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디펜스의 K-9 자주포와 K-10 탄약운반장갑차. [한화디펜스 제공] |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지난달 한국형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천궁-II’(탄도탄 요격미사일 체계, LIG넥스원·한화디펜스)이 4조원대 규모로 아랍에미리트(UAE) 수출에 성공한 데 이어 이달 초에는 K-9 자주포(한화디펜스)가 2조원대 이집트 수출을 따냈다. 이로써 올 들어서만 벌써 7조원대 수주를 달성한 국내 방위산업 수출은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도 최대 40조원 규모로 남아있는 등 K-방산은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다.
최광식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K-방산, 지구를 지켜라’)를 통해 “작년 12월 K-9 자주포 수주로 마무리하며 40억달러를 달성, 방산 순수출국이 된 우리나라는 1월 천궁-II 수주와 2월 K-9 자주포 수주로 석달 사이 무려 7.3조원을 수주했다”며 “또 K-방산이 지금 경합하고 있거나 협상 중인 수출 프로젝트도 17~49조원이 남아 이로써 우리는 미들, 로우급 무기체계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제품을 보유한 국가가 됐다”고 밝혔다.
최 연구원은 이같은 K-방산의 선전 이유를 ▷미들급·로우급 시장에서의 존재감 ▷국방과학연구소(ADD) 주도의 국산화 성과 ▷합리적인 가격 ▷기술이전과 현지생산 지원 ▷정부의 기술료 인하 등 수출 장려 정책 ▷지정학 분쟁 환경 등을 들었다.
무기체계 시장은 하이엔드, 미들, 로우급으로 나뉜다. 한국의 스테디셀러 무기체계들은 K-9 자주포, 현궁, T-50을 개량한 FA-50 경전투기, 호위함, 잠수함 등 미들·로우급이다. 특히 K-9 자주포는 세계 자주포 시장의 50%를 점하고 있다.
최 연구원은 “어차피 최첨단 무기체계의 하이엔드급은 미국의 누적된 시스템과 제품들을 따라갈 수 없다”며 “우리는 내수 방산에서 미들급 무기체계로부터 시작해 지금은 최첨단 무기체계까지 연구개발을 통해 국산화율을 끌어올리며 우리 플랫폼을 구축했고, 이를 바탕으로 미들급 시장에서 의젓한 방산 수출국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1970년 대통령 명으로 창설된 ADD는 무기체계 국산화를 주도해 왔다. 최 연구원은 “무기체계가 지속적인 수출 상품이 되기 위해서는 국산화율을 끌어올려 자유롭게 발전시킬 수 있는 우리 플랫폼이 필요한데, 이를 ADD가 중심으로 노력해왔다”며 “ADD는 민간 산업보다 속도는 느렸지만 자주국방의 완성이며 국방재원에 투입되는 정부 예산을 절감하는 무기체계 국산화를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한국 무기체계 흥행에는 ‘가성비’도 요인 중 하나가 되고 있다. K-방산은 선진국 제품의 85% 수준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K-9 가격도 독일의 K-9의 2분의 1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최 연구원은 “미국, 유럽의 선진 디펜스 업체들이 과점해 온 시장에서 당연히 높은 가격의 거품이 형성돼 왔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2018년 한국산업연구원의 서베이 지표에서 한국 제품의 가격은 선진국 대비 85% 수준일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은 판매 뿐 아니라 유지보수에서도 합리적인 가격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 연구원은 “모든 무기 수입국들은 일단 구매하되 로컬에서 직접 만들고 싶어한다”며 “현지 생산을 지원하는 측면에서 한국은 단순 무기체계 판매 뿐 아니라 기술이전, 현지 생산을 위한 지원 여지도 커서 매력적으로 다가가고 있다”고 말했다.
K-9 자주포가 수출되는 인도 최대 건설업체 L&T(Larsen & Toubro)를 통해 ‘메이드 인 인디아’로 생산되고 있고, 호주나 이집트 등 최근 수주에 성공한 무기 모두 현지 생산을 조건으로 하고 있다.
그는 “무기체계 수출은 완제품을 판매한 이후에도 후속 지원 부품들이 있어 단발 계약에 그치지 않고 지속해서 매출이 발생한다”며 그뿐 아니라 사업 관계를 맺은 이후 후속 사업들로 확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와 방위사업청은 ADD가 선행 연구·개발한 무기체계 및 방산 물자의 수출에서 받아오던 기술료를 50% 줄여 수출을 지원했다. 2019년에는 기술료 전액을 작년 말까지 면제해주다가 이를 다시 올해 말까지 추가 연장했다.
최 연구원은 “우리 방위산업체들이 수출하는 무기체계의 선행연구는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시작되는데, 이에 따라 개발된 기술을 활용해 무기체계를 생산, 수출할 때 ‘국방과학 기술료’를 2~5% 정부 또는 국방과학연구소에 지급한다”며 “최근 벌어지고 있거나 벌어질 대규모 수출 계약에 기술료 인하가 상당 부분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얼마 전 인도·중국의 국경분쟁에 최근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긴장이 발생되는 등 지정학적 분쟁도 K-방산 선전에 우호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 연구원은 “러시아의 영향 때문에 구 소비에트 연방 및 동유럽 국가들이 K-9 자주포를 구매해왔다”며 “이번 침공설이 미·러시아 협상으로 종료되거나 우크라이나 내부의 친러시아파를 이용한 국지전으로 흘러가더라도 구 소비에트 연방 국가들이나 동유럽 국가들의 K-9 확보 소요는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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