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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결국 산으로 가는 ‘KT 대표 공모’

이른바 ‘소유분산기업’으로 불리는 KT의 대표 공모가 결국 산으로 가고 있다. KT 이사회 지배구조위원회는 23일 “구현모 KT 대표가 경선 참여 포기 의사를 밝힘에 따라 사내 후보자군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KT가 구멍가게가 아닐진대, 그동안의 경과가 매끄럽지 않다. 구 대표는 지난해 말 연임을 공식화하고 경선까지 거쳐 차기 대표로 추천됐다. 그런데 국민연금이 포문을 열고 이어 윤석열 대통령까지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를 문제 삼자 KT는 돌연 이달 초 차기 대표 선임을 재추진하겠다고 공고했다. 여기에 나선 후보가 구 대표 등 사내 후보 16명과 사외 후보 18명을 포함해 무려 34명이다. 정치권 인사부터 장·차관 등 고위 관료 출신이 이름을 올렸고, 이외에도 통신업계 경력이 전무한 인물도 수두룩하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생성형 AI(인공지능)가 세상을 뒤흔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사내외 불문하고 이른바 ‘올드보이’들이 후보군에 다수 포진한 것도 걸린다.

이렇게 어수선한 가운데 23일 구 대표가 연임을 포기한 것이다. 누가 봐도 자연스럽지 않다. 자의라고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러니 뒤따르는 말들이 ‘관치(官治)’ ‘낙하산’ 등의 비아냥과 비판이다.

구 대표는 재임기간 이사회와 주주들로부터 실적과 능력을 인정받았다. 지난해 KT는 매출 25조원에 영업이익 1조7000억원을 내는 좋은 실적을 기록했다. 통신회사였던 KT를 디지털 플랫폼기업으로 성공적으로 전환시켰다는 호평도 받았다. 국민연금이 이런 기업에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지침)’를 선제적으로, 그것도 이번처럼 공격적으로 행사하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경영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여 최종적으로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게 목적이다. 그런데 이번 KT 사례에서는 정반대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8월 10조원을 돌파했던 KT 시가총액은 국민연금에 의해 촉발된 ‘관치’ 논란으로 지배구조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24일 현재 8조1000억원대로 쪼그라들었다. 오히려 주주가치가 크게 훼손된 셈이다. 그렇다면 누구를 위한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였는지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산으로 간 배가 다음달 7일 목적지에 도달(KT 이사회, 대표이사 후보 1인 확정)한다고 한다. ‘통신 경력이 없는, 고위 관료 출신의, 올드 보이’가 배에서 내린다면 KT 투자자,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의 대거 이탈이 현실화할 수 있다. 참으로 걱정되는 일이다.

pils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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