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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K넘어 K-반도체까지”…10년간 그려온 반도체 전략맵 완성한 최태원 회장 [비즈360]
2011년 SK하이닉스 인수
반도체 연관 산업 시너지 강조
미-중 간 무역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 최소화
K-반도체 낸드시장 50% 점유율 확대 기여
최태원 SK그룹 회장 [SK㈜ 제공]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 SK하이닉스가 중국 규제당국으로부터 인텔 낸드 사업 인수를 승인함으로써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0년 간 그려온 반도체 전략맵이 마침내 마무리됐다. SK하이닉스 인수를 시작으로 낸드 사업 인수에 이어 미국 반도체 시장 확대까지 최 회장이 그려온 전략맵에는 SK를 넘어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큰 그림’이 담겨 있다. 세계시장의 반도체 패권 경쟁속에서 삼성전자와 함께 K-반도체 원팀으로 대응하게 된 것이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SK하이닉스가 전날 중국 국가시장관리감독총국(SAMR)으로부터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에 대한 승인을 받음에 따라 반도체 부품·소재를 비롯해 반도체 제조,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모든 반도체 공정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다. SK그룹이 지난 2011년 반도체 사업에 뛰어든지 만 10년 만에 얻은 결실이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이번 중국 당국의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 승인으로 D램에 편중돼 있던 메모리 제품 사업군에 낸드플래시를 추가하면서 양 날개 체제를 갖추게 됐다.

또한 SK텔레콤이 팹리스 사업 조직을 별도 법인화하는 방식으로 세계 팹리스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는가 하면 SK하이닉스는 지난 10월 파운드리 사업 확장을 위해 국내 업체 키파운드리를 인수키로 하면서 SK그룹은 반도체 제조 중심에서 반도체 에코 시스템의 모든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이같은 최 회장의 반도체 전략맵의 밑그림은 SK텔레콤이 지난 2011년 하이닉스 인수전에 뛰어들 때부터 그려져 있었다는 것이 SK측의 설명이다. 당시 최 회장은 SK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반도체를 지목한 뒤 반도체 연관 산업에서의 시너지를 강조했다. 이미 SK그룹은 에너지·석유화학을 핵심 사업군으로 영위하면서 에너지·석유화학의 밸류체인(가치사슬)에서 시너지를 경험한 바 있기 때문이다.

SK그룹이 반도체 사업 진출 4년 만인 지난 2015년 말 특수가스(NF3) 제조회사인 OCI머티리얼즈(현 SK머티리얼즈) 인수에 나선 것도 이같은 반도체 연관 산업에서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다. 반도체 소재 산업이 뒷받침돼야 반도체 제조에서도 본질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SK그룹이 지난 2019년 불화수소 부족 사태 등 반도체 공급망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도 SK머티리얼즈가 계열사로 버텨줬기 때문이다.

SK그룹은 2017년에는 실트론을 인수하면서 반도체 핵심 소재인 웨이퍼 산업에도 진출했다. SK㈜가 실트론 지분 70.6%을 인수, 특별결의까지 가능한 안정적 지분을 확보하면서 웨이퍼 사업을 내재화한 것이다. 한 발 더 나아가 최 회장은 채권단이 보유하고 있던 나머지 실트론 지분 29.4%를 인수함으로써 웨이퍼에 대한 확고한 지배력과 협상력을 확보했다.

지난해 12월 중국 ‘상하이 포럼 2020’에 참석한 최태원 SK그룹 회장. [SK㈜ 제공]

최 회장의 반도체 전략맵에는 미·중 패권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은 물론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묘수도 담겼다는 평가다. SK하이닉스가 중국 당국으로부터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를 승인받을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국 입장에서 다롄 낸드 공장은 인텔이 손을 떼더라도 SK하이닉스의 지속적인 투자를 받을 수 있게 됐고, 미국은 인텔이 중국 대신 자국에 투자를 확대하는 리쇼어링 효과를 얻어 서로에게 이익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한국 역시 얻는 것이 많다.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를 최종 마무리하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의 낸드 시장 점유율은 50%를 넘어서면서 절대 강자로 부상하게 된다. 대한민국의 성장동력이 확고해지는 셈이다.

더 나아가 SK그룹은 그동안 한국과 중국 현지 중심이었던 반도체 사업을 미국 본토로까지 확대하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5월 방미 당시 10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실리콘밸리에 신규 연구개발(R&D) 센터를 세우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으며, SK하이닉스는 최근 미주사업 조직을 신설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최태원 회장이 앞으로 그릴 두번째 반도체 전략맵은 SK그룹이 그동안 갖춰온 반도체 생태계 전 영역에서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영토를 넓히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내다봤다.

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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