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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 집값 하락세가 더 크게 느껴지는 이유 [부동산360]
집값 통계 착시 가능성 커져
거래 급감기 급매물 시세에 결정적 영향
대선 이후 시장 상황 지켜봐야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서울에 1억원짜리 아파트가 100채 있다고 가정합시다. 어느 날 이중 한 채가 9000만원에 나왔습니다. 급한 사정이 생긴 집주인이 1억원에 내놓아도 팔리지 않자 1000만원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은 얼마일까요? 현 정부 공식통계인 한국부동산원이나 대출 기준으로 활용되는 KB국민은행 등 통계작성 기관마다 계산 방식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모두 대략 0.1% 내렸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KB국민은행은 비교 전후시점 개별 주택 가격 변화를 ‘산술평균’으로 계산합니다.(칼리지수). 모두 더해 개체수로 나눈 평균의 변화율을 따집니다. 서울에 1억원짜리 주택 100채가 있으니 총액이 100억원인데, 한 채가 9000만원으로 떨어져 99억9000만원이 됐으니 0.1% 하락했다는 식입니다.

한국부동산원은 국제 권고 방식인 ‘제본스지수’를 활용합니다. 기준 시점 전후 개별 주택값의 ‘기하평균’ 변화율을 따지는 것입니다. 고등학교 수학시간이 싫었던 사람들 대부분 골치 아픈 개념인데 간단히 설명해 기하평균은 ‘덧셈의 평균’인 산술평균과 달리 ‘곱셈의 평균’입니다. 복잡한 공식으로 계산되는 데 결론만 말하면, 복리를 계산하거나, 성장률, 투자수익률 등을 따질 때 활용도가 높습니다. 이번 사례에선 기하평균도 0.1% 떨어진 것으로 나옵니다.

통계작성기관은 이렇게 작성된 시세 변동률을 주간 단위로 발표합니다. 자, 이제 집주인들은 집값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요? 서울 집값이 0.1% 떨어졌다니 1억원짜리 아파트값이 모두 10만원씩 떨어졌다고 생각할까요? 아닙니다. 급매물 한 채에 주목할 겁니다. 집을 팔 생각이 없어 매물로 내놓진 않았지만 우리 집도 9000만원에 내놓아야 팔리겠구나 생각합니다. 0.1% 떨어진 게 아니라 10% 수준 급락했구나 느끼는 겁니다.

이때 정부의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등장해 한마디 합니다. “다수 지역에서 급매물 거래사례가 포착되고 있다. 시장의 하향 안정세는 더 속도를 낼 전망이다.”

집주인들은 불안합니다. 많은 언론은 급매물이 늘어나는 사례에 주목합니다. 집을 사려는 사람은 더 떨어지기를 기다립니다. 이게 최근 일어나고 있는 주택시장 상황입니다.

우리가 매주, 매월 받아보는 집값 통계는 산술평균이건, 기하평균이건 ‘평균’을 구해 작성하기 때문에 ‘평균의 오류’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요즘처럼 양극화가 심각한 주택 시장에서라면 오류는 더 커집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1월31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0.01% 떨어졌습니다. 앞서 언급한 사례처럼 급매물이 있었던 어떤 지역에선 10% 이상 하락한 것처럼 체감될 수 있습니다.

사실 얼마 전까진 전혀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조금만 올랐는데도 집값이 폭등하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4년 7개월 동안 서울 아파트값은 26% 올랐습니다. 41%나 오른 경기도를 포함하면 수도권 전체 평균이 36.1%나 뛰었습니다. 이 정도 상승폭에 대해서도 누군가는 문 정부에서 두 배 이상씩 오른 집이 수두룩한테 무슨 소리냐고 따졌습니다.

모두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집값 통계가 전체 총합의 변동률을 따지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지금 주택시장은 대출규제 등으로 역대급으로 거래량이 감소한 시기를 지나고 있습니다. 이런 시기 한두건 나온 매물의 호가 변화, 급매물 실거래 사례에 대한 체감은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거래 사례가 많지 않기 때문에 몇몇 사례만 보고 시장 흐름을 판단해야하기 때문에 매수자나 매도자 모두 불안합니다.

집값 상황이 정말 꺾인다면 거래 사례가 좀 더 많아야 합니다. 대선주자마다 ‘양도소득세를 깎아 주겠다’, ‘대출규제를 완화해 주겠다’ 공약이 넘칩니다. 지금은 누구도 쉽사리 거래에 나서기 힘든 ‘비정상적’인 시장입니다. 단순히 몇몇 급매물 동향이나, 집값 변동률 추이만 보고 집값이 꺾였다고 판단하면 오판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입니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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