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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자잿값·금리인상·안전규제…삼중고에 빠진 건설업 [부동산360]
철근·콘크리트연합 공사 셧다운 예고
원자재 가격 급등에 수급 불안정 지속
금리인상에 비용 부담·미분양 우려↑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주택 시장의 호황 기조 속에 성장을 거듭해 온 건설업계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금리 인상, 정부의 규제 등으로 건설업계는 삼중고에 직면해 있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장기화로 건설 자재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수급 불안정이 계속되면서 전국 건설 현장이 ‘셧다운’(무기한 공사 중단)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 본격화로 자금 조달 비용마저 불어난 데다 안전 규제 관련 부담도 더해진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민간주도의 대규모 공급을 약속한 만큼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있지만, ‘발등에 떨어진 불’에 당장 미소 지을 수 없는 실정이다.

서울 시내 한 아파트 재건축 공사 현장의 모습 [연합]

1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여파로 주요 원자재값이 급등하면서 업계의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지난해 3월 배럴당 65.6달러에서 지난달 109.3달러까지 뛰었고, 유연탄 가격은 톤(t)당 71.9달러에서 258달러로 3배 이상 올랐다. 최근 건설산업연구원은 급등한 유가·유연탄 가격이 안정화하지 않으면 지난해 대비 건축물은 1.5%, 일반 토목시설은 3% 생산 비용이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유연탄은 시멘트 원가에서 30~40%를 차지하는 핵심 연료다. 국내 수입 유연탄의 75%는 러시아산인데, 경제 제재 탓에 공급이 어려워지면서 시멘트 재고량은 예년 봄철 성수기(4~5월) 대비 절반 수준인 60만t으로 파악되고 있다. 일일 수요·공급량을 고려하면 이달 중 시멘트를 원료로 하는 레미콘 생산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철근 값 역시 세계 각국의 인프라 사업 확대, 중국의 수출 제한, 우크라이나 사태 등이 맞물리면서 t당 100만원을 웃돌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전국의 건설현장은 셧다운 위기에 놓였다. 전국 철근콘크리트연합회는 다음 주 초 현대건설의 전국 50개 현장에서 무기한 공사 중단을 하기로 결의했다. 앞서 연합회는 100대·중견 건설사를 대상으로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계약금액 20% 인상을 요구했는데, 미온적인 반응을 보인 곳을 대상으로 먼저 작업을 중단키로 했다. 원청업체 역시 적자시공이 우려되는 만큼 업계의 요구를 전부 수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공사비 상승은 건설사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특히 교섭력이 낮은 중견 건설사들은 자체적인 자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공사를 할수록 손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도급 공사에서 자재 가격이 10% 상승하면 건설사의 영업이익률은 약 3%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정됐다.

본격화한 기준금리 인상도 차입 비율이 높은 건설업에는 부담이 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물가 급등 등을 이유로 지난해 8월 이후 네 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우량건설사의 자금조달 기준인 3년 만기 회사채(AA-) 금리는 지난 7일 기준 3.531%로 지난해 말(2.415%) 대비 1.116%포인트 상승했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빌린 돈을 갚거나 자금을 조달할 때 이전보다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의미다.

금리인상 추세 지속에 따른 투자심리 저하로 주요 건설사들이 회사채 발행을 준비했다가 계획을 취소하는 사례도 빈번해지고 있다. 대출규제와 맞물린 금리인상이 아파트 청약시장에서 수요자의 구매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건설사들은 미분양 우려에도 휩싸인 상태다.

올해 1월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에 이어 건설안전특별법 도입까지 논의되면서 건설 현장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가 건설사의 경영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더 커졌다. 산업 재해 예방을 위해 사업장별로 안전관리비 증액이나 공정률 조정 등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민간 주도의 대규모 공급이 이뤄지면서 건설업황이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으나, 당장은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차기 정부가 규제 완화를 통해 주택 공급을 적극적으로 하기로 한 만큼 수주 개선에 대한 기대감은 있다”면서도 “그러나 당장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수익성 하락 등으로 걱정이 더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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