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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생아 첫해 연봉 1500만원…“저출산 예산 최우선 순위로 고려해야”[저출산 0.7의 경고]
내년부터 신생아에 ‘월 100만원’ 부모급여 등
아동수당 96개월 등 합치면 현금복지 3000만원선
65세 이상 노인은 월 32만원 기초연금으로
평균 기대수명 동안 총 6900여만원 현금 투입
전문가들 “신생아·아동 예산을 최우선 순위로”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123rf]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 전 세계에서 가장 출산율이 낮은 대한민국. 아이가 귀하디귀한 나라다 보니 태어나는 아이에게 국가가 ‘선물’로 주는 돈이 적지 않다. 내년 기준 신생아 1명에게 지급되는 돈은 ‘첫 만남 이용권 200만원’, ‘부모급여 월 100만원’, ‘아동수당 월 10만원’ 등을 합쳐 한 해 1520만원이다. 아이 1명이 사실상 연봉 1500만원을 안고(?) 세상에 나오는 셈이다.

#. 고령화 속도도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대한민국. 국가가 만 65세 이상 노인에게 투입되는 현금성 복지는 올해 기준 월 32만원가량(노인기초연금), 한 해 384만원이다. 국가가 노인 1명에게 지원해주는 복지는 연 400만원 정도다.

그렇다면 신생아에게 투입되는 복지예산이 노인보다 더 많은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국가가 신생아에게 투입하는 복지예산은 노인보다 결코 많지 않다. 아이 한 명을 8세까지 키우는데 국가가 투입하는 복지예산은 3000만원 수준. 노인의 경우 기대수명까지 고려하면 총 7000만원 정도를 받는다. 출산부터 육아까지 국가가 지원하는 복지예산은 연평균 370만원, 노인은 386만원 정도다. 저출산이 국가의 존망을 흔드는 시급한 문제가 된 만큼 출산과 양육에 복지예산이 더 집중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3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신생아 1명이 받는 1500만원 상당의 현금성 복지는 태어난 첫해에만 한정되고 이듬해부터는 반토막으로 줄어든다. 부모급여는 만 2년(24개월) 동안만 지급되고, 액수도 만 1세부터 50만원(내년 기준, 올해는 35만원)으로 절반이 되기 때문이다.

그나마도 만 2세부터는 부모급여 지급이 끝나고, 만 8세(96개월)까지 지급되는 월 10만원의 아동수당이 현금성 복지의 전부다. 보육·양육수당 개념인 교육부 누리과정 지원금(만 3~5세 대상), 고용노동부의 육아휴직 지원금 등도 있지만, 신생아 1명에게 들어가는 순수 현금성 복지만 놓고 보면 총 2960만원 정도인 셈이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야 할 청년 당사자들의 경우는 국가의 현금성 복지는 사실상 없다.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만 19~34세 미취업 청년 대상으로 월 50만원 최대 6개월 지급(서울 기준)하는 ‘청년수당’ 정도가 청년들이 받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현금성 복지 혜택이다.

반면, 만 65세 이상 노인들은 소득 하위 70% 속하면 올해 기준 월 32만1950원의 노인기초연금을 매월 받을 수 있다. 이를 연봉으로 환산하면 386만3400원, 올해 만 65세가 된 노인 1명이 우리나라 평균 기대수명인 83.6세(2021년 기준)까지 산다고 가정하면 18년 동안 총 6950여만원의 현금성 복지를 받는 셈이다.

물론 경제활동을 더 이상 할 수 없는, 평생 세금을 내며 국가에 기여해온 노인들에 대한 복지와 갓 태어난 신생아의 복지를 액수로만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노인복지 예산을 줄여야만 출산 장려 예산을 늘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압도적으로 꼴찌인 초출산율 국가임을 감안하면, 한국은 ‘신생아를 위한 나라’보다는 ‘노인을 위한 나라’에 가까운 셈이다.

실제로 올해 총 92조2171억원인 사회복지 예산 중 노인 분야 예산은 23조2289억원(전년 대비 13.5% 증가)으로, 9조8470억원인 아동·보육 예산(전년 대비 7.2% 증가)보다 2배 이상 많다. 전 세계와 비교해봐도 아동 예산은 적은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아동·가족 관련 공공지출 비율은 1.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2.2%)의 절반 수준(2017년 기준)에 그친다.

전문가들은 신생아 출산 장려를 위한 아동·가족 예산의 ‘획기적 증대’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설동훈 전북대 교수는 “아동은 수가 적고 표가 안 돼서 그런(예산이 적은) 것”이라며 “노인이나 장애인 등 다른 복지 예산을 뺏어온다는 식으로 접근할 게 아니고, 그냥 아동·출산을 최우선 순위에 놓고 예산을 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설 교수는 “예산을 늘리는 건 단지 시작일 뿐이고 아이가 덜 경쟁적으로 살아갈 방법 등 온갖 종합 대책을 세워야 한국이 지속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세계 최저출산 국가임에도 아동·가족 공공지출 비중이 OECD 평균의 절반에 머무르고 있으니 더 절박한 상황”이라며 예산 우선순위를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출산 장려 복지가 늘어난다고 해서 안 낳던 아이를 낳겠느냐’는 반론에 “위기이니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며 “출산율은 흙에서 씨앗이 발아하기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차근차근 준비해서 충분히 지원해야 아주 천천히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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