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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성노조는 반발, 정부는 보조금 삭감”…방전되는 한국 전기차 [비즈360]
미국 2030년 신차 절반 친환경차로 교체
한국 노조 해외생산·인력 감축 등 반대
내년부터 전기차 보조금 상한액 줄어들듯
충전 인프라도 영국·독일·미국 등보다 미흡
기아 전기차 EV6 차체와 배터리 모듈이 만나는 공정. 로봇팔이 비전 시스템으로 볼트를 장착할 위치를 확인하고 정확한 위치에 볼트를 장착해 배터리 모듈을 고정한다. [기아 제공]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미국 정부가 2030년 신차의 절반을 친환경차로 교체한다는 목표 아래 전기차 전환 로드맵을 본격화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경직된 노동법제와 강성노조 등에 가로막혀 전기차 전환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내년 전기차 한 대당 지원되는 정부 보조금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전기차시장 성장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전기차 보급을 늘리기 위해 정부 합동으로 전기차 자문위원회를 설치하고, 각 주와 도시의 충전 인프라 확충을 위한 지침을 만들기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30년까지 미국의 신차 판매를 기존 내연기관차에서 순수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수소전기차 등 무공해차 중심으로 재편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미국 내 공장에서 생산된 전기차와 미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 등에 추가 혜택을 주는 방안 등을 검토하며 자국 내 전기차 키우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전기차 전환에 노조 “총고용 보장하라”=우리나라는 전기차시장에 선두로 진입했지만 생산인력 조정과 일자리 전환 배치 등을 두고 노사 갈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부품 수가 37%가량 줄어 이에 따른 일자리 감소가 불가피하다. 각 완성차업체의 노조가 강성 기조로 바뀌고, 반발 움직임이 감지되는 이유다.

국내 대표 완성차업체인 현대자동차도 최근 강성 노조가 새롭게 선출됐다. 업계에선 경직된 노사관계에 ‘파업 리스크’까지 커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차기 노조 지부장은 “미래차 전환에 따른 고용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선거공약으로 ▷전기차 핵심 부품공장 내 유치 ▷해외 공장 노조 개입력 강화 ▷아산 전기차 생산 관련 고용대책 마련 ▷단계적 정년연장 쟁취 등을 내걸었다.

이런 주장으로 미국 등 해외 진출과 현지 공장 구축 모두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사측은 미국 정부의 인센티브 정책에 맞춰 현지 생산 체계를 갖추는 등 가격경쟁력 제고 전략을 고심하고 있지만 노조 반발에 막혀 진전이 없는 상태다.

국내에 전용 전기차 생산라인을 확보하는 것도 지지부진이다. 현대차는 이달 31일부터 내년 2월 초까지 충남 아산공장의 내연기관 생산라인을 전기차 라인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노조는 전기차 전환에 따른 고용대책을 요구하며 제동을 걸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와 한국지엠 등 외국계 완성차업체는 본사로부터 국내 전기차 생산물량을 배정받지 못하고 있다. 완성차의 전반적인 전기차 전환이 늦어질 경우 시장 패권을 뺏길 수 있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美·日은 늘리는데…한국 전기차 보조금 ↓=시대에 역행하는 전기차 보조금 정책에 전기차 수요가 주춤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내년 전기차 구매보조금 지침 개정을 추진 중인 환경부는 전기차 보조금 100% 지급 상한액을 기존 6000만원에서 5500만원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반도체 수급난으로 전기차 보급이 최장 1년까지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기차 보조금마저 줄어든다면 전기차 구매자들의 실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보조금 확대정책에 무게를 둔 미국과 대비되는 행보다. 미국은 올해까지 4만달러 이하 차량에 7500달러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했다. 미국 하원에서는 이를 2026년까지 최대 1만2500달러로 늘리는 법안이 이달 논의될 예정이다.

미국 내 노조를 보유한 공장에서 생산한 차량에는 4500달러를 추가로 지급한다. 미국 내 생산한 배터리를 탑재할 경우 500달러를 추가 지원한다. 보조금 지급 차량 가격 상한선은 8만달러로 대폭 오른다.

일본도 전기차 보조금을 미국, 유럽과 비슷한 수준인 7000달러까지 늘리고 전기차용 충전 인프라 강화를 위해 예산을 쏟고 있다.

부족한 전기차 충전 인프라 역시 국내 전기차 확산에 걸림돌로 꼽힌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전기차 100대당 주요국의 전기차 충전기 수는 영국이 318.5기, 독일 230.4기, 미국은 185.3기였다. 일본도 153.1기로, 100대당 50.1기인 한국에 비해 월등히 높은 편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시장이 커지면서 전기차 한 대당 소요되는 제조원가는 갈수록 낮아지는 추세”라며 “보조금은 전기차 대중화를 위한 제조업체의 원가절감과 신차 출시 흐름에 맞춰가야 하며, 정부 차원의 인프라 확대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jiy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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