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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가 사전청약 흥행을 기뻐하면 안 되는 이유 [부동산360]
1차 사전청약 평균 경쟁률 21.7대 1
고분양가 논란에도 기대 이상의 성적 거둬
자신감 얻은 정부, 사전청약 물량 확대 예고
전문가들 “그만큼 공급물량 부족하다는 의미”
높은 경쟁률 속 ‘주거불안’ 행간 읽어야
지난 4일 서울 송파구 장지동 신규택지 지구인 성남 복정1지구 사전청약 접수처에서 시민들이 청약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지금으로선 집을 살 수 있는 다른 선택지가 없으니까 일단 넣긴 넣었죠. 그런데 경쟁률이 높던데요. 큰 기대는 안 해요.” (서울 강동구에 거주하는 30대 A씨)

“밑져야 본전이잖아요. 나중에 집을 사게 되든, 다른 청약에서 당첨이 되든 불이익은 없다니까요. 내 집을, 그것도 수도권에서 마련할 기회가 흔하진 않잖아요.” (경기 하남시에 사는 30대 신혼부부)

정부가 수도권 공공택지 사전청약에서 9만명이 넘는 실수요자를 끌어모았다. 고분양가 논란에도 흥행을 거두면서 정부는 한시름 놓은 모양새다.

그러나 업계에선 정부가 이번 사전청약 흥행을 긍정적으로만 바라봐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높은 경쟁률 속에 담긴 주거불안과 공급부족 신호를 읽고 속도감 있는 물량 공급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사전청약 첫 공급지구인 인천 계양, 남양주 진접2, 성남 복정1 등에서 공공주택 4333가구에 대한 사전청약을 진행한 결과 총 9만3798명이 신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평균 경쟁률은 21.7대 1이다.

공공분양은 일반공급이 88.3대 1, 특별공급이 15.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신혼희망타운의 경쟁률은 13.7대 1이었다.

3기 신도시 중에서는 유일하게 1차 사전청약 지구에 포함된 인천 계양은 공공분양 709가구 공급에 총 3만7255명이 접수해 52.6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특히 28가구가 배정된 전용면적 84㎡의 경우 1만670명이 청약해 경쟁률이 381.1대 1에 달했다.

정부는 이번 사전청약 흥행에 자신감을 얻은 분위기다. 국토부 관계자는 “사전청약 경쟁률이 높게 나왔고 특히 사전청약 신청자 중 서울 거주자도 30~50% 수준에 달했다”며 “많은 국민이 사전청약을 손꼽아 기다려왔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시선은 경쟁률 너머로 향해 있었다. 흥행에 성공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지만 그만큼 내 집 마련을 원하는 수요자가 많고 그에 비해 물량은 충분하지 않다는 의미라고 봤다. 최소 4~5년을 기다리더라도 내 집을 갖고 싶다는 무주택 실수요자가 쏟아질 정도로 주택매수심리가 강하게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지금이 아니면 내 집을 마련할 수 없다는 심리는 패닉바잉(공황매수)을 불러왔고 매물 잠김까지 더해지며 주택시장은 ‘불장’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집값 급등의 원인을 ‘투기적 수요’에서 찾아온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와도 부딪히는 대목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번 사전청약에서 공급물량을 크게 넘는 수요가 나왔다. 공급 부족 문제는 없다며 강력한 규제를 통해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던 정부의 기조가 현실과 동떨어졌음을 뒷받침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넘치는 실수요를 확인한 만큼 정부가 추가 공급물량 확보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했다. 후보지만 잔뜩 발표할 게 아니라 확정적인 물량을 충분히 선보여 실수요자가 추격매수에 나서지 않아도 된다고 느끼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전청약 당첨자가 본 청약까지 기다릴 수 있도록 공급 속도를 높이는 등의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사전청약을 일종의 ‘보험’이라 여기고 접수한 이들이 상당하다. 본 청약 1~2년 전 진행되는 사전청약은 본 청약 최종 입주자로 선정되기 전 언제든 당첨자 지위를 포기할 수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본 청약 시 분양가가 확정되다 보니 분양가 변동에 대한 불안이 크다”면서 “공급 일정에 대해서도 세밀한 추진 계획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정부의 대규모 공급계획이 실현될 때까지 시차가 있는 만큼 당장의 수급불안을 해결할 단기 대책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은형 연구원은 “사전청약에 따른 매매수요 안정 효과는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지속적인 주택 공급 정책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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