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아침방송이 크릴오일 극찬, 같은시간 홈쇼핑에선 판매…우연이 아니다?”

방송사의 ‘뒷광고’라고 지적받는 ‘홈쇼핑 연계 편성’이 도마에 올랐다. 앞서 연예인 이상민 씨의 샴푸 뒷광고를 저격했던 익명의 가면 유튜버가 관련 영상을 게재하면서다. 방송사들의 홈쇼핑 연계 편성은 수년 전 수억원대의 과징금이 부과되는 등 처벌 전례가 있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유튜버 ‘사망여우TV’는 전날 주요 방송국의 홈쇼핑 연계 편성을 지적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제발 믿지 마세요’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재했다. 약 한 달 전, ‘선 넘네, 방송국 X들’이라는 영상으로 관련 문제의식을 드러낸 뒤 후속 영상이다. 사망여우는 ‘비양심 업체 및 제품 리뷰’를 전면에 내세운 익명의 유튜버로, 영상 한개 당 평균 조회수가 107만회에 이르는 인기 크리에이터다.

유튜버 '사망여우TV' 영상 갈무리 [유튜브]

영상에서 사망여우는 방송사들이 수년 동안 건강정보를 빙자해 허위 과대광고와 뒷광고를 해오고 있었다고 지적한다. 그는 “모닝OOO에서 시서스가 소개될 때, 같은시간 홈쇼핑에서도 시서스가 판매되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닌 치밀하게 계획된 상술”이라고 지적했다. 한 종합편성채널이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통해 소개한 초록입홍합추출 오일이, 같은 날 20분 뒤 홈쇼핑에서 판매됐다는 점도 사례로 들었다.

그는 “일반인이 다이어트에 성공했거나 특정 질병을 극복했다며 소개하는 식품은 대부분 그 일반인이 실제로 먹는 제품이 아닐뿐더러 효능이 과장된 허위 과장 광고”라며 “출연하는 대부분의 의사도 특정 논문의 원료적 특성, 효능을 단순히 읊을 뿐”이라고 말했다.

실제 앞서 2015년에는 MBN미디어렙이 연계 편성과 관련해 2억4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 각 방송사들은 프로그램 제작과 독립적으로 운영되도록, 별도의 자회사 미디어렙을 통해 방송광고 영업을 한다. 하지만 당시 MBN미디어렙 실무자는 MBN이 주관하는 제작회의에 정기적으로 참여해 광고협찬과 관련한 진행상황을 논의했고, 건강보조식품 기업과 협찬 계약을 체결한 뒤 재방송 편성 시간을 변경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여전히 연계 편성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고, 처벌은 미미하다고 사망여우는 지적했다. 일례로 지난해 9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크릴오일, 콜라겐 제품을 대상으로 대규모 조사를 벌여 질병 예방·치료 표방 등 허위·과대 광고 183건을 적발해, 고의·상습적으로 관련 법령을 위반한 36곳에는 행정처분을 내렸다. 사망여우는 “하지만 똑같은 크릴 오일에 대해 상습적으로 허위, 과대 광고를 해온 모닝OOO에는 아무런 제재가 없었다”고 했다.

앞서 2016년에도 다수 종합편성채널의 건강 정보 프로그램들이 식품의 효과를 과장해 각종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것처럼 방송했다는 점을 이유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법정제재를 받은 바 있다. 하지만 ‘경고’나 ‘주의’ 조치에 그쳤다. 이는 향후 방송사 재허가 심사에 반영되는 민감한 사항이지만, 사망여우는 기준 미달 시에도 조건부 재허가를 받는 경우가 많아 실효성이 적다고 비판했다.

방송사와 홈쇼핑 채널이 연계 편성을 했다고 의심되는 경우, 홈쇼핑은 얼마나 많은 매출을 올렸을까. 사망여우는 한 시서스 추출물 관련 건강식품을 언급하며 “홈쇼핑 방송 1시간동안 무려 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는 기사가 있다. 이날 역시 모닝OOO에서 시서스가 소개됐다”고 했다. 최근 콜라겐 관련 건강식품도 주문금액 5억원을 달성했는데, 같은날 모 방송사의 아침 프로그램엔 콜라겐 관련 방송이 편성됐다고 지적했다.

한편, 사망여우TV는 해당 영상의 댓글을 통해 홈쇼핑 연계 편성이 의심되는 방송 프로그램의 리스트를 공유했다. 총 30여개 프로그램에 이르는데, 무려 9개의 프로그램이 지적된 방송사도 있다. 사망여우는 해당 방송의 진행을 맡은 유명 MC의 이름도 함께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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