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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차에 삼성 반도체가?” 이재용·정의선 ‘초협력’ 실현될까 [비즈360]
경쟁사 관계인 기업들, 부품·완성품에선 협력 흐름
문재인 대통령 “차량용 반도체, 삼성전자·현대차 협력 요구”
삼성·현대차 차량 부품에 이어 차량용 반도체 협력 가능성↑
삼성과 LG 최근 TV 시장에서 OLED 패널 공급 협력
전문가들 “글로벌 공급망 위기 상황…초협력 흐름 강화될 것”
정의선(왼쪽)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청년기업 희망 온(ON)’ 참여 기업 대표 초청회에 참석하고 있다.[연합]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삼성TV에 LG 패널 탑재되고, 현대차는 삼성 반도체 달고 달리는 시대”

단단했던 재계 경쟁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다. 완성품 시장에서 치열하게 맞붙었던 그룹들이 핵심 부품으로 손잡는 등 ‘초협력’이 거세지고 있다. TV 시장에서 경쟁관계인 삼성과 LG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매개로 ‘TV 동맹’을 하기로 한데 이어 삼성전자와 현대차 간의 차량용 반도체 파트너십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융합 환경이 가속화되고, 공급망이 산업계 최대 화두로 떠오르면서 국내 주요 기업들이 생태계 혁신으로 ‘K-산업’ 진화를 주도하고 있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장기적으로 현대차가 시스템 반도체를 설계하고, 삼성전자가 이를 위탁 생산하는 방식의 차량용 반도체 협력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전날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양사 간 새로운 동맹의 출현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과 만나 “차량용 반도체에서 삼성과 현대차가 더욱 긴밀하게 협력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삼성과 현대차가 차량용 반도체 부문에서 협력을 강화해줄 것을 공식적인 자리에서 강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지난해부터 시작된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가 장기화하는 것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또 자동차가 내연기관에서 전기차·자율차 등으로 진화하는 가운데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는 등 글로벌 환경이 급변하는 점도 반영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가 본격화된 올해 3월 현대차와 삼성전자·현대모비스·자동차산업협회·반도체산업협회·한국자동차연구원 등이 참여한 ‘미래차·반도체 연대 협력 협의체’를 발족시키기도 했으나 협력이 좀 더 구체적인 방식으로 강화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전히 완성차를 두고 삼성과 현대차를 잠재적 경쟁 관계로 보는 업계 시선 속에 양사 반도체 협력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은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등 다수 계열사가 차량용 반도체부터 패널, 배터리, 전장, 전기부품을 아우르고 있다. 사실상 차체를 빼면 전기차를 만들 수 있는 모든 부품이 이미 수직계열화돼 있는 상태다. 현대차로선 삼성이 잠재적 위협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지난 8월 르노삼성자동차의 지분을 전량 매각하긴 했지만 자동차 사업은 삼성그룹 창업주 고(故) 이병철 회장의 오랜 숙원사업이기도 했다.

현대 전기차 아이오닉5[현대차 홈페이지 캡처]
LG전자 모델들이 아트 오브제와 함께 연출돼 있는 LG 올레드 에보를 살펴보고 있다.[LG전자 제공]

TV시장에서 경쟁관계인 삼성과 LG의 최근 협력 사례도 이례적이다.

과거 삼성전자와 LG전자는 TV를 비롯해 냉장고, 세탁기 등을 놓고 끊임없이 ‘기술 우위’ 논쟁을 벌이며 민감한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그러나 내년에 삼성전자는 퀀텀닷(QD)-OLED TV를 생산하면서, 이와 별개로 LG디스플레이로부터 화이트(W)-OLED 패널을 받아 OLED TV 생산에도 나설 예정이다.

OLED TV 시장 진출을 앞둔 삼성전자가 현재로선 부족한 OLED 물량을 LG로부터 지원받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나아가 상호 간에 실익이 되는 윈윈(Win-Win) 관계로 나아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LG디스플레이로부터 액정표시장치(LCD)와 OLED를 공급받으며 15년 연속 세계 1위 자리를 수성할 수 있게 되고 LG디스플레이 입장에선 고객사가 다변화된다는 장점이 있다.

전문가들은 경쟁 관계인 기업들의 부품·제품간 합종 연횡 추세가 향후 가속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진단한다. 올해 세계를 뒤흔든 반도체 공급난은 업계에도 ‘뉴노멀’을 요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차량 반도체 공급난에서 보듯 올해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에 따른 기업들의 위기감이 커졌다”며 “경쟁 기업간 밀월 혹은 동맹 흐름은 향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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