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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12년 만의 한일 정상회담, 상생적 경제협력의 출발점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미래 세대를 위해 새로운 한일 관계를 열어가기로 합의했다. 한국 대통령이 다자회의가 아닌 일본 총리와의 양자회담을 위해 일본을 찾은 것은 12년 만이다. 양국 정상은 새출발을 위해 굳게 닫혀 있던 장벽들을 걷어내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 소재 3종에 대한 대(對)한국 수출 규제 조치를 4년 만에 해제했다. 한국에 대한 화이트리스트(수출관리 우대 대상국) 배제 조치도 철회하기로 했다. 한국은 수출 규제에 대한 대응 조치인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취하했다. 문재인 정부가 2019년 파기 선언까지 했던 한일 지소미아(군사정보보호협정)의 완전 정상화도 선언했다. 이로써 2018년 징용 판결 이후 악회된 양국 관계가 복원되는 변곡점을 맞게 됐다.

외교는 흔히 51대 49의 협상예술이라고 한다. 스포츠경기처럼 일방적 승리를 위해 상대를 무너뜨리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는 뜻이다. 협상에 참여하는 누구든 자신이 조금 이겼다고 생각하게끔 하는 게 최선의 협상이란 이야기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회담에서 누가 51을 취하고 49를 내줬는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경제와 역사를 분리해 양국의 공동 번영을 추구한다는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보면 이번 윤 대통령의 결단은 높이 평가할 수 있다. 반면에 인권과 재산권을 말살한 강제징용에 대한 일본 정부의 사죄나 피고 기업의 (피해자) 지원재단 참여 거부를 수용한 것은 우리 국민적 정서와는 배치된다. 윤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 대한 국민적 비판을 새겨 강제징용 피해자는 물론 대(對)국민 소통과 설득에 더 정성을 쏟아야 할 것이다.

일본과의 관계 복원이 우리에게 득(得)이 된다는 점을 설득하려면 먼저 경제적 측면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 한일 관계가 가장 나빴던 2019~2021년 일본의 한국 제조업 분야 직접 투자액은 58% 급감했고 한국의 일본 투자도 43% 감소했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배터리 등의 대일 수출과 K-팝 등 콘텐츠 소비재의 일본 진출을 늘려야 한다. 반도체, 전기차 등 신산업 분야의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로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공동 대응할 필요도 있다.

17일 열린 한국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일본 게이단렌(경제단체연합회)의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은 한일 신(新)경제협력의 마중물이 돼야 한다. 차량(Automobile), 배터리(Battery), 반도체(Chip), 디스플레이(Display) 등 이른바 ‘A·B·C·D’ 산업에서 한국의 제조와 일본의 소재가 협력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 경제협력에서 쌓은 신뢰가 두터워지면 난제인 과거사에 대한 해법도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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