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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빚 공포에 짖눌린 시장…거래 절벽에 경매 늘고 대물 변제까지 등장 [부동산360]
거래절벽 장기화에 벼량끝 몰리는 집주인
8월, 거래회전율 0.39%…9년 7개월 만에 최저
경매진행 건수도 지난해 대비 두 배 이상 늘어
아파트로 채무변제 사례까지 등장
금리 급등과 극심한 거래 절벽으로 경매 물건의 급증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는 빚을 아파트로 갚는 대물 변제 사례까지 등장했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서영상·양영경·이민경 기자] 극심한 거래 절벽에 집주인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고금리 여파 등으로 현금유동성 위기에 몰린 이들이 끝내 빚을 갚지 못해 경매로 넘어가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으며, 심지어 아파트로 빚을 갚는 대물 변제 사례까지 등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연말까지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수요자들의 관망세가 이어지면서 이같은 현상이 장기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뚝’ 떨어진 거래회전율= 경매와 대물 변제 사례가 늘어나는 데는 내놓은 집들이 팔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집합건물(아파트·다세대·연립주택·오피스텔 등) 거래회전율은 0.39%로, 2013년 1월 0.32% 이후 9년 7개월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거래회전율이 낮을수록 거래 가능한 부동산에 비해 소유권 이전등기가 완료(등기원인 매매)된 부동산이 적다는 의미다. 지난달 집합건물 1만개 중 32개꼴로 거래된 셈이다.

거래회전율은 지난해 3월 0.83%를 찍은 뒤 소폭 하락하기 시작해 같은 해 6~11월 0.60%대, 12월 0.59%로 내려앉았다. 올 들어선 1월 0.50%에 이어 2~6월 0.46~0.47% 수준을 오가다 7월 0.42%, 지난달 0.39%로 더 낮아졌다.

서울은 지난해 월별로 0.44~0.73% 수준을 보였는데, 올해 상반기에는 0.30%대에 머물다 7월 0.28%, 8월 0.26% 등 갈수록 더 낮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중저가 단지의 ‘영끌’ 수요를 바탕으로 집값이 큰 폭으로 올랐던 노원구(0.08%)를 중심으로 한 거래 침체 양상이 뚜렷하다.

▶경매 진행건수 큰폭으로 ↑=이처럼 아파트 거래가 희귀하다 보니 빚에 내몰린 집주인들의 아파트가 경매로 넘어가고 있다. 최근 경매진행건수가 지난해 대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법원 경매 정보업체 지지옥션의 ‘8월 동향보고서’에 따르면 8월의 전국 경매 진행건수는 9308건으로 전월(8247건)에 비해 12.9% 늘어났다. 하지만 낙찰률은 34.7%에 불과하다. 이는 전월(35.0%) 대비 0.3% 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서울 아파트 경매 진행건수는 지난해 9월 31건에서 올해 8월 74건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하지만 낙찰가율은 115%에서 93.7%로 20%포인트 넘게 하락했다.

인천과 경기 아파트는 더 심각한 상황이다. 인천은 같은 기간 45건에서 85건으로 경매 진행건수가 늘어났고, 낙찰가율은 123.7%에서 78%로 40%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경기도도 136건에서 218건으로, 낙찰가율은 115.4%에서 82.9%로 큰 폭으로 하락했다.

1년 전 상황과 비교했을 때 대출을 갚지 못해 경매로 내몰리는 차주는 늘어난 반면, 경매로 아파트를 값싸게 마련하려는 수요가 줄어든 것이 확연하다. 부동산 시장의 선행지표로 여겨지는 경매시장이 주춤함에 따라 다가올 가을 주택시장도 밝지 않다는 분석이다.

▶“돈 대신 집으로 갚을께요”= 경매 물건의 증가와 함께 아파트로 채무를 변제하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아파트를 내놔도 거래는 안되고 비싸게 팔아도 많게는 77%에 이르는 양도세를 부담해야 하는 만큼 집주인들이 아파트로 빚을 갚고 있는 것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일원동 디에이치자이개포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25일 15억원에 직거래 됐다. 층수도 고층(23층)에 재작년 8월 30억 3699만원에 거래된 것이 최고 거래가다. 집주인이 과거 빌렸던 돈을 아파트로 대물 변제했다는 소문이 인근 부동산 시장에 파다하다. 또 올해 1월에 직거래된 20억 8273만원(29층) 아파트 역시 채무를 아파트로 변제한 사정이 있는 매매였다고 주변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들은 전했다.

전문가들은 과거 IMF 등 경기침체 때 건설사들이 부도가 나면서 협력업체들이 채권 대신 대물 부동산을 받는 경우는 많았으나 일반 채권-채무자 사이에 아파트로 빚을 대신하는 경우는 드문 사례라고 지적한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최근 급격히 올라버린 금리와 거래절벽, 그리고 세금 이슈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디에이치자이개포가 지난해 9월 부터 등기가 난 만큼 1년 이내 보유한 경우 차익의 77%를 양도세로 내야 하는데, 국가에 세금으로 내느니 아파트로 빚을 대신하는 방법을 택했다는 것이다.

s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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