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나는 尹 정부 연대보증인”...김기현 견제
“대표감이 없으니 ‘충성 경쟁’ 연연” 비판도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모임 '새로운미래 혁신24'(새미래) 강연에서 김기현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 무색하게 최근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 사이에선 ‘윤심 쫓기’가 한창이다. 윤 대통령이 특정 당권주자를 영빈관에 초청한 데 이어, 윤 대통령이 사석에서 ‘당원투표 100%’로 전당대회 룰을 바꿔야 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에선 당 대표 선거에 윤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중론으로 자리 잡았다. 이에 당권 주자들은 ‘윤심 주자’ 타이틀을 얻기 위한 각축전에 돌입했다.
현재 정치권에서 ‘윤심’이 모였다고 평가받는 당권 주자는 김기현 의원이다. 일찌감치 당권 레이스에 뛰어든 김 의원은 ‘윤심 주자’ 이미지를 굳히기 위한 포석 다지기에 들어갔다. 지난 14일 김 의원은 자신이 주최하는 공부모임 ‘혁신 24 새로운 미래(새미래)’ 세미나를 열고 윤 대통령의 ‘정치 멘토’로 알려진 신평 변호사를 연사로 초청했다.
신 변호사는 이날 ‘국정우선과제로서의 사법시스템 정비’라는 주제로 강연했는데, 주된 내용은 문재인 정부 때 신설된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의 폐해와 지난 정권에서 임명된 김명수 대법원장에 대한 비판이었다.
‘원조 윤핵관’ 장제원 의원과의 ‘김장 연대설’이 제기되는 것 또한 김 의원에겐 호재다. 김 의원은 최근 연대설을 부인하기 보다 ‘장제원 역할론’을 띄우고 있다. 지난 14일 새미래 모임 후 기자들과 만난 김 의원은 “장 의원이 갖고 있는 역량이나 해야 할 역할이 의미 있기 때문에 그 점도 같이 녹여보겠다”고 밝혔다.
지난 7일 출범한 당내 친윤계 의원 공부모임인 ‘국민공감’이 친윤계 차기 당대표 후보를 지지하기 위한 모임이라는 시각도 있다. 국민공감 관계자는 “김 의원의 영향력이 국민공감에 존재하지 않는다면 거짓”이라며 “정당이 다양성을 표방하더라도 당내 모임에 들어왔을 땐 ‘이견을 표출하지 않아야 한다’는 암묵적인 룰이 있지 않느냐. 곧 친윤계 당권주자들 사이에서 교통정리가 있을 것이고 그럼 자연스럽게 우리 모임도 그 한 명을 지지하지 않겠냐”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15일 경남도의회를 찾아 당권 출마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또다른 유력 당권주자인 안철수 의원도 ‘윤심 마케팅’에 돌입했다. 안 의원은 16일 자신의 SNS에 “당대표는 대통령과 호흡이 중요하다. 현재 당내에서 저만큼 대통령의 국정 비전을 잘 이해하는 사람은 없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정부 인수위원장을 지낸 안 의원은 자신을 ‘윤석열 정부의 연대 보증인’임을 내세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안 의원은 여러 언론에서 흔히 ‘비윤’으로 분류되지만 정작 본인은 ‘친윤 대 비윤’ 프레임을 거부하며 윤 대통령에 대한 우호적 메시지에 주력하고 있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안 의원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자진사퇴해야 한다고 발언한 건 ‘비윤’이어서 그런 게 아니라 이 장관의 사퇴가 윤 대통령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거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비윤으로 비춰질 줄은 몰랐다”고 해명했다.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힌 권성동 의원도 ‘충성 경쟁’에 합류했다. 권 의원은 지난 16일 자신의 SNS에 윤 대통령이 전당대회 룰에 대한 의견을 밝힌 것과 관련해 “선거제도 개선에 대한 의견표명은 누구나 할 수 있다”며 윤 대통령을 두둔했다.
윤 대통령의 해당 발언이 ‘불법’이라고 저격한 유승민 전 의원을 향해 권 의원은 “제도에 대한 단순 의견 표명을 ‘불법’ 운운하며 정치적 개입으로 호도해선 안된다”고 맹공했다. 권 의원은 “당정 단결은 총선승리의 대전제”라고 강조했다.
반면 윤상현 의원은 윤심팔이를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지난 15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윤심팔이 하는 사람들은 문제가 많다”며 “얼마나 자기가 경쟁력이 없으면 맨날 윤심을 갖다 대느냐”고 질타했다.
14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국민의힘 '새로운미래를준비하는모임'(새미준) 전국발대식 및 자선음악회에서 김기현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 |
한동훈 법무부 장관 차출론이 사그라들자마자 주요 당권 주자들이 ‘윤심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이면엔 ‘대표감이 없다’는 인식이 깔려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원내대표단 의원은 “유승민 전 의원이 꾸준히 당대표 적합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비윤계인 유 전 의원이 집권여당의 당대표가 되는 건 막아야 하지 않겠냐”면서도 “문제는 친윤계 의원들 중 뚜렷한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윤심을 노골적으로 쫓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이준석 전 대표 때문에 당이 한동안 힘들었던 건 사실이지만, 이 전 대표만큼 새로운 인물이 당내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실제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적합도 조사에서 유 전 의원이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가장 많은 응답은 ‘없다/모름 무응답’이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15일 발표한 12월 3주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없다/모름 무응답’은 48%로 절반에 달했다. 유 전 의원이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답한 이들은 전체 응답자의 27%였다. 이어 안 의원이 7%를 얻어 2위, 나경원 전 의원이 5%를 얻어 3위를 기록했다. 김 의원과 주호영 원내대표,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당대표 적합도는 각각 3%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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