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터는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 모두 높은 수준
우리나라 전통 들기름은 불포화지방산 골고루 들어있어
[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한 때는 코코넛오일이 심장질환과 체중감량에 도움이 된다며 칭송받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코코넛오일의 신화는 무너졌다. 포화지방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잘 나가던 마가린, 쇼트닝도 마찬가지였다. 가공식품 분야에서 혁명적 업적을 이룬 재료로 각광받았으나 현재는 트랜스 지방이 많다는 이유로 업계들은 함량 줄이기에 바빠졌다.
이처럼 포화지방과 트랜스 지방은 건강에 해롭다는 보고가 이어지면서 현대 사회에서 악명이 높은 지방으로 분류됐다. 특히 우리가 즐겨 먹는 버터는 포화지방과 트랜스 지방 함량이 모두 높은 식품이다. 빵에 쉽게 발라먹거나 각종 요리에 다량을 넣을만큼 만만한 기름이 아니라는 뜻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식품영양성분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주요 유지류 15개 (코코넛유, 마가린, 버터, 팜유, 라아드, 홍화씨유, 올리브유, 유채씨기름, 마강유, 포도씨유, 해바라기유, 옥수수기름, 콩기름, 참기름, 들기름)의 100 g 당 지방산 함량을 비교한 결과, 포화지방과 트랜스 지방 함량이 모두 높은 수준으로 나타난 것은 버터였다. 버터 100g당 포화지방은 48.1g이다. 이는 포화지방이 높기로 유명한 팜유(47.1g)나 라아드(돼지기름, 39.3g)보다 높은 수치다.
포화지방 함량도 ‘최상위권’인데, 트랜스 지방에서는 가장 높은 함량을 나타냈다. 100g 당 버터의 트랜스 지방 함량은 3.1g이다. 트랜스 지방하면 떠오르는 마가린(1.8g)보다 많이 들어있다. 반면 팜유나 돼지기름은 포화지방은 높지만 트랜스 지방은 없다.
인공 트랜스 지방산은 분자구조상 이중 결합이 많은 액체(식물성)지방에 수소를 첨가해 만든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버터와 마가린, 쇼트닝이다. 저렴한 생산 비용, 바삭하게 부스러지는 식감, 뛰어나게 고소한 맛, 보관·운반의 편리함, 유통기한의 연장 등 장점은 무수히 많다.
하지만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은 이미 트랜스 지방이 가공식품을 점령한 상태에서 뒤늦게 알려졌다. 영국의 의학학회지인 ‘랜싯’(The Lancet)의 역학조사와 미국 하버드 의대 보건대학원 연구팀에 따르면 트랜스 지방 섭취를 2% 늘리면 심장병 발생 위험이 28% 증가하며, 당뇨병 발생률이 39% 상승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003년 성인의 하루 섭취 칼로리의 1% 이내로 트랜스지방산 섭취를 제한했다.
가장 포화지방이 많은 것은 코코넛오일이었다. 100g당 84g이 모두 포화지방이다. 미국 하버드 공중보건대학의 카린 미헬스 교수는 “(코코넛 오일에는) LDL 콜레스테롤 증가로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키우는 포화지방이 많이 들어있다”며 “이는 요리에 이용되는 돼지기름인 ‘라아드’의 2배 이상이고, 소고기 기름인 ‘비프 드리핑’보다 60% 많다”고 말했다.
반면 포화지방이 가장 적은 것은 홍화씨유(잇꽃씨유)로, 100g당 7.4g이 들어있다. 들기름 역시 7.6g 정도로 비슷한 수치다. 올리브유는 100g당 15.7g, 콩기름은 14.6g, 참기름은 14.7g이 들어있다.
예상보다 우수한 성적을 보인 것은 우리나라의 전통 기름에 있었다. 그동안 올리브유의 명성에 가려져 들기름의 영양소를 미쳐 들여다보지 못한 것이 미안할 정도다. 들기름은 포화지방이 100g당 7.6g 정도로 다른 기름에 비해 매우 적었으며, 트랜스 지방 역시 0.4g 정도로 거의 없다.
특히 현대인에게 인기가 높은 오메가 3 지방산의 경우 100g당 62.1g으로 가장 높은 함량을 과시했다. 들기름 다음 순위인 유채씨기름(11.3g)과는 차이가 크게 벌어질 정도로 월등히 높은 함량이다.
모든 불포화지방산이 골고루 포함돼 있다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한 성적이다. 오메가 3 지방산의 높은 함량은 물론, 오메가 9지방산과 오메가 6지방산도 골고루 포함돼 있다. 100g당 오메가 9지방산(올레산)은 홍화씨유(잇꽃씨유, 73.2g)와 올리브오일(70.7g)이 가장 높았지만 들기름 또한 12.3g 들어있으며, 오메가 6지방산도 13.1g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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