 판매 예약된 상태다. [헤럴드DB]

“2019년과 비교하면 전반적으로 차분한 분위기죠”(마이크 호머 데이비드 코단스키 시니어 디렉터)

4년 만에 해외 관객을 맞이한 아트바젤 홍콩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분위기 속에 열렸다. 21일 홍콩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한 ‘아트바젤 홍콩 2023’은 VIP프리뷰 오픈을 시작으로 25일까지 이어진다. 수십미터 줄을 서며 입장에만 30분 넘게 걸렸던 2019년과 달리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 수도 적었고, 입장도 수 분 내에 이뤄졌다.

▶분위기 차분해도...블루칩 작가 작품 대부분 ‘솔드아웃’=이번 아트바젤 홍콩의 전략은 ‘블루칩 작가’로 요약된다. 이머징 아티스트보다 게르하르트 리히터, 아니시 카푸어, 파블로 피카소, 조지 콘도, 이우환 등 아시아컬렉터들에게 잘 알려진 작가들을 내세운 전략으로 풀이된다.

개막과 동시에 수 십 억 원 규모의 대형 작품들이 팔려나갔다. M+뮤지엄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열고 있는 쿠사마 야요이의 대형 호박 조각이 두 곳에서 나왔다. 일본 갤러리인 오타 파인아츠는 동그란 형태의 노란 호박을 350만달러(한화 45억원)에 솔드아웃 시켰고, 영국에 기반을 둔 빅토리아 미로는 하부가 풍성한 형태의 초록 호박을 600만달러(78억원)에 판매 예약 상태다.

오랜만에 선보이는 호박 조각작품에 인증샷을 남기기 위한 관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인피니티 네트 작업과 호박 회화도 곳곳 갤러리에서 내걸었다.

하우저앤워스 갤러리는 마크 브래드포드의 신작 회화를 350만달러(약 45억원)에 판매했다. 팻 스타이어(Pat Steir)의 3면 회화는 97만5000달러(13억원)에, 게리시몬스의 신작도 28만달러(4억원)에 팔렸다.

마크 페이요트(Marc Payot) 하우저앤워스 대표는 “코로나19 제한이 풀리면서 홍콩이 돌아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며 “시내 갤러리에서 어제 오픈한 라시드 존슨의 개인전은 모두 솔드아웃 됐다”고 밝혔다.

페이스갤러리는 이우환의 2014년 다이얼로그를 97만5000달러에, 알렉스카츠 1966년 회화를 82만달러에 판매했다. 타데우스 로팍은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2021년 회화를 120만 달러(16억원)에 넘기는 등 하루만에 거의 대부분 작품을 완판시켰다.

데이비드 즈워너도 엘리자베스 페이튼의 회화를 220만달러(29억원)에 팔았고, 아담 팬들턴 솔로부스를 선보인 데이비드 코단스키도 작품을 거의 대부분 판매하는데 성공했다.

▶한국 갤러리도 ‘함박웃음’=올해 아트바젤 홍콩에는 전세계 32개국에서 177개 갤러리가 참여해 지난해 130곳보다 규모가 커졌다. 한국 갤러리도 총 12곳이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부스를 낸 한국 갤러리들 역시 좋은 성적을 거뒀다.

국제갤러리는 박서보 묘법(2022·2억 5000만원대), 하종현의 접합(2022·3억원대), 함경아의 자수회화 연작(2015·1억5000만원대) 등을 판매하는데 성공했다. 학고재 갤러리도 오픈과 동시에 정영주 작가의 작업을 솔드아웃시켰다. 도넛 조각으로 유명한 김재용, 차세대 단색화 작가로 꼽히는 김현식의 작품도 반응이 좋았다. 갤러리 바톤은 배윤환과 김보희 작가의 작업을, 조현화랑은 이배의 스트로크 시리즈를 완판시켰다.

해외 갤러리의 한국작가 조명도 활발했다. 페이스갤러리는 최근 전속을 발표한 유영국의 작업을 선보였고, 타데우스로팍 갤러리도 한국계 캐나다인인 제이디 차를 프로모션했다.

대형 조각작품을 선보이는 엔카운터에서는 김홍석의 ‘침묵 속 고독’이 포토스팟으로 등극했다. 가면을 쓴 마네킹 조각상으로 노동 가치의 불확실성을 묘사한 그의 작품은 실제 사람처럼 생생해 관객들의 눈길을 붙잡았다.

한국 방문객이 넘쳐나 ‘홍콩시 서울구’로 불렸던 2019년의 풍경이 재현됐다. 최윤정 파라다이스문화재단 이사장, 김희근 벽산엔지니어링 회장 등 VIP컬렉터들이 다수 전시장을 찾았다. 곳곳에서 한국어가 들리며, 글로벌 미술시장의 큰 손으로 등장한 한국 컬렉터들의 존재감이 명확하게 느껴졌다.

작가들 중에는 무라카미 다카시와 NFT작품으로 생존작가 중 가장 비싼 경매 기록을 보유한 비플(Beeple)도 전시장에서 관객들과 인사를 나눴다.

▶아시아 ‘아트 허브’ 위상 확인한 홍콩, 하지만...=4년 만의 완전체 아트바젤 홍콩으로, 홍콩은 아시아 아트허브로 위상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노아 호로위츠 아트바젤 최고경영자(CEO)는 개막 기자간담회에서 “아시아 미술시장은 강한 회복력을 보였다”며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중국 시장은 20% 이상 성장했고,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미술시장의 지위를 유지했다”면서 아시아 시장에 대한 자신감을 어필했다.

파비오 로씨 홍콩화랑협회장은 아트뉴스에 “사회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이 있었고, 그 뒤엔 코로나19가 찾아왔다”며 “이제 나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이나 싱가포르와는 다른 홍콩만이 제공할 수 있는 것을 보여주려고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분위기가 이전같지 않다는 평가도 나왔다. 한 한국 갤러리 대표는 “글로벌 금융사들이 홍콩을 떠난 영향인지 서양 컬렉터들이 줄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시장을 찾은 동양 관객의 비중이 2019년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미술 전문 교육기관인 에이트 인스티튜트의 박혜경 대표는 “서울과 홍콩이 이제 병행해서 아시아 미술 시장을 이끌 수 있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홍콩=이한빛 기자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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