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제공] |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 인간의 두뇌를 닮은 반도체 기술개발 경쟁이 뜨겁다. 기술개발의 목적지는 ‘인간의 뇌’다. 반도체의 정보처리 과정을 사람과 유사한 구조로 만들어 성능을 보다 향상시키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산업적 측면으로 보면 기술을 선점하고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를 벌림으로써 시장을 주도하는데 있다.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반도체는 ‘뇌’와 조금 더 가까워지며 무한한 가능성을 열고 있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PIM(Processing-In-Memory) 기술 개발 경쟁은 이같은 여러 노력들 중 하나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최근 그래픽 D램인 GDDR을 기반으로 한 PIM ‘GDDR6-AiM’을 개발했다. 지난해 2월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광대역폭메모리(HBM) 기반의 ‘HBM-PIM’을 개발한지 약 1년 만에 추격의 발판을 놓았다.
삼성전자의 HBM-PIM(왼쪽)과 SK하이닉스의 GDDR6-AiM. [삼성전자·SK하이닉스 제공] |
PIM은 메모리 반도체에 연산 기능이 추가된 것으로, 기억과 연산이 모두 가능하다는 점에서 사람의 뇌와 유사하다. 단순히 데이터를 저장만 할 수 있는 메모리 반도체나 연산만 가능한 시스템 반도체와는 다르다.
연산과 저장을 통합하면 기존 메모리 반도체보다 속도나 효율 측면에서 뛰어난 성능을 보인다. 이번에 SK하이닉스가 개발한 GDDR6-AiM은 연산 속도가 최대 16배 빨라지며 에너지 소모도 80% 줄일 수 있고 삼성전자의 HBM-PIM 역시 성능이 2배 향상됐으며 에너지 소모도 70%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인-메모리(In-Memory) 컴퓨팅 기술은 인공지능(AI)의 개발과 대용량 데이터 처리의 증가로 고성능 반도체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의 융복합화는 사람의 뇌와 닮은 반도체 기술 개발의 중요한 흐름이 되고 있다.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은 지난해 3월 IEEE IRPS(국제신뢰성심포지엄)에서 AI 기술을 기반으로 모든 기기가 통합되는 새로운 정보통신기술(New ICT) 시대의 메모리반도체는 성능 한계 극복을 위해 메모리와 처리장치(Logic)가 융합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지난달 삼성전자는 자기저항메모리(MRAM)과 같은 비휘발성 메모리를 활용한 인-메모리 컴퓨팅 연구결과를 영국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하기도 하는 등 새로운 연구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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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연구는 실제 뇌를 모방하는 뉴로모픽(Newromorphic) 반도체 개발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람의 뇌신경을 모방한 뉴로모픽 반도체는 AI 구현의 열쇠다. 신경세포(뉴런)과 시냅스(연결고리)로 이뤄진 사람의 뇌신경은 병렬적으로 연결돼 적은 에너지로 고도의 연산을 처리할 수 있다. 뇌를 모방하면 반도체의 정보처리와 효율성은 극대화될 수 있다.
인간과 가까운 로봇인 휴머노이드 개발의 핵심적인 기술이기도 하다. 사람과 비슷한 역할을 수행하려면 사람처럼 사고하고 인지하고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뉴로모픽 기술 개발은 2000년대 중반 유럽과 미국 등에서 국가주도 연구개발(R&D) 사업이 시작되며 본격화됐다. 유럽연합(EU)은 내년까지 10년 간 10억 유로를 투자해 HBP(Human Brain Project)를 진행하고 있으며 미국도 2013년 ‘브레인 이니셔티브(Brain Initiative)’ 정책을 수립해 관련 연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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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뉴로모픽 반도체 개발은 아직까진 쉽지않은 난제다. 수 년 간 인텔, 삼성전자, IBM, 퀄컴같은 글로벌 반도체 회사들이 뉴로모픽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상용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IBM은 2014년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시냅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S램 기술을 활용해 트루노스(Truenorth)를 선보였다. 현재 연구는 중단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은 2017년 로이히(Loihi) 칩을 개발하고 지난해 성능이 더 향상된 로이히2 개발을 발표했다. 퀄컴은 2013년 제로스를 공개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하버드 대학교 연구진과 함께 학술지 네이처 일렉트로닉스에 논문을 게재하고 뉴로모픽 칩에 대한 미래 비전을 제시하기도 했다. 연구진은 뇌 신경망에서 뉴런이 보내는 전기 신호를 나노전극으로 측정, 지도화해 복사하고 파악된 내용을 반도체에 적용하는 방법을 구상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또한 반도체 비전 2030 달성을 가속화하기 위해 2019년 NPU(신경망처리장치) 사업 육성에 나섰다. NPU 분야 인력을 2000명 규모로 확대하고 기술을 개발하기로 했다.
우리 정부는 미국, 유럽과 달리 뒤늦게 AI 반도체 육성 지원에 나섰다. 2020년부터 2029년까지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 개발 사업’에 1조96억원을 투입하기로 한 정부는 지난달 PIM 개발에 4027억원을 2028년까지 더 투자하기로 했다. NPU칩 설계 기술 확보, 패키지형 제품 생산 등 NPU 분야도 지원키로 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150여 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 규모는 56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민간 분야 한 해 R&D, 시설투자는 정부의 10년치 지원의 50배가 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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