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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 태양광이 돌리는 데이터센터, 정원을 품은 집 …태양의 도시 솔라시도를 가다 [부동산360]
보성그룹, 한양 등 포함된 서남해안기업도시개발, 기업 명운 건 프로젝트
생태·스마트·관광레저도시 모토로 632만평 개발중
인구 소멸 해남군에 기업과 정주인구 끌어들여야
재생에너지 적극 이용하는 신(新)환경 사업 유치 목표
“SOC 인프라에 정부 지원 필수…후대에 물려줄 도시 만들것”
전남 해남군 산이면 632만평 부지에 개발중인 기업도시 ‘솔라시도’ 내부 전경. 민간 기업이 주도적으로 개발하는 자족형 복합도시로, 9개의 정원과 더불어 태양광발전소, 데이터센터 클러스터 등 RE100산업단지, 4000가구 주택단지 등이 들어선다.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이름부터 ‘땅끝마을’이다. 전남 해남군에 들어서는 기업도시 ‘솔라시도(SOLASEADO)’는 그래서 특별한 사명을 띠고 출발했다. 갈수록 인구가 감소하는 지방에 사람을 다시 모아야 한다. 이를 위해 일자리 창출은 필수다. 바다와 호수로 둘러싸인 자연환경을 이용해 골프장과 정원 등으로 관광산업을, 풍부한 일조량을 이용해 태양광 발전과 이를 이용한 RE100(Renewable Electricity 100%) 기업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이 세워졌다.

한창 개발중인 만큼 부지 내에 건설자재인 자갈을 쌓아놓은 석산이 크게 만들어져있다.

지난 11일~12일 양일간 서남해안기업도시개발(전라남도, 전남개발공사, 한국관광공사, 광주은행, 보성산업, 한양)이 해남군 산이면에 한창 조성중에 있는 솔라시도를 찾았다. 총 632만 평의 광활한 사업부지로 들어가는 초입길에 자갈 돌무더기가 쌓여있는 커다란 석산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현장 관계자는 “지금 쌓여있는 것이 금액으로 치면 100억원 어치다. 지반, 도로 등 하중을 많이 받는 곳에 토대를 잡을 때 쓰고, 향후 들어설 4000가구 주택을 지을 때도 사용될 것”이라며 “어느 개발사업이든 이런 암석은 필수라 미리 확보해 놓는 것이 경제적”이라고 설명했다.

솔라시도는 2005년부터 사업이 시작됐지만 실제로 본격적인 개발이 시작된 것은 2017년부터다. 총 632만 평 가운데 60%를 차지하는 갯벌이 메워져 육지가 된 것도 최근이다. 때문에 현장은 아직 공터가 대부분이다. 18홀 골프장과 정원 한 두 곳만 완성된 상태이며 나머지 땅은 ‘RE100 예정부지’, ‘주택부지’ 등을 흰색 팻말로 적어 용도를 구분해 놓았다.

RE100 예정부지 푯말이 세워진 모습. 내년 200㎿급 데이터센터 클러스터 착공을 앞두고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RE100 부지는 솔라시도의 심장과도 같다. 이곳에 들어설 ‘200㎿급 데이터센터 클러스터’가 기업과 사람을 솔라시도로 불러 모을 마중물과 같다. 지척에 있는 98㎿ 규모 태양광 발전시설은 이미 2019년 완공됐다. 데이터센터는 내년 착공을 앞두고 마무리 준비에 한창이다. 솔라시도 관계자는 “이곳에 기업이 들어서면 가까이서 만들어진 재생에너지를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으며, ESG경영과 RE100 실현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소개했다.

채정섭 서남해안기업도시개발 대표이사도 “발전소와 데이터센터가 함께 있으니 개통 설비와 송전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만큼 데이터센터 유치에 최적화된 입지”라며 “정부도 수도권에 밀집한 데이터센터를 지방으로 분산시키려고 하는 만큼 정책과도 부합한다”고 말했다.

현장 사무실에서 만난 채정섭 서남해안기업도시개발 대표이사

다만 현재는 관련 법의 미비로 생산된 전기를 곧바로 가져다 쓸 수 없다. 우리나라 모든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는 일단 한전(한국전력공사)에 팔아야 한다. 솔라시도도 한전과 20년간 계약이 돼있다. 솔라시도 관계자는 “PPA법(전기사업법 개정안 배경 및 소개 전기사업법) 시행령이 아직이라, 전력 생산자와 소비자간의 직접적인 전기 판매가 불가능하다”면서 “이 산을 넘어야만 전기를 사용하는 기업들이 지역으로 내려올 수 있고, 그래야 인구 창출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원도 원주와 충청도 청주 등 여타 기업도시와 비교해 솔라시도는 수도권에서 가장 멀다는 핸디캡을 안고 있다. 원주와 청주는 일자리 창출 시 수도권 인구가 유입되지만, 해남은 아예 지역에 정착할 인구가 필수적이다. 이에 솔라시도에는 단독주택과 공동주택(아파트) 4000여가구가 예정돼있다. 리스크도 상존한다. 해남은 인구소멸위험지역이고, 인근 영암군의 대불산단(조선업)을 빼면 지역에 이렇다 할 산업도 없다.

현재 18홀 골프장과 더불어 공원(태양의 정원) 한 곳이 완성된 상태다.

솔라시도가 골프장과 정원 등으로 관광레저산업을 부흥시키려 큰 노력을 쏟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배경에서다. 도시 안에 총 9개의 정원을 조성하는데, 전국의 조경 전문가들을 불러모아 전세계에 내놓을 만한 수준을 목표로 매진하고 있다.

이미 골프장은 평일에도 60팀 가까이 올 정도로 인기다. 전국의 골프인구를 추가로 유인하기 위해 지역에 세컨하우스를 마련할 수 있도록 부동산 정책이 개선됐으면 하는 바람도 크다.

채 대표는 “관광레저를 모토로 하는 지역에서는 부동산 투자 수요를 억제하면 안된다”며 “대도시의 투기 과열을 잡기 위한 정책이 농어촌 관광 레저형 도시에도 일률적으로 적용되면 지역 인구 소멸을 막을 수 없다. 1가구 2주택 특례 적용이 반드시 필요한 사안”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올해 말 개통하는 솔라시도 대교. 도시와 통하는 주출입구 하나가 추가되면서 일대 교통여건이 개선될 예정이다.

땅끝마을에서 온전히 한 기업이 자력으로 도시 하나를 세우는 일은 전무후무한 사업이다. 수많은 규제를 풀어가야 함은 물론이고, 기업의 총 역량을 결집해 개발에 임해야 가능한 일이다. 실제로 올해 말 개통하는 동측 출입로인 ‘솔라시도 대교’를 제외하고는 SOC 인프라 건설에 정부 지원이 없어 전부 민간이 해결해야 했다. 채 대표는 “혁신도시는 공공기관 이전이 담보되기라도 했지만 기업도시는 직접 정주인구를 창출해야 한다. 여기에 도시가스 문제, 오수처리장 등 인프라를 모두 직접 마련해야하니 힘에 부치는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보성그룹이 건설업을 시작으로 기업이 성장했는데, 후대에 물려줄 기념비적인 개발 사업을 해보자는 의지가 있다. 아름다운 자연은 물론, 에너지 차원에서도 입지 여건이 좋은 토지를 확보한 만큼 사업을 잘 꾸려갈 수 있도록 대내외적인 조력이 너무나 소중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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