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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래식 시장 성장에 ‘팬텀싱어’ 있었다
2019년 공연 매출 0.82%→2021년 27.12% 급성장 
탄탄한 팬덤…클래식 시장 성장 견인차 역할
포레스텔라 [비트인터렉티브, 로빈 킴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K팝 스타도, 트로트 가수도 아닌 ‘성악가’가 공연 시장의 중심으로 진입, 클래식계의 확장을 이끌고 있다. 남성 사중창단을 뽑는 크로스오버 경연 프로그램 ‘팬텀싱어’ 시리즈가 지난 몇 년 사이 클래식 시장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집계하는 월간 공연전산망(10월 기준)에 따르면 2021년 클래식·오페라 장르에서 ‘팬텀싱어’ 공연 매출액과 총 예매수 비중은 각각 27.12%, 7.24%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19년 각각 0.82%, 0.29%, 2020년 2.45%, 3.6%였던 것과 비교해 월등히 상승한 수치다.

국내 공연 시장의 매출 등을 집계하는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팬텀싱어’라는 타이틀이 들어가지 않아도 출연자들의 개별 공연이나 ‘팬텀싱어’를 통해 결성된 크로스오버 그룹들의 개별, 합동 공연 모두 ‘팬텀싱어’ 공연으로 정의되고 있다.

‘팬텀싱어’는 2016년 연말 JTBC에서 처음으로 시작한 크로스오버 보컬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성악가, 뮤지컬 배우 등이 대다수를 이르는 프로그램은 성악 기반의 크로스오버 음악을 선보이며 최종 세 팀에게 1, 2, 3위 팀을 가른다. 시즌1 첫회는 2%대로 시작했으나, 5%까지 시청률이 치솟았고 대국민 문자투표에선 50만 명이 표를 던졌다. 시즌3까지 거듭한 지금 5년 전에는 없던 ‘장르’가 음악계에 한 자리를 차지했으며, 그 열기는 클래식 공연 시장으로 확장됐다. 세 번의 시즌 동안 포르테 디 콰트로, 흉스프레소, 인기현상(시즌1), 포레스텔라, 미라클라스, 에델 라인클랑(시즌2), 라포엠, 라비던스, 레떼아모르(시즌3) 등 아홉 팀을 배출했다. 프로그램을 통해 결성되진 않았지만 시즌3 종영 이후 ‘팬텀싱어’ 출연자로 구성된 안단테도 있다.

라포엠, 라비던스 [세종문화회관 제공]

‘팬텀싱어’의 활약은 매달 클래식 공연 시장에서 확인되고 있다. 상반기 전체 공연시장 집계 차트를 보면 ‘팬텀싱어’ 출신들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지난 6월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포레스텔라 콘서트가 올해 상반기 클래식·오페라 매출 1위를 차지했다. 클래식, 오페라 장르 톱5 안에 ‘팬텀싱어’ 이외의 공연은 ‘디즈니 인 콘서트’ 밖에 없었다.

‘팬텀싱어’의 맹활약으로 클래식 시장의 공연 매출은 매달 상승세다. 팬데믹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지침으로 좌석의 최대 70%까지만 열어둔 상황이나, 소폭의 성장은 보이고 있다. 지난 9월 40억 8183원의 매출을 기록한 클래식 시장은 2021년 10월 기준 44억원 대로 상승했다. 이는 코로나19로 완전히 위축된 지난해와 비교하면 상당한 회복세다. 지난해 10월 대비 247.55%(12억 7086억원) 상승했다. 지난 달에도 포레스텔라의 부산 공연이 전체 클래식 공연 매출의 2위, 미라클라스의 공연이 4위를 기록했다.

‘팬텀싱어’를 통해 결성된 크로스오버 그룹들이 클래식 시장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을 떠받치는 탄탄한 팬덤 때문이다. 지난해 종영한 시즌3에서 배출한 1위팀 라포엠의 유채훈, 라비던스의 고영열 존노, 레떼아모르의 길병민 등을 비롯해 각 시즌 인기스타들이 배출돼 40~60대의 ‘팬심(心)’을 끌어모으고 있다.

다양한 문화예술 공연에 있어 20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용 부담이 적은 40~60대는 ‘팬텀싱어’를 향해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팬텀싱어’ 출연자들의 공연은 ‘피케팅(피 튀기는 티켓팅)’을 방불케 한다. 지난 3월 ‘팬텀싱어’의 포르테 디 콰트로, 미라클라스, 라비던스, 레떼아모르 김민석이 출연한 ‘팬텀 오브 클래식’ 공연은 일찌감치 매진돼 가동 가능한 잔여 좌석까지 오픈했고, 같은 달 말 앙코르 공연까지 열었다.

안단테 [위클래식 제공]

‘팬텀싱어’ 공연이 지난해와 올해 특히 활약할 수 있었던 것은 팬데믹으로 대형 해외 오케스트라나 클래식 아티스트의 내한공연이 이뤄지지 않으면서다. 이로 인해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을 비롯한 대형 클래식 공연장의 대관에도 여유가 생겼다. 예술경영지원센터에 따르면 ‘팬텀싱어’ 콘서트는 강력한 팬덤을 보유하고 있어 “홍보 기간이 짧아도 공연이 가능해 대형 공연장 수시대관이 가능”했다.

다만 클래식 공연 성장을 이끈 ‘팬텀싱어’ 팬덤이 다른 클래식 공연의 관람으로 이어지진 않는다는 점이 아쉽다. 클래식 업계 관계자는 “TV 방영을 통해 쌓인 ‘팬텀싱어’ 팬덤은 아티스트 개개인의 스타성과 실력에 의한 것이지 애초에 클래식 애호가가 ‘팬텀싱어’ 팬덤으로 유입된 것은 아니”라며 “클래식은 ‘그들만의 리그’라는 인식이 있을 만큼 진입장벽이 높아 이들 팬덤이 클래식 공연으로 이어지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때문에 지속가능한 클래식 시장의 성장을 위해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스타성에 기대기 보단 다양하고 쉬운 클래식으로 입문자들을 위한 공연”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팬텀싱어’를 통해 이름을 알린 성악가들은 “우리가 대중에게 클래식을 친숙하게 알리기 위한 역할을 해야한다”는 책임감을 안고 있다. ‘팬텀싱어3’에서 2위를 차지한 라비던스의 멤버 존노는 이른바 ‘정통 코스’를 밟은 성악가다. 그는 “크로스오버 프로그램을 통해 이름을 알린 만큼, 나를 아는 분들 중엔 클래식을 잘 모르고 낯설어하는 분들도 있다”며 “대중과 클래식을 잇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이름을 알린 이후 크로스오버 그룹 안단테로 활동하고 있는 바리톤 구본수 역시 ”조금이나마 클래식과 대중을 이을 수 있는 다리 역할을 충실하게 하고 싶다”고 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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