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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애도 결혼을 안 해요”…듀오 CEO가 본 ‘비혼 확산’ [H.OUR]
박수경 듀오 CEO가 12일 서울 강남에 위치한 사옥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가지고 있다. 박해묵 기자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우리 애도 결혼을 안 해요. 이젠 물어보지도 않아요." vs "요새는 이런 말 물어보면 안 된다던데…그래도 결혼은 언제 할 거니?"

임인년 설, 결혼에 대한 트렌드가 확연히 달라졌다. 설을 앞두고 한 결혼정보업체가 미혼남녀 24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번 설, 마냥 즐겁지 않은 이유" 1위에 '연봉 등 직장관련 질문(45.3%)'이 꼽혔다. 과거 독보적인 1위였던 '결혼·연애 관련 질문(31.7%)'은 2위로 밀렸다.

30대 남녀 미혼 비율 추이. [그래픽 김유진 기자/kacew@]

'비혼'이 확산하고 '결혼은 필수'라던 통념에 대한 현실적 의구심이 높아지면서 결혼시장의 트렌드는 격세지감이다. 국내 1위 결혼정보회사 듀오의 박수경 대표는 "비혼이 많아진다는 것은, 대충 결혼은 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갈수록 결혼에 대한 선호도가 뚜렷해지고, 이에 대한 현실적 '조건 따짐'이 심화했다는 얘기다.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글라스타워 듀오 사무실에서 헤럴드경제와 만난 박 대표는 2시간 남짓 이어진 인터뷰에서 근 10년새 달라진 결혼시장 선호도를 예리하게 짚어냈다. 이른바 1등 신붓감이 과거 '교사'에서 '대기업 직장인'으로 바뀐 이유, 그리고 최근 인기를 끈 ‘커플 매칭 예능 프로그램' 넷플릭스 오리지널 '솔로지옥'의 남성 참가자 문세훈 씨가 왜 성혼 가능성 1순위인지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답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여자는 공무원·남자는 전문직' 공식 깨졌다
[그래픽 김유진 기자/kacew@]

▶남녀가 선호하는 배우자상이 최근 어떻게 바뀌었는지 궁금하다.

=‘상대가 나와 딱 안 맞으면 아예 결혼 하지 않는다’는 결심을 많이 하기 시작했다. 듀오 대표로 처음온 2014년 당시만 해도 사람들이 ‘완벽한 사람은 없다’는 마음으로 어느 정도 만족하면 결혼을 했다. 반면 요즘 적령기 남녀는 욕심도 있고 의사 표현도 확실하다. 여성들이 남자의 외모를 예전보다 더 따지고, 남자도 여성의 경제력을 요구한다. 부를 축적할 기회가 적어지면서 부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여자는 공무원, 남자는 전문직'이라는 공식도 깨졌나?

=여성의 경우 상당한 수입이 예상되는 대기업 여성들의 인기가 높아지는 현상이 보인다. 과거에 비해 여교사와 여자 공무원 인기는 하락했다. 남성도 단순한 전문직 선호보다는 각자의 배우자상에 따라 다양한 선호도가 등장하고 있다. 자산을 축적한 30대 중반 남성들의 입지가 상승한 것도 특징이다.

▶비혼 트렌드에 코로나19 장기화로 대면 기회마저 줄었는데 듀오는 지난해 매출이 30%로 역대급 신장했다.

= 결혼이 성공의 한 지표가 됐다. 이제 누가 결혼한다는 소식은 주변 친구들에게 ‘나 어느 정도 일궜다’고 알리는 표시가 됐다. 우리 때는 상대방 집안이 무슨 일 하는지도 모르고 좋으면 결혼했는데, 요즘엔 부모님 직업과 집안까지 보고 결정하고자 하다보니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 같다. 예전엔 친구집도 놀러가고 부모님 인사도 하며 서로 사정을 잘 아니까 지인끼리 다리도 많이 놨는데, 요즘엔 그런 교류도 사라져 잘 모르는 두 사람을 주선하기 어렵다고도 하더라.

결혼이 성공의 지표가 됐다
박수경 대표는 "MBN 예능프로그램 돌싱글즈 여자 PD의 인터뷰 기사를 인상 깊게 봤다"며 "자신은 결혼을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한번 결혼에 실패한 출연자들이 다시 한번 사랑하고 결혼하려 나오는 모습을 보면서 이래서 결혼하는거구나 하고 알았다더라"고 했다. 이어 "요즘 사람들도 '나 혼자도 힘드니까 결혼 안 해, 아이 안 낳아'라고 생각하기보다는 함께 하는 행복과 아름다움을 보면서 용기를 가질 수 있다면 어떨까"하는 바람을 드러냈다. 박해묵 기자

▶자유 연애에 익숙한 요즘 남녀에게 중매혼 형식은 다소 부담스럽다. 남자의 재력과 여자의 젊음을 등가교환한다는 시선도 있다.

=(결혼정보회사가) 남자의 돈과 여자의 매력을 매칭하는 곳만은 아니다. 연상연하 커플도 적지않다. 30초반 남성들은 본인이 젊기 때문에 2~3살 위도 본다. 상대 여성의 가임 나이 등을 고려해도 여유가 있어서다. 능력 있는 연예인들이 나이차 많은 결혼을 할 때마다 화제가 되지만, 업계에서도 10살 넘는 나이차는 흔치 않다. 남성이 3~4살 연상인 경우가 가장 많고, 차이가 좀 나도 괜찮다고 하면 6~7살 연상을 본다.

▶‘최고점 여성 회원 스펙’이라며 온라인에 떠도는 등급표도 있던데. 가슴 뛰는 사랑을 꿈꾸는 이들에겐 삭막하게 다가오더라.

=결혼정보업체가 모두 회원 점수화 한다는 건 오해다. 회원을 수치화 해서 같은 등급끼리 소개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각자가 원하는 항목을 바탕으로 ‘적합도’를 염두에 둬서 매칭한다. 조건만 보는 사람들은 결혼정보회사 와도 제대로 못 만난다. 온라인에 떠도는 점수표의 출처 역시 듀오가 아니다. 결혼정보회사에서 이어진다고 곧바로 결혼하는 건 아니다. 평범하게 몇년간 연애하다 결혼하기도 한다.

▶결혼정보회사 회원 성비는 '여초'라는 인식이 있는데 사실인가. 결혼적령기 남녀 인구 자체는 남자 수가 여자보다 많을 텐데 왜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지 궁금하다.

=듀오의 전국 기준 남녀 성비는 57대 43으로 남자가 더 많다. 다만 골드미스가 원할 만한 직군에 속하는 수도권 남성을 한정해서 보면, 여초다. 여자가 살짝 많은 수준. 골드미스들 사이에서 ‘만날 남자가 없다’는 말이 나오는 원인이기도 하다.

문세훈, 다들 '송지아' 볼 때 '신지연' 직진
넷플릭스 오리지널 솔로지옥에 출연한 문세훈(왼쪽)과 신지연(오른쪽). [넷플릭스 유튜브 캡쳐]

▶‘나는 솔로’, ‘솔로지옥’ 등 커플 매칭을 염두에 둔 예능 프로그램이 화제다. 시청한 적 있나.

=많이 본다. ‘솔로지옥’ 출연자인 문세훈 씨가 눈에 띈다. 남성 출연자 대부분이 화려한 인기를 자랑하는 유튜버 프리지아(본명 송지아)에게 구애할 때, 자신만의 이상형(신지연)을 알아봤다. 한 사람에게 진정성으로 적극적으로 임해 결국 커플이 된 점을 높게 본다. 결혼정보회사에선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사람과 맞는 지를 아는 사람이 성공한다. 결혼할 사람을 업체에서 못 찾는 경우에도 나랑 맞는 사람이 누군지 알아가는 덴 확실히 도움이 된다.

'데이팅앱' 급부상, 위협 안돼…프로필 보정보다 "실물이 나으시네요" 들어야

▶결혼정보회사에 대항해 '데이팅앱'이 높은 접근성과 저비용을 무기로 급속 성장하고 있다. 위협을 느끼시는지.

=데이팅앱이 처음 나왔을 땐 긴장했다. 인증 내지 가입 조건이나 이후 서비스, 회원수 등을 눈여겨봤다. 결론은 결혼정보회사와의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라는 거다. 하지만 사람과의 만남은 알고리즘으로 안 되는 부분이 있지 않나. 매니저의 터치가 중요하다. 신원인증이나 피드백도 결혼정보회사가 상대적 우위다. 어플 다 해보니 ‘가성비’는 결혼정보회사라며 오는 남성 회원도 많다. 데이팅앱 전반에서 여성 회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도 하고.

▶매니저의 터치가 차별화 포인트라는 말씀. 그렇다면 회원들의 '인성' 부분 필터링은 어떻게 하나. 여성들은 데이트 폭력까지 걱정하기도 한다.

=소개팅 진행 후 항상 피드백을 받는다. 초기에 신원인증으로 걸러지지 않은 부분이 있더라도 소개팅 할수록 데이터와 피드백으로 쌓이는 거다. 예의 바른지, 어떻게 행동하는지, 대화나 SNS를 통해 드러나는 폭력성은 없는지 등의 피드백이 교제 중에도 들어온다. 상대를 불쾌하게 하거나 상대가 거부하는데도 스토킹하면 제재를 가하고 탈퇴시킨다. 심해지면 법적 조치도 취한다. 아무리 조건이 좋은 사람이라도 인성에 문제 있다고 찍히면 재가입이 안 된다.

▶상대방의 실물이 프로필과 달라 ‘사기 당한 것 같다’는 말도 나온다. 과도한 사진 보정도 피드백 요소인가.

=당연하다. 실물과 프로필이 많이 다르면 '오히려 결과가 더 안 좋다'고 말씀도 드린다. '실물이 더 나으시네요' 이런 말 나오면 잘 풀린다고 조언하지. 듀오는 본인 실물을 잘 표현하지만, 굳이 나쁘지는 않은 정면 정장사진, 전신 캐주얼 사진, 본인 취미 등을 보여줄 수 있는 장소에서 찍은 사진 등 3장을 추천한다.

결혼시장, 유독 서울대 출신 CEO가 많은 까닭
박수경 듀오 CEO는 "데이팅앱 서비스를 눈여겨보면서 고객들이 좋아하는 요소를 결혼정보회사에 도입할 수 있지 않을까 주시하고 있다"며 "실제로 회원으로 가입하면 둘러볼 수 있는 멤버스 사이트 클럽을 만들어 회원용 데이팅 앱처럼 스스로 프로필을 고를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박해묵 기자

▶커플 매칭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이팅앱 시장에 유독 서울대 출신 30대 CEO들이 눈에 띈다. 배우자감으로 볼 때 '스펙 강자'인 이들이 CEO로 등장하는 배경이 있을까? 박 대표님 후배들이기도 하다.

=주변에 서울대 친구가 많아 '누구 좀 소개해달라' 소리를 많이 듣다보니 비지니스화 하지 않았을까. 소위 SKY(서울대·고대·연대) 대학이라고 하면 어느 정도 검증된 남녀라고 생각하니까. 듀오 회원도 서연고 출신이 가장 많다. 이상도 높고 취업 걱정 등으로 연애 할 시간도 없는데다, 전문가에 비용을 지불하고 효율적인 서비스를 받는 데 익숙해 사업으로 만든 것 같다.

"내 자식은 듀오 가입 안 하겠다더라…왜?"

▶박 대표님은 어떻게 결혼하셨는지 궁금하다.

=(서울대) 4학년 학생일 때 과대표끼리 만나 CC가 돼 결혼까지 했다. 여자 밖에 없는 과여서 과팅 신청 많이 받았다. 남편도 옆동 대학원 과대표였는데, 야유회 같이 가자고 해서 따라갔다가 이어졌다. 친구들은 그때부터 내가 '마담뚜' 역할 잘 했다고 하더라. 소개 여럿 시켰다.

▶수많은 결혼을 지켜보셨는데, 자녀에게 결혼과 관련한 조언을 한다면? 자제분을 듀오 회원으로 영입하실 계획은?

=아들 하나 있고 이제 서른 됐다. 일단 본인부터 좋은 사람이 돼서 그만큼 좋은 사람 만날 수 있게 노력하는 삶을 살라고 한다. 주변 친구들 자식이 결혼해서 잘 사는 모습 보면 엄마는 참 부럽다는 소리는 한다. 그렇지만 듀오 가입은 안 하겠다고 하더라. ‘엄마가 모든 것을 다 아는 사람은 만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결혼정보회사라는 이유 때문은 아니다. 지켜봐 달라고 하더라.(웃음)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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