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켈·코발트·망간 가격 역대 최고치
공급망 다변화·대체 소재 개발 잰걸음
호주 레이븐소프사의 니켈광산 전경. [포스코 제공] |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흑연, 니켈, 코발트 등 2차전지 필수 광물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전기차 원가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30~40%에 달한다. 원자재 공급 부족이 배터리 산업, 나아가 전기차 시장 성장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원자재 시장조사업체인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BMI)에 따르면 내년부터 전 세계에서 흑연 공급부족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양극재·음극재·분리막·전해질로 이뤄지는데, 흑연은 이중 음극재에 쓰이는 재료다. 음극재의 80~90%는 흑연으로 구성된다.
BMI에 따르면 음극재에 쓰이는 흑연 플레이크 가격은 최근 t당 4500위안(약 84만원) 수준으로 올랐다. 이는 2018년 이후 최고치다.
중국은 전 세계 흑연 공급의 70~80% 정도를 담당하고 있는데, 최근 중국 산둥성 등 채굴 중심지에서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내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환경 규제를 강화하며 흑연 생산량을 줄이고 있고, 중국 배터리 회사인 CATL 등이 성장하며 자국 내 소비량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흑연뿐 아니라 양극재 핵심 원자재인 니켈, 코발트, 망간의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니켈 가격은 최근 3개월간 16.8%, 코발트는 40.8%, 망간은 22.9% 상승했다.
니켈, 코발트, 망간의 중국내 매장량은 높지 않다. 하지만 중국은 세계 주요 광산 지분을 인수하고, 원료 수입·정제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특히 코발트 대부분은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채굴되고 있는데, 중국의 메이저 코발트 생산 업체인 몰리브덴(Molybdenum) 등 중국 자본이 코발트 전체 채굴의 약 70%를 통제하고 있다.
경북 포항시 남구 동해면 블루밸리산업단지 내 포스코케미칼 인조흑연 음극재 생산공장 내부.[연합] |
국내 배터리·완성차·소재 업체들은 장기적으로 중국의 광물 통제에 대응할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공급망 다변화와 더불어 폐배터리에서 광물을 추출하는 재활용, 값비싼 광물 의존도를 낮춘 차세대 배터리 개발 등에 나서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LG화학과 함께 북미 최대 배터리 재활용 기업인 ‘라이-사이클(Li-Cycle)’에 600억원을 투자했다. 지분 투자와 함께 장기 공급 계약도 체결해 LG에너지솔루션은 2023년부터 10년에 걸쳐 니켈 2만t을 공급받는다.
SK온은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주도하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LFP는 값비싼 광물인 코발트 등을 사용하지 않아 리튬이온배터리보다 비교적 가격이 저렴하지만, 낮은 에너지밀도가 단점으로 꼽혀 왔다. SK온은 기술 향상을 통해 저렴하면서도 고성능의 LFP 배터리를 개발하겠단 목표다.
삼성SDI는 지분 투자와 장기 구매계약으로 주요 광물을 안정적으로 수급할 계획이다. 완성차 업체인 현대자동차는 올해 초부터 울산공장에서 폐배터리를 재사용한 에너지저장장치(ESS)와 태양광 발전을 연계한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소재업체인 포스코케미칼은 국내 최초로 인조흑연 음극재 생산체제를 구축한다. 인조흑연 음극재 생산공장은 2023년 완공이 목표다. 준공되면 연산 1만6000t 규모 인조흑연 음극재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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