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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층 건물에 스프링클러도 없는 병원…“‘안전약자’ 위한 방안 부족”
‘화재’ 이천 병원 건물, 건축법상 스프링클러 설치의무 제외
입원실 없는 ‘의원급 의료기관’, 설치의무서 제외
“어린이·노약자·장애인 등은 대피 역량 떨어지는 ‘안전약자’”
“하향식 승강기 등 이동이 어려운 환자들 위한 대피책 필요”
“피난식 승강기 등 필요”…예산 문제 또다시 ‘지적’
“예산 등 현실적 문제로 대피시설 부족 사례 많아”
“병원 특성 고려…대피시설 구비할 법령 재정돼야”
지난 5일 오후 환자와 간호사 등 5명이 사망한 경기 이천시 관고동 병원 화재 현장에서 소방 등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지난 5일 발생한 경기 이천시 관고동 학산빌딩 화재로 5명이 사망하고 47명의 사상자를 낸 가운데, 상가 건물에 입주한 병원에 대한 피난시설 설치 등 안전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8일 헤럴드경제가 만난 소방안전 전문가들은 비상상황 시 재난안전 취약계층에 대피책이 부족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와 관련, 이번에 피해를 본 투석병원 같은 시설에서 재난안전 취약계층이 언제든 피신할 수 있도록 대피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창영 광주대 방재안전학과 교수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어린이, 노약자, 장애인 등 안전 약자는 비상 상황에서 대피 시간과 역량이 떨어지지만, 이들에 대한 재난안전 개념이 잘못 설정돼 있다”며 “이번 사건처럼 재난 시 안전약자들이 대피에 취약한 점을 감안한 ‘잠재적 재난’까지 범주에 넣어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안전매트, 완강기, 하향식 승강기 등 이동이 어려운 투석 환자들을 위한 별도의 대피 설비가 필요했다”며 “이외에도 건물 관계자들을 위한 대피 시 안전교육도 면밀히 이뤄졌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재난안전 취약계층이 있는 병원이라는 특성에 맞춘 대피 시설이 필요했지만, 이같은 시설들을 구비하기에 예산 부담이 뒤따른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세진 우송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스프링클러 등 모든 화재 예방 대비책이 설치돼 있다면 물론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예산 문제가 걸린다”며 “특히 이동이 어려운 투석 환자들이 있는 병원엔 건물 특성이나 예산과 관계없이 대피 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인명구조라는 측면을 강조해서 법안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5일 오전 10시17분께 화재가 발생해 1시간10여분 만인 오전 11시29분쯤 진화됐다. 이 불은 3층 스크린골프장에서 발생해 투석병원이 있는 4층으로 짙은 연기가 순식간에 유입됐다. 이로 인해 4층 투석병원에서 환자를 보살피던 간호사 1명과 투석환자 4명 등 5명이 미처 대피하지 못하고 변을 당했다. 화재 당시 스크린골프장에서는 철거 작업이 진행 중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투석병원이 위치한 건물 4층에는 비상사태를 대비한 스프링클러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건물은 연면적 5000㎡ 미만으로 현행 소방법 기준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대상이 제외됐다.

지난 5일 경기도 이천시 관고동 병원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 내부에 있던 병원 관계자들이 환자 대피를 위해 소방대원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

해당 건물은 1층에 음식점, 사무실, 2∼3층엔 한의원, 사무실, 스크린골프장이 있었다. 이 건물의 1·2층에는 간이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었지만, 발화지점인 3층 스크린골프장과 4층 투석 전문 병원에는 스프링클러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이 해당 병원은 입원실이 없는 ‘의원급 의료기관’이어서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화재 발생 시 대피 기구로 사용될 피난용 승강기의 설치도 건축법에 저촉돼 미비한 게 문제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건축법 시행령에 따르면 피난용 승강기는 고층건축물에 설치하는 승용승강기 중 1대 이상을 설치해야 하지만 고층 건축물의 기준은 30층 이상부터 해당한다.

이에 대해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대피가 어려운 환자들을 위해선 스프링클러가 설치됐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병원에 있던 환자들이 침상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던 점을 고려했을 때 침상을 밀고 가면서 대피 가능한 방안들이 필요하다”며 “가령 피난용 승강기나 화재 시 병원 복도 끝으로 가면 밖으로 탈출할 수 있는 구조가 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인 교수 역시 “연기가 3층에서 위층으로 어떻게 빠르게 유입됐는지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연기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건축된 방화문이 항시 닫혀 있었는지도 확인해봐야 한다. 보통 이런 통로에 소화기를 괴어 문을 개방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경기남부경찰청은 정확한 화재 원인을 파악하고자 경찰·소방·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조사관 등 17명이 이날 오전 제2차 현장 합동감식에 나섰다.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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