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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억3000만원 낮춰야 잔금 치릅니다”…집값 하락에 취소 후 재계약 속출 [부동산360]
개포우성1차 전용 84㎡ 32억3000만→31억원
시세하락에…“계약 두 달 후 가격 낮춰 다시 거래”
송파·동작 등서도 비슷한 취소 후 재계약 사례 등장
거래절벽·매수 우위에…“매도자들 가격조정 수용”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매물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주택시장이 완연한 하락세로 접어들면서 아파트 매매계약을 취소한 뒤 가격을 낮춰 재계약하는 사례도 나타나는 분위기다. 한두 달 사이 아파트값이 떨어지자 잔금일이 도래하기 전 매도자와 매수자가 상호 합의하에 가격을 추가로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극심한 거래절벽으로 매수자 우위의 시장 분위기가 공고해지고 있어 매도가 급한 집주인이 매수자의 가격조정 요구에 적극 응하는 모습이라고 업계는 분석한다.

3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 개포우성1차 전용면적 84.8㎡는 지난 5월 20일 32억3000만원에 거래됐다고 신고됐으나 두 달도 채 안 된 7월 3일 해제(취소)됐다. 동일 아파트는 일주일 뒤인 10일 31억원에 다시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대치동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처음 계약을 했다가 두 달쯤 뒤 가격을 낮춰 다시 거래됐던 물건”이라며 “매도자와 매수자가 조율해 계약서를 다시 쓴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해당 평형 아파트는 지난해 12월 31억8500만원에 거래된 이후 32억~33억원 선에서 시세가 형성돼 있는데 급매물의 경우 30억원대까지 조정 가능한 상황이라고 현지 중개업계는 전했다.

비슷한 사례는 적지 않다. 송파구 장지동 위례아이파크 전용 100.9㎡는 올해 3월 19억원에 거래됐으나 한 차례 취소 후 1억6000만원 낮은 17억4000만원에 다시 계약됐다.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해당 거래는 지인 간 직거래로 이뤄졌지만 주변 시세가 내려가면서 가격을 추가로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아파트는 현재 17억원 선에서 매수할 수 있다.

동작구 본동 삼성래미안 전용 84.2㎡도 지난 3월 13억8000만원에 거래됐으나 7월 취소됐고 1억2500만원 낮은 12억5500만원에 다시 거래됐다. 해당 아파트 시세는 KB부동산 하한가 기준 12억2000만원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업계는 거래절벽으로 매수자가 협상력에서 우위를 점한 가운데 시세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가격을 낮춰 새로 계약하는 이례적인 사례가 잇따르는 것으로 봤다. 매도자가 가격을 낮출 이유는 없지만 행여 계약이 파기될 경우 매수자를 다시 구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실제 올해 아파트 거래량은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직방 분석 결과, 서울 아파트의 경우 절반 이상이 직전 거래가격 대비 하락 거래로 체결됐는데 그 중 절반은 하락률이 5%를 넘었다. 매도자가 매수자 요구에 따라 가격을 조정하는 패턴이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계약 이후에는 매수자도 계약금을 포기하고 거래를 파기하기 어렵지만 전반적으로 매수 자체가 형성되지 않은 분위기라 반드시 팔아야 할 이유가 있는 매도자가 어쩔 수 없이 추가 가격조정을 수용하는 상황으로, 그만큼 매도자가 더 급하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에 연내 한두 차례 추가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만큼 당분간 지금과 같은 시장 상황이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금리 인상기에는 거래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올해 하반기는 물론 내년 상반기까지는 매수 의사 결정시점이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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