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올해 자유공모 연구과제 심사완료, 4월초 발표
포스텍(포항공과대) 물리학과의 이길호(왼쪽) 교수와 조길영 교수 [삼성전자 제공] |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이 지원한 포스텍(포항공과대) 물리학과의 이길호 교수-조길영 교수 연구팀이 빛으로 고체 물질의 양자 성질을 다양하게 제어하고 측정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빛을 통해 기존과 다른 성질의 반도체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관련 논문이 16일(영국 현지시간) 최상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됐다고 22일 밝혔다.
고체 물질의 성질은 고체 내에 있는 전자의 움직임에 따라 결정된다. 전자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으면 금속, 그렇지 않으면 부도체로 정의된다. 금속과 부도체의 중간 정도로 전자가 움직일 수 있으면 반도체로 구분된다.
물질 내의 원자와 전자의 움직임을 변경해 고체의 성질을 바꾸기 위해서는 강한 열 또는 압력을 가하거나 인위적으로 불순물을 첨가하는 등 화학적인 방법을 이용해야 했다.
과학계에서는 아주 작은 크기의 고체 물질의 경우 기존 방식(열, 압력, 화학물질 첨가 등) 외에도 빛을 쬐어주면 양자 성질이 바뀐 ‘플로켓 상태(전자와 빛이 양자역학적으로 결합한 상태)’가 될 수 있다는 가설이 1900년대 중반부터 제안된 바 있다. 오랫동안 이론적으로만 예측되던 플로켓 상태는 2013년에 처음으로 관찰됐고 이 후에도 몇 건의 사례가 보고됐다.
플로켓 연구가 지속적으로 성과를 낼 경우 향후에는 빛을 쪼여 ‘위상물질’(기존 반도체 기반 정보 소자의 한계를 극복할 차세대 양자 물질)을 발현시킬 수 있는 등 신소재, 양자기술 분야에서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그동안 구현된 플로켓 상태는 250펨토초(1펨토초는 1000조분의 1초) 수준의 지극히 짧은 순간만 지속됐다. 플로켓 상태를 구현하기 위해 양자 고체 물질에 가해주는 에너지가 매우 커 강한 열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플로켓 상태의 특성을 활용하기 위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지 못했다.
이길호 교수 연구팀은 플로켓 상태를 장시간 구현하는 데 성공해 주목받고 있다. ‘그래핀-조셉슨 접합 소자’에 기존의 적외선 대신 마이크로파를 서서히 쬐어, 빛의 세기가 기존 대비 1조분의 1 수준으로 매우 약해져 열 발생이 현저히 줄었고, 플로켓 상태는 25시간 이상 지속됐다.
이길호·조길영 교수는 “이번 연구는 플로켓 상태가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 플로켓 상태를 상세하게 연구할 수 있게 된 것에 의미가 있다”며 “향후 편광 등 빛의 특성과 플로켓 상태 사이의 상관 관계를 밝히는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 측은 “연구가 진척되면 특정 성질을 지닌 반도체를 다른 성질의 반도체로 바꿀 수 있다”며 “반도체를 포함한 다른 고체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고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설명했다.
이 교수 연구팀의 이번 연구는 2017년 6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과제로 선정돼 5년째 지원을 받아왔다.
한편, 이 교수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지원으로 초고감도 마이크로파 검출기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으며, 관련 성과는 차세대 양자정보기술 상용화를 위한 원천 연구로 인정받아 2020년 10월 ‘네이처(Nature)’지에 게재된 바 있다.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모습[삼성전자 제공] |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은 기초과학, 소재, ICT 분야에서 올해 자유공모 연구과제 720여건을 신청 받아 서면심사와 발표심사를 진행, 조만간 지원 과제를 최종 발표할 예정이다.
지원 과제로 선정되면 최대 5년간 많게는 수십억원의 연구비를 지원받게 된다. 지난해 지원된 연구비는 자유공모 49건 804억7000억원, 지정테마 12건 152억1000억원 등 956억8000억원에 달했다.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지는 과학 기술 육성을 목표로 2013년부터 1조 5000억원을 출연해 시행하고 있는 연구 지원 공익 사업이다. 지금까지 총 706건의 연구과제에 9237억원의 연구비가 지원됐고, 지원을 받은 연구진은 약 1만4000명에 달한다.
지금까지 국제학술지에 2600건의 논문이 게재됐으며, 특히 사이언스(9건), 네이처(8건), 셀(1건) 등 최상위 국제학술지에 소개된 논문도 450건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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