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어린이집 A등급이 58%, 믿어도 되나’…3월 입소 앞둔 엄마들 ‘불안’[촉!]
‘어린이집 평가제’ 시행 이후 6844개소 등급받아
상위권인 A·B등급이 전체의 89% 차지
현장평가 전 사전통보·셀프 점검 등 ‘허점’ 지적도
주변 기대기 어려운 직장맘들은 더 속타
‘어린이집 평가제’ 시행 이후 평가를 받은 어린이집의 절반 이상이 A등급을 받았지만, A등급 어린이집에서 아동학대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자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아이클릭아트]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새 학기가 시작되는 오는 3월부터 곧 돌이 되는 아이를 집 근처 어린이집에 보낼 예정인 박모(35·여) 씨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최근 정부 평가에서 A등급을 받은 어린이집에서도 원생을 학대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나서 ‘혹시나’ 하는 불안감이 수시로 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린이집 오리엔테이션(OT)이 화상으로 진행되고 직접 교사를 만나지도 못하다 보니 답답함은 더 커질 뿐이다.

장애 아동을 비롯한 원생들을 상습 학대했다는 혐의로 보육교사 2명이 구속된 인천의 한 국공립 어린이집이 지난해 현장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A등급’을 받았다는 소식에 엄마들이 분노하고 있다. 특히 ‘어린이집 평가제’ 시행 이후 평가를 받은 어린이집의 절반 이상이 A등급으로 평가돼, 평가 방식과 결과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19일 한국보육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현재 정상 운영 중인 어린이집 3만5352개 중 2019년 6월 도입된 어린이집 평가제 시행 이후 평가에 참여해 결과가 확정된 어린이집은 총 6844개다.

이 가운데 A등급은 3996개로, 전체의 58%를 차지했다. B등급은 2144개(31%)로, 상위 2개 등급 비중이 89%에 달했다. 하위권으로 분류되는 C등급과 D등급은 각각 526개(8%), 178개(3%)에 그쳤다.

전국 어린이집 평가등급별 현황. [한국보육진흥원 제공]

어린이집 등급은 현장평가 결과(100%)를 바탕으로 한 종합평가에서 최종 결정된다. 선정 통보 직전월 말일로부터 최근 3년 이내 중대한 법 위반 이력 사항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현장평가가 최종 등급으로 이어진다. 문제가 된 ‘인천 어린이집’도 경찰 수사가 진척되지 않았다면 최종 A등급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평가 방식에 허점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어린이집 평가를 담당하는 한국보육진흥원은 현장평가월 6개월, 2개월 전에 2차례에 걸쳐 평가 대상으로 선정됐다는 사실을 어린이집에 통보하게 돼있다. 특히 현장평가 직전월 말에는 1주간의 현장평가 주간을 지정해 통보한다. 평가자를 파견하는 날짜를 콕 집어 알려주지 않더라도, 미리 현장평가를 대비할 수 있는 구조다.

사후 관리도 문제다. A·B등급의 경우 평가 주기가 3년으로, 그 사이에는 매년 자체 점검을 실시해 결과 보고서를 제출하면 된다. 자체점검위원회도 원아 부모뿐 아니라, 어린이집 원장과 보육교사를 각 1명 이상 포함해 구성하는 방식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어린이집 평가 등급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 엄마들이 늘고 있다. 이번 인천 어린이집뿐 아니라 지난해 아동학대로 논란이 된 울산의 한 어린이집도 A등급을 받았다. 어린이집 통합정보시스템 웹사이트나 임신육아종합포털 ‘아이사랑’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어린이집 평가 등급을 확인할 수 있지만, 맘카페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는 이를 못 믿겠다는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어린이집을 이용한 이웃들을 통해 정보를 얻기 어려운 바쁜 직장맘은 더 속이 탄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맞벌이 직장맘 이모(36) 씨는 “직장 근처로 구한 집이고 계속 야근하다 보니 동네 지인이 별로 없어 어린이집 선택에 애를 먹었다”며 “국공립 어린이집을 보내기 힘들어 가정 어린이집으로 보냈는데, 믿고 맡겨도 될지 마음 한 구석은 불편하다”고 말했다.

spa@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