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시절에는 안보상 이유로 불허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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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규제혁신을 주요 국정 철학으로 내세우고 있는 윤석열 정부가 7년만에 구글지도에 대한 우리나라 지도 정보 허용여부를 재논의한다. 2016년 박근혜 정부에서는 구글이 요청한 정밀 지도데이터 반출 요구에 대해 안보상의 이유로 최종 불허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로 인해 미국 정부는 불허 결정을 무역장벽이라고 줄곧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23일 정부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국방부·국가정보원이 최근 미국 구글의 지도 데이터 반출 요구에 허용 여부를 놓고 재논의에 들어갔다.
정부 한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최근 구글에서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을 허용해달라고 요청해 관련 부처간 논의 중”이라며 “그러나 이를 놓고 부처간 의견이 팽팽하게 엇갈린 상태로 결과를 예측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우리 정부가 국내 지리정보 수출 제한을 해마다 발표하는 연례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에서 포함시켜 줄기차게 문제를 삼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정부 고위 관계자는 “구글 지도 불허로 네이버와 카카오가 관련 서비스를 독점하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어 이런 부분도 재논의 과정에서 들어다볼 수 있다”고 말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가 매년 발표하는 ‘연례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에 열거하는 우리나라와 관련한 무역·투자 장벽들 중 단골주제가 구글에 지리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것이다. 보고서는 “(안보상의 이유로) 국내 지리정보를 수출하는 것을 제한하는 한국 정부의 방침이 국제 사업자(가령 구글)의 길 안내 서비스 등을 막고 있다”면서 “어느 정도 시장이 형성된 국가 중 지리정보를 개방하지 않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고 문제제기하고 있다.
앞서 구글은 2016년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을 허용해달라고 정부에 신청한 바 있다. 당시 구글코리아는 신청 이유에 대해 “외국 관광객들이 불편을 겪고, 한국의 수많은 기업과 스타트업들이 구글과 손잡고 개발중인 자율주행차 등이 한국에선 무용지물이 되는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지도 데이터는 마이크로소프트(MS)·애플·아마존 등은 물론이고 중국의 글로벌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들도 탐내고 있다.
지도 데이터란 주소와 건물·지역명 등 지도를 구성하는 데이터를 말한다. 이를 위성지도와 결합하면 상세하면서도 입체적인 지도가 완성된다. 삶의 편리함을 더하는 서비스가 다양하게 등장할 수 있는 반면 보안시설까지 노출시켜 안보에 악영향을 주는 문제도 있다. ‘공간 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은 국가안보를 이유로 상세 지도 데이터의 국외 유출을 금지하고 있다. 국내 지도·길안내 서비스 사업자들은 청와대와 군 주요 시설 등 안보와 직결되는 부분은 삭제하거나 가리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군 시설이 노출될 수 있다는 이유로 불허 방침을 고수해왔지만 윤 정부들어 재논의가 시작된 것이다. 국방부와 국정원 등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들어 반대한다. 반면 산업통상자원부·외교부·문화체육관광부 등은 미국 정부의 요구, 외국인 관광객 편의 등을 이유로 반대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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