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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조업은 허탈해?…작년 은행 한곳이 LG전자만큼 벌었다 [비즈360]
신한·국민銀 영업이익 7.1조원
LG전자 영업이익 3.9조원
두 은행이 양대 화학사, 4대 정유사보다 많이 벌어
삼성전자의 14%, SK하이닉스의 57%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지난해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빚투(빚내서 투자) 등으로 대출이 크게 늘어난 영향으로 은행들이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은행 한 곳이 벌어들인 수익이 전세계 생활가전 1위업체인 LG전자 수준에 달했다. 국민연금 대표소송 등 각종 옥죄기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제조회사들은 금융회사와의 격차가 더 벌어진 수익성에 또 한번 한숨을 쉬고 있다.

신한은행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약 3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대비 23% 증가한 수치다. 은행을 포함한 전체 신한금융그룹의 영업이익은 6조원(약 5조9500억원)에 육박했다. KB국민은행의 작년 영업이익은 약 3조5000억원이다. 같은 기간 12% 상승한 것으로, KB금융그룹 전체 영업이익은 6조1000억원으로 6조원을 넘어섰다.

LG전자는 지난해 생활가전과 TV판매 호조에 힘입어 74조원 이상의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했지만, 영업이익은 3조9000억원에 그쳤다. 신한은행이나 국민은행보다 소폭 높은 수준이다. 영업이익률(매출대비)이 13~15%에 달하는 이들 은행에 비해 LG전자의 이익률은 5%대다. 은행을 포함한 금융그룹 전체 영업이익은 LG전자보다 2조원 가량 많다.

은행들은 지난 2020년 코로나19 발생 이후 제로금리 등 초완화적 통화환경 하에 대출이 가파르게 확대되면서 막대한 이자수익을 거두고 있다. 풍부해진 유동성이 실물경제 부문으로 흘러가는게 아니라 금융회사의 조달 환경만 우호적으로 만들어 실물·금융의 괴리를 확대시켰다는 지적이 전세계 공통으로 제기된 바도 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턴 정부가 대출 규제에 본격 나섬에 따라 금리가 빠르게 올라가면서 이자마진율을 더 높였고, 이는 금융기관들의 호실적으로 이어졌다.

이에 반해 LG전자는 지난해 원자재 가격 인상과 물류비 상승에 영향을 받았다. 한국, 중국, 태국, 미국 등 다양한 국가에서 제품을 생산해 항공, 선박 등을 이용해 글로벌 각지로 운반해야 하기 때문에 내수 비중이 50% 이상인 월풀보다 운임비 변동에 더 노출될 수 밖에 없다. 이에 LG전자의 생활가전 부문 영업이익(약 2조2000억원)은 월풀(약 2조7000억원)보다 낮게 나왔다.

신한·국민 두 은행은 영업이익은 양대 화학회사로서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보인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의 합산 이익도 웃돌고 있다. LG화학은 물류,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등의 경영변화와 재료비 상승, 배터리 리콜 등의 이슈에도 불구하고 1년 전보다 180% 가량 증가한 5조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롯데케미칼도 전년대비 330% 증가한 1조5000억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그럼에도 두 은행의 실적을 하회한 것이다.

두 은행은 작년 정제마진 개선과 국제유가 상승으로 수익이 크게 개선된 국내 정유 4사(SK에너지·현대오일뱅크·GS칼텍스·S-Oil) 영업이익도 앞섰다. 4사의 작년 합산 영업이익은 6조6000억원 수준이다. 또 양 은행 수익은 재계 서열 9위인 현대중공업그룹의 전체 영업이익(1조1000억원)보다 여섯배 이상 높다. 뿐만 아니라 두 은행의 영업이익은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의 14%에 해당되며, SK하이닉스의 57%를 차지하는 규모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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